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27] 이정옥(李貞玉) - 일심봉천(一心奉天) 7. 1960년 하계 전도 순회 경험 - 2
11 죄악 역사 육천 년을 걸어오신 하나님께서는 이보다 몇천만 배의 어려운 사정을 쉴 새 없이 곱이곱이 넘고 겪으시며 걸어오신 것을 생각하니, 그 심정이 체휼되는 것 같아 눈물이 볼을 적셨다.
12 하나님의 억만 가지 사정 중 그 하나라도 이렇게 체휼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시니 감사하고, 또 은혜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되니까 어디서인지 힘이 나는 것 같고 다리도 좀 가벼워져서 계속 걸었다. 13 70리를 걸어 오후 3시, 강릉을 20리쯤 남겨 놓은 어느 마을 작은 초가집 앞에 닿았을 때 사람들이 십여 명 모여 있었다. 이곳은 강릉과 대관령으로 넘어가는 갈림길이었다. 장마로 모든 버스가 불통됐고, 약 20대의 버스가 지금까지 대관령을 넘어갔는데 이제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14 지칠 대로 지친 나는 20리를 더 걸어서 강릉으로 갈 기력이 없었다. 강원지구의 교회 분포도를 꺼내 보니까 대관령 꼭대기에 횡계라는 곳에 교회가 있었다. 횡계교회에 가서 그날 저녁 예배를 볼 예정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15 이미 강릉에서부터 만원이 되어오는 버스에 10여 명이 더 타게 되니 기가 막혔다. 도저히 올라탈 수 없었다. 기를 쓰고 입구 쪽에 겨우 한 발을 디딜 정도로 서서 탔다. 한 발은 공중에 떠 있다가 한참 후에야 마저 디딜 수 있었다. 16 횡계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 도착해서 통일교회를 찾으니 그 마을에서 산을 넘어 15리를 더 가야 한다고 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금방 찾을 줄 생각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해는 저물어가고 기가 막혀 그 자리에 퍽 주저앉고 말았다. 눈에서는 한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곳이 바로 대관령 제일 높은 고원 산중이었던 것이다.
17 한참 있노라니 멀리서 농부 한 사람이 지게에 무엇을 무겁게 지고 나타났다. 어찌나 반가운지 그에게 달려가서 길을 물었더니, 좀 더 가면 개울가에 사람들이 있으니 물어보라고 했다. 과연 작은 개울에는 부인들과 애들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18 교회를 물었더니 다행히도 한 여자가 저 산을 넘어 10리쯤 가면 있다고 했다. 그쪽을 바라보니 날은 어둑어둑해지는데, 숲이 우거진 산을 혼자 넘어가야 할 것을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고 겁도 났다.
19 그래서 그곳 어린애들에게 돈을 주겠다면서 안내를 부탁했더니 선뜻 대답하지 않았지만, 두 소녀가 가겠다고 해서, 이 어린 소녀들을 의지해서 산을 넘고 산모퉁이를 돌아가니까, 멀리 초가집 두 채가 산 밑에 보이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 교회라고 했다.
20 해가 지자 몹시 춥고 떨렸다.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저 교회만 당도하면 따뜻한 방도 있고 교회장과 식구들이 있어 반가이 맞아주겠지 하고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 보니 방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고 인기척이 전연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