일교차가 커져 낮에는 덥지만 아침기온이 서늘하다.
가천 시창작반 인원이 많아져 커피 타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조금 일찍 나가기로 했다.
가천대역에 내려 건강을 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아름관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가천관을 지나 또 다시 시작되는 언덕길을 바라보니 지영호샘과 이봄샘이 다정한 연인이 되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남동생과 누나인가? 아침부터 호젓하게 언덕길을 오르는 두 사람,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서로에게 기대어 인생의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 가천대 시창작반원들의 마음이 다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서 몰카를 찍는 것도 모르고
----- 사진은 비공개이다.
206호에 가니 부지런한 김영주샘이 벌써 와 계셨다. 물을 받아와 커피와 녹차를 내리는 동안 한 분 한 분 시(詩)의 방으로 들어오셨다. 우리 교실 이름을 시방(詩房)으로 부르고 싶다. 오늘 공무에 바빠서 조형자샘은 이미 못 온다고 카톡방에 공지를 했고, 최혜순샘과 김경숙샘을 포함 3분을 빼고 12명이 출석을 하였다.
가을 하늘 색 옷을 입고 오신 교수님께서는 추석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보고, 당신은 잘 보냈다고 말씀하셨다. 오늘은 프린트 물을 많이 가져오셨다. 프린트 중심의 수업을 하실 것 같았다.
먼저 이성선 시인의 <가을 편지>란 시를 소개해주셨다.
이성선 시인은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70년 '문화비평'에 등단하였다.
이성선 시인은 자연을 주로 노래한 시인으로 그의 시들을 읽으면 영혼이 맑아지고 마음이 깨끗해진다.
"시는 내게 있어서 그 원초적 생명에 다가가는 길. 그래서 그와 하나가 되는 일, 즉 나와 우주와 합일을 꿈꾸는 삶 속에서 피어난 꽃이다. 또 내게 있어 시 쓰기란 단순한 그것 자체를 넘어서서 내 삶을 우주차원 그 높이까지 올려놓고자 하는 전부를 포함하는 것이다."
-「시, 우주, 삶이 하나로 가는 길」중에서
"나비에겐 꽃이 집이 듯이 나에겐 저 별이,
그리고 산 노을에 감추어 놓은
작은 꽃잎이, 풀잎이, 달빛이, 나뭇가지 사이
허공이 모두 집이다. 그것이 보인다."
-「나의 시 나의 시 쓰기」 중에서
"무엇하나 건드리지 않고 세상을 건너갈 수는 없을까? 요즘은 이것이 내 작은 꿈의 하나이지만 이 또한 얼마나 큰 욕심인가.
구름은 이런 생각 없이도 밟으면서 산이 깨끗해지고 풀과 나무와 사람이 맑아진다. 그 길의 비결이 무엇일까?"
-「산시(山詩)」중에서
[출처] 시인 이성선|작성자 글사랑 이충재
가을 편지
이성선(1941~2001)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하므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 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늦가을에 쓰는 편지 속에 옛 사람들의 애틋한 추억이 살아난다. 자연에 순응하며 순리대로 살아가려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인연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직접 줄 수도 없어 나무에게 전해달라고 한다.
교수님께서는 가을 편지란 제목으로 시를 쓰라고 숙제로 내 주셨다.
이어 교재 3페이지에 나온 서정주의 <동천>이란 시를 공부하신다고 했다. 교재를 안 가져오신 분이 있다고 문교수님이 글씨 잘 쓰는 저보고 칠판에 쓰라고 하셨다. 정성들여 큼직하게 쓰니 다들 잘 쓴다고 하셨다. 중학교 때 잉크를 찍어 연습한 펜글씨 덕분이가 보다.
동천
서정주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다시 읽어도 숭고한 마음이 드는 참 좋은 시다. 마음속에 사랑하는 여인을 거룩한 공간 하느님이 계신 깨끗하고 차가운 겨울 하늘에 올려놓아 매서운 새도 흉내는 낼지언정 비끼어 가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었다.
이어 <선인들의 공부법>을 뽑아 알려주셨다. 학문, 공부를 시로 바꾸면 시를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답이 나온다고 하셨다.
1. 공자 -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쁜지 않겠는가(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
2. 대학 -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그 몸을 다스린다.
3. 정자 - 학문이란 안에서 찾는 것이다.
4. 장자 - 공부하는 사람은 기(氣)가 가벼워서는 안 된다.
5. 주자 - 공부는 닭이 알을 품는 것과 같다.
6. 왕양명 - 스스로 깨닫는 것은 일당백(一當百)의 공부가 된다.
7. 이황 - 학문하는 것은 거울을 닦는데 비유할 수 있다.
8. 서경덕 - 공부하면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
9. 조식 - 경(敬)은 학문의 시작이요 끝이다.
10. 이이 - 공부하지 않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
11. 이익 - 훌륭한 스승을 만나려면 묻기를 좋아해야 한다.
12. 홍대용 - 큰 의심이 없는 자는 큰 깨달음이 없다.
13. 박지원 - 선비가 독서를 하면 그 은택이 천하에 미친다.
14. 정약용 - 학문은 천하의 공변된 것이다.
15. 김정희 - 글쓰기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데서부터 시작한다.
16. 최한기 - 상등의 학문은 기(氣)로 듣는다.
공부를 많이 하면 배도 빨리 고파지나 보다. 오늘도 여러 샘들이 과일을 많이 싸오셨다.
김영주표 포도, 김옥희표 배 사과 포도, 류숙자표 찰떡, 김미라표 빵으로 간식을 주식같이 먹었다. 다른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한다는 간식 시간, 공부할 때 팽팽했던 실이 툭 끊어지는 것 같은 해방감을 만끽한다. 냉동실에서 녹여 끈적끈적한 떡을 숙자샘은 손에 묻힌 사람이 먹여줘야 한다고 이봄샘의 입에 지영호샘의 입에 마구마구 집어 넣는다. 그러면서 다시 피는 웃음꽃.
2번째 시간은 학생 작품 감상 시간이다. 두 분의 시를 같이 읽고, 앞으로 나오셔서 시작 배경을 설명하셨다.
생활 속의 문학을 잘 표현한 두 분의 작품을 읽으면 영혼을 헹구듯 마음이 맑아진다.
고향의 여름밤
이봄
냉장고 속 수박이
어릴 적 그 맛에 비하랴
마당에
멍석이 깔리고
매캐한 모깃불에
우물 속에서 건져낸 수박
칼끝에 쩍 소리
별들도
부러워 빛을 쏟아 부었지
달디 단
붉은 서릿발 배불리 먹고
엇 차거!
소름 돋는 등목 소리
가물가물 개구리 합창
엄마의 부채바람에
꿈속으로 빠져드는 여름밤
며느리야 정말 미안했데이
시어미(류숙자)
손자 맡긴 죄로
우리에게 양보 한 집
좋다구나 넙죽 받고
좋아한 어리석음
눈 번쩍 뜨인 인테리어에
사양 못한 아들 집
나를 아는 사람
며느리 칭찬 자자한데
비용 따윈 안중에 없다
며느리한테 미안하다
나는 이층
딸은 이십층
아들은 이십 사층
아들 집 만은 못하지만 맘에 쏙 드는 집
한 엘리베이터 타는 행복
풍선처럼 뜨는 기쁨
하늘 높이 날아간다
교수님께서는 2학기에 있을 행사에 관해 말씀하시고 2주간 출장을 가시기 때문에 수업을 못하신다고 하셨다. 교수님이 안계셔도 우리는 늘 모인다. 방학 때 한 것처럼. 특히 다음 주는 심양섭샘의 등단시가 실린 책을 받고 축하해 주는 자리이니 모두 참석하면 좋겠다.
간식으로 배가 불러서 바로 합평회를 하기로 했다. 바쁘신 분들, 방통대 숙제를 해야 하는 분들은 먼저 가시고, 심양섭샘의 진행으로 홍긍표샘, 이봄샘, 류숙자샘, 채기병, 오랜만에 허복례샘이 참석하여 심양섭샘의 ‘임종’이란 수필, 홍긍표샘의 ‘탄천 잉어’, 채기병의 ‘세상의 중심’, 이봄샘의 ‘내 사랑 컴퓨터’와 ‘매미2’, 류숙자샘의 ‘송년사’와 ‘일출’을 감상하고 의견을 나눴다. 합평회를 마치고 허복례샘이 점심을 사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오늘 하루도 시와 사람에 취한 날씨만큼이나 행복한 날이었다.













첫댓글 어... 미란쌤도 보이네...
실물 보러 오세요.
선생님의 글을 읽고 교수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생활속의 문학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깨닫고 있습니다.
또한 복습하는 방법도 터득하고 있구요.
시창작반선생님들!
모두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매번 싸오시는 정성 가득한 과일맛은 일품입니다.
복습 잘했습니다 울 회장님 늘 바쁘게 사시는데 이리 재미있는글 써주시니
회장님 펜들이 학수고대 합니다
빨리 올리지 못하네요. 팬클럽 만들까요? ㅋㅋㅋ
사진과 글 속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신 홍긍표 선생님과
수업 내용을 잘 정리해주신 채기병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가천사이버시창작반 학생도 출석도장 꽝!
안녕하세요? 가끔 출석 수업하러 오셔야지요.
따로 하기 힘든 복습 확실하게 잘 했습니다.
정독과 숙독
지난 것은 아름답습니다.
그 한 말이 새롭습니다.
공개되는 글도 덤덤 내 치부같은 예기도 덤덤
돌아보면 행복이 만발한 정원이네요
두루두루 잘 갖추신 조경사? 덕분에.....
수고하심 감사합니다.
스스로 권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니 치부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운지샘의 솔직함에 더 마음이 갑니다.
배움의모습들이 한창 핀 꽃과도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매일 시를 쓰시더니 모든 표현이 시적입니다.
@道如 채기병 그런가요?
사람으로써 기왕이면 표현하는 말을 아름답게 하면 좋지않을까 해서요?
그리고 선생님 말씀처럼 어쩌다 시를 쓰다보니 그런가봅니다~~♡♡♡
벌써 점심때가 됐군요
꿀점하십시요
김사합니다. 햇살같은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꾸벅
불초 지각생은 이제 와서 복습합니다~~
감사해요 채기병 샘^^
바쁘신 심샘이 오신 것만도 감사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