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9일 토요일 번개 등반 후기

[김용준]

 1. 일       시 - 2019년 10월 19일, 토요일

 2. 대  상  지 - 선인봉 표범길

 3. 등반 인원 - 김용준, 김지성

 4. 운       행

  08:30 - 도봉산 분소 출발

  09:30 - 푸른샘 도착, 휴식

  10:00 - 선인봉 도착

  10:30 - 표범 등반 시작

  12:20 - 등반완료,하강완료

 5. 등반후기

  언제나 변함없는 저 푸른 산과 같이

  내 맘에 변함 없는 꿈 푸르게 살아 있어

  그리워 불러 볼 수 없는 그대의 이름 같이

  내 맘에 변함없는 사랑 영원히 살아 있네

  왜 난 사는건지

  무엇이 삶의 목적인지

  왜 난 걷는건지

  어디가 나의 쉴곳인지

  그리워 저 산을 바라봐 흘러가는 구름 위

  내 맘에 남아 있는 모습 눈물로 가려지고

  올라도 오를 수 없는 저 푸른 산과 하늘 위

  무어라 내게 말하는데 나는 들리지 않네  

       (드라마 산 OST - 저 산 넘어)

 참 많이도 듣고 불렀던 노래다.

 내 마음속을 들여다 보고 대신 말 해주는 것 같은 노래다.

 내 맘속에 있는 산을 향한 열정이 살아 있음을......

 무어라 내게 말해주는 산의 가르침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내 맘에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먹고 사는것이 바쁘다는 것 등등.... 

 이런 저런 핑게로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많이도 줄어 들었는데....

 마음 속 열정은 살아 있다고 스스로 위로 하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나는 산에 있을때 나의 존재감을 깊이 느낀다.

 산을 오를때 몰아쉬는 나의 거친 숨소리에....

 암,빙벽에서 추락에 대한 공포감이 나를 확 감쌀때....

 등반 종료 후의 안도감과 기쁨으로 가슴에 벅찰때.....

 함께하는 선,후배들 속에 내가 있을때....

 그래서 아무래도 나는 산에 가야겠다.

 오늘 번개 등반에 지성이가 함께 해주기로 한다.

 오늘 등반 후에 비박을 하고 다음날 예정되어 있는 산악회 등반에 함께 하기로 한다.

 오랜만에 40리터 배낭에 비박장비, 선등장비, 로프, 식량, 물3L(하중 훈련 목적)등등을 패킹하니 묵직하다.

23~25kg 될 것 같다.

지성이를 만나 선인봉으로 향하는 어프로치가 만만찮다.

땀은 비 오듯 하고 거친 숨을 계속 몰아 쉰다.

지성이도 오랜만의 무거운 하중이라 힘들어 한다.

도봉산장 부근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바로 푸른샘으로 향하고 도착 후에 배낭을 벗어두고 물 한 모금에 휴식을 하고 식수를 보충한다.

지성이는 물 주머니에 5L채우고 배낭에 넣으니 하중이 5kg 늘었다.

묵직하다.ㅋㅋㅋ

 오늘 등반의 목적은 나의 표범 선등이다.

 그리고 지성이의 선등으로 박쥐 등반을 하는 것이다.

    “형! 뭐 먼저 할래요?

    “표범부터 하자!”

 사실 박쥐를 후등으로 한판하며 몸쫌 풀고 표범 선등을 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마음속 긴장감을 그대로 가지고 표범을 리딩 하는 것이 더 나을 듯 했다.

  표범, 박쥐 아래 도착 후에 자리를 잡고 등반 준비를 한다.

 오랜만에 기어렉을 착용 하는 것도.... 기어렉에 캠을 거는 것도 참 많이 낯설다.

 등반 준비를 완료하고 표범 출발점에서 로프를 하네스에 묶을 때

 매듭을 하는 나의 손이 잠깐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며 깊은 호흡을 한다.

 “출발”

 표범은 스타트가 젤 긴장된다.

 볼트가 없으니 스스로 확보물을 설치해야 한다.

 시작 지점 언더 크랙에 작은캠을 설치하고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언더 크랙 위 오른손 홀드 아래에 너트를 설치하고 출발한다.

 사실 너트 설치 후 불안한 마음에 아래 언더크랙에 작은 캠을 하나 더 설치 하고 싶었는데... 

 지성이가 괜찮다고 그냥 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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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이와 단 둘이 이렇게 자일을 묶는게 정말 오랜만이다.

 지성이는 내가 형이라고 항상 형 대접을 해준다.

 엄밀히 따지면 겨우 1살 많은 형인데도....

 내게 지성이는 좋은 동생이자 좋은 산선배님 이다.

 지성이는 나보다 훨씬 먼저 산에 다녔고 등반경험도 훨씬 많고...

 여러 면에서 산과 산악회 선배님이다.

 그래서 난 지성이 말을 참(?) 잘 듣고 시키는 건 무조건 한다.

  말 많은 사람 물에 빠지면 입만 물위에 뜬단는 말이 있지만

 나는 물에 빠지면 엉덩이가 물위에 뜬다,

 왜냐면........

 물속 고기들과 수다를 떨어야 하니 엉덩이가 뜰수 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기 좋아하고 말 많은 내가 지성이랑 등반 중에 지성이가

    “아따! 형! 말많네! 말하지 마요!

     ".........."

 그럼 난 말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둘이서 평일에 인수 취나드B 등반 하는데

 나는 당연 후등이라 생각 했고 후등으로1피치 올라가서 회수한 장비를 넘겨 주려니

 오히려 자기 선등 장비를 내게 넘겨주며 빨리 올라 가란다.

    “지성아? 내 후등잔데...?”

     “스윙으로 갑시다. 형도 선등 쫌 해요. 할수 있는 사람이 자꾸 뒤 에서만 올라 해요”

 마음의 준비도 없이 겁도 나는데...

 지성이가 가라 하니 난 간다.

 2피치 종료후 장비를 넘겨주려니 그냥 계속 가란다. 

 스윙 하자고 해놓고는...

 결국 귀바위 까지 계속 갔다.

 그 날 지성이는 그 당시 움추려 들었던 내 마음속 산열정을 다시 꺼집어 내 주려고 했던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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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범 1 피치 스타트를 너트 하나 설치 후 올라서서 바로 캠을 하나 더 설치하고 나서야 두려움을 살짝 극복!

 1피치 첫 번째 크랙 시작점에 손째밍 후 캠하나 더 설치.

 이제 추락해도 바닥은 아니니 심적 부담이 많이 줄었다.

 크랙 장갑을 착용하니 손째밍이 훨씬 수월하다.

 크랙이 끝나기 전에 캠을 하나 더 설치 할까 하다가

 크랙 지나서 바로 볼트가 있으니 캠 설치 생략하고 등반을 이어가고 동판 슬랩 구간이다.

 아직 정석으로 돌파할 상태는 아니라 생각하고

 슬링을 잡고 동판 이용하여 넘어가서 1피치 종료를 한다.

  지성이가 올라오고 2피치 시작

  첫 볼트부터 어렵다. 또 다시 추락의 공포가 확 온다.

 밸런스도 좋지 않고 손가락 한마디 조차 들어가지 않는 크랙에서 버티며

 킥드로를 걸고 클립을 해야 하는데...

 킥드로를 걸고 버티지 못하고 킥드로를 잡고 자일을 통과 한다.

 성질도 나고 자존심도 상한다.

 운동 부족!! 실력 부족이다!! 멘탈 부족!!

  첫 볼트 통과후 크랙을 따라 순조롭게 등반을 이어 가다 캠을 하나 설치 하려는데

 누군가 회수하지 못한 캠이 있어 킥드로만 설치하고 통과 후 2피치를 종료 한다.

  지성이가 오면서 회수 못한 캠을 회수를 했다. 블랙 다이아몬드 캠3호였다.

   “형! 완전 새거다. 오늘 일당 벌었다”

  공짜의 기쁨도 잠시... 아래에서 누군가 “고맙습니다”크게 외친다.

  3피치! 출발 후 슬랩 트래버스 구간 중간까지 볼트가 없다. 심적 부담이 생긴다.

 출발 후 몇 스텝 올라 서서 손가락 들어가는 크랙에 작은 캠을 하나 설치하고

 슬랩 구간으로 넘어가기 직전 크랙에 캠을 하나 설치하고

 불안한 마음에 캠을 하나 더 설치해서 이퀄라이징 하려고

 캠을 하나 더 설치 하려는데...

    “형! 뭐해! 뭐해!”

  “불안해서 캠 하나 더 하려고...”

  “형! 캠 설치 잘 됐잖아... 추락해도 절대 않 빠져 하나면 충분해! 넘어가”

 그래서 하나만 설치하고 슬랩 구간을 넘어가는데...

  정말 추락했을 때 캠이 날 잡아 주는지 추락 한번 해볼까 하는 미친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3피치도 종료 한다.

 지성이가 올라오며 첫 번째 설치한 캠을 회수하며 똑바로 설치 하지 않았다고 주의를 준다.

 그리고 캠을 설치 한 후에 손으로 당겨 확인 해보는 것은 좋지 않고

 캠의 바른 설치 여부는 눈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 하다고 일러 준다.

  테라스 까지 마지막 4피치 출발!

 시작은 슬랩 이다.

 슬랩이 끝나는 지점에 첫번재 볼트 통과 후에

 오른쪽으로 조금 넘어가서 위쪽 크랙으로  올라서야 하는데 여기가 발 홀드가 많이 미끄럽다.

 슬랩이 끝나는 지점의 첫 볼트에 슬링을 걸고 잡고 넘어 간 후

 바로 크랙 시작점에 캠을 하나 설치고 쭉 크랙을 타고 스태밍 구간 까지 등반을 이어간다.

 마지막 스태밍 구간 시작 전에 왼쪽 깊은 곳 크랙에 캠 하나 설치하고

 밖으로 나와 스태밍을 시작하려는데 좀더 몇 스텝 올라서서

 스태밍을 해야 할것 같은데 몇 스텝 오르기가 만만 찮다.

 쫄아서 캠 하나 더 설치 후 다시 시도 하는데 잘 안된다.

 다시 좀더 아래로 내려와서 밑에서부터 스태밍을 하니 밸런스가 나온다.

 테라스에 올라서고 4피치 등반을 완료 한다.

 간단히 사진 찍고 하강 완료 후

 회수한 캠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표범 등반을 마친다.

  박쥐를 한번 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등반하는 동안 많은 팀이 박쥐를 등반 중이었고

 대기하는 팀도 많아서 잠시 휴식 후 남측 오버행으로 넘어갔다.

  남측에서 지성이가 오버행 크랙을 톱로핑으로 등반을 한 후에

 우리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붉어지기 시작한 산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긴다.

  내가 오늘 표범을 선등으로 등반을 한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 마음 속 어딘가 항상 자리하고 있는 산 열정을

 다시 표면 위로 올려 놓은 것이 내게는 더 중요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이제 표면위로 올라온 나의 열정이

 다시 내려 앉지 않도록 노력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 본다.

  항상 응원 해 주시는 골수 산악회 선,후배님 들이 계시기에 

 제 스스로 다시 열정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또 이렇게 작게나마 열정을 살리는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후배님들게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종호]

[김용준]

종호 형님! 눈물까지~~^^
고맙 습니다.

[목영관]

형의 등반열정은 순수하게 다시 이어졌네요!! 저는 미국에서 돌아와 다시 등반을 시작하려는데 등반을 잘 못하는 나를두고 선배들의 비아냥거림 때문에 복수심에 삐뚤어져 이어졌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김용준]

목대장! 고마워!
나도 그때 비아냥 거린 선배들중 한명 이였겠지...
꿈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을때도...
돌아와서도.. 넌 항상 자랑스러웠고...
지금도 마찮가지야!
함께 좋은 등반 많이 하자!

[목영관]

형 아닌데,,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산에 안다닙니다. 열정에서 진거죠!!

[김미야]

열정은 좋은것같아요
산에다니는 우리는 마음깊숙히 열정을가지고있지요
용준씨 앞으로 자주봐요~

[김용준]

예!
자주 자주 뵙도록 할께요.
고맙습니다.

[김덕교]

산열정 응원합니다!!!
등반후기 또한 베리굿이네요.

[김용준]

덕교! 땡큐!

[한동희]

사실 좋은 등반기란 그 루트에 대한
소소한 정보와 등반하면서 느낀 솔직한 심정, 또 그것들을 꽤나 재미있게 그러나 왜곡없이 쓴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그런데 그런 글이 여기있네요.너무 멋진 등반이었고 등반기 또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겨울에 소주 한 잔 하시죠!

[김용준]

동희야! 고맙다.
겨울에 파아란 빙벽 아래서 맛난 어묵탕 안주로 소주 한잔 하자.

[김영도]

같이 오래 등반 하자. 가끔 막걸리도 같이 한잔하고.

[김용준]

예! 영도형! 고맙습니다.
함께 오래 오래 등반하고...
막걸리도 자주 자주 같이 한잔해요^^

[김보람]

용준형 멋져요 ~

[김용준]

보람! 고마워~~
너도 멋져!

[민경오]

밥먹는데, 열정이필요하냐.

[김지성]

아이구 재밌는 등반기를 이제야 봐지...!
등반기 아주 실감나고 재밌네요, 내가 한말을 하나도 안빠뜨리고 그대로 서술했네요.
표면위로 올라온 열정을 쭈욱 이어가서 표범을 스무스하게 올라가길 바랍니다.
항상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