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상 치료로 인해 런닝을 쉬고 있는 판인데 때마침 등산을 가자고 제안이 들어온다.
장영형님의 전화를 받고 안선생님과 연락해 맴버 구성을 완료, 행선지는 눈이 내린다니 가급적 차를 몰고 가기 좋은 곳으로 ... 안수산이 딱이네!
그렇게 해서 크리스마스날 새벽에 눈길을 달려 안선생님과 함께 비봉면 백도리 장영형님댁으로~
형님댁에서 라면을 끓여 간단하게 아침요기를 하고 계란을 삶아서 챙긴다음 고산 안수산 아래 성재리로 가서 빈집터에 주차하고 산행 시작.
안수사와 안수산(계봉산)은 그간 여러차례 올라가 봤지만 이번에는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길을 따라 서레봉까지, 그리고 오도재를 거쳐 오덕사와 덕적골(동쪽골)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는 제법 긴~코스로 구상했다.
8시23분 성재리에서 출발, 안수사 주차장 오르막을 걸어서 올라가는데 이제까지 차를 타고 올라갔던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경사도 급하고 길이도 제법 기네!
케이블카가 있는 지점부터는 본격적인 오르막 마구잡이길, 그리고 능선길과 만나는 삼거리엔 '저절로 가는길'이라는 팻말이 눈속에서 우리를 맞는다.
장영형님은 초반에 몸이 덜 풀린 듯 힘들어 보이던데 안수사 절에 이른 뒤부터는 정기를 받았는지 펄펄 난다.
스님은 동안거에 들어가셨기 때문에 만나뵐 수가 없고 돌로 만들어진 동자승 하고만 인사를 나눈다.
눈이 펑펑 내리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는 좋지만 아랫동네 경치를 하나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다원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정상으로 오르는 바위암봉을 줄을 잡고 위태위태하게 올라간다.
밧줄이 시원찮게 생겼는데 행여나 끊어지기라도 한다면 열길 낭떨어지로 추락할 판이라...후덜덜!
안수산 정상에서도 역시나 세상경치는 구경할 수가 없고 눈 내리는 분위기만 만끽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고도 남는다.
크리스마스날 이렇게 확실히 눈이 내린건 내 기억으론 없었지 아마?
하여간 너무 너무 좋아요!
09:38 안수산 정상에서 주능선으로~
한시간 남짓 지난 뒤에 바람이 막아진 바위틈 아늑한 곳에서 챙겨온 간식과 보드카, 그리고 백주를 한모금씩 마시며 산행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그러고보니 산행 중간에 뭘 먹어본 기억도 가물가물...
오늘은 아무튼 특별한 날.
11:05 서레봉 갈림길
여기서 오도재 방향으로 멋진 암봉능선을 탔는데 경치는 최고로 빼어났지만 내려가는 길을 놓치는 바람에 한동안 급경사 계곡길을 헤맨다.
여름철 같았으면 곤란한 일이 많았겠지만 덤불이 다 사그라진 한겨울이라 길이 아닌 곳도 그냥...무가다로...
12:02 드디어 평평한 땅에 발을 딛는다.
임도에 내려선 것인데 ... 그런데 뭐가 이상하다?
방향이 살짝 틀어져 하산한 덕에 하마터면 오스겔러리 방향으로 갈뻔했다.
오도재를 찾아 올라간 뒤 이정표와 안내판을 보니 웃음이...
오도재에서 오덕사로 내려가는 길부터는 둘레길로 달팽이가 안내해주는 표준길이기 때문에 길을 잃을일도 없고 무난하게 진행.
오덕사에서 고산쪽으로 이어지는 도적골(어떤데선 덕적골 또는 동쪽골)은 백련사에서 구천동에 이르는 길을 연상케 하는데 방향이 북쪽으로 나 나있기 때문에 맞바람을 받는다.
산에서와 달리 부하가 덜 걸리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맞바람을 안고 가니 체온이 식고 손이 시려워서 다들 고충이 많다고들...쉬워서 어려워요!
1시간 남짓 걸어서 차가 있는 성재리에 도착.
총 5시간이 넘는 제법 긴 산행과 트레킹을 한 것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하얀 설원을
고산읍내에서 점심을 먹으려 나갔다가 골목집에서 시간초과/예약미비로 퇴짜를 맞고 순대국밥으로 남은술 한모금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