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배기 아들의 암, 그리고 아버지의 결심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손자인 세 살배기 루카스 월튼은 신장에 생기는 희귀 암인 '윌름스 종양'(콩팥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부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항암제의 치료 성공률이 높다는 말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 엄마는 대체요법에도 눈을 돌렸고, 과일·허브·채소를 풍부하게 먹는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루카스는 회복되었고, 이 경험은 아빠 존 월튼에게 "음식으로 정말 암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만들었다.
5백만 달러 실험
억만장자였던 존 월튼은 500만 달러(~70억원)를 들여 제대로 된 과학적 연구 - '여성의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WHEL) 연구' - 를 시작했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마친 여성 3,00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과일∙채소를 하루 12접시까지 늘리고 지방은 줄이도록 했고, 다른 그룹에는 권장 수준인 '하루 5접시'만 먹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7년간 식사 일기를 쓰고, 채소·과일 섭취량을 보여주는 혈액 속 카로티노이드 수치도 주기적으로 측정했다.
예상 밖 결과
기존 관찰 연구들은 채소·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암에 덜 걸린다는 결과를 보여줬기에, 다들 큰 효과를 기대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두 그룹의 암 재발률과 사망률은 차이가 없었다.
왜일까? 실험 시작 시점에 참가자들은 이미 평균을 훌쩍 넘는, 하루 평균 7접시 정도의 채소·과일을 먹고 있었다. 이미 충분히 잘 먹고 있던 사람들에게 섭취량을 더 늘리는 건 별다른 추가 효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부족한 걸 채우는 것’과 ‘이미 충분한데 더 넘치게 먹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던 셈이다. 유방암 환자들에게 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채소·과일은 하루 최소 7접시 정도는 챙기되, 그 이상 지나치게 늘릴 필요는 없다는 것.
아쉽게도 존 월튼은 이 연구 결과를 보지 못했다. 아들 루카스는 건강하게 성장해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 접근성 관련 연구에 직접 돈을 대는 어른이 되었다.
그렇다면 식습관은 정말 상관없을까?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된다. 식이요법이 이미 생긴 암의 진행을 막지는 못했지만, 애초에 암에 걸릴 확률을 낮추는 데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만, 흡연, 음주, 특정 감염, 붉은 고기·가공육의 과다 섭취, 그리고 광부·아스팔트 작업자·목공·디젤 매연 노출 직업군 등은 모두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부유함' 자체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선진국 여성들은 첫 출산 연령이 늦고 모유 수유 비율이 낮아 유방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대로 초경이 이를수록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져 위험이 커지는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 흔한 다산·완주 임신은 오히려 위험을 낮춘다.
요약
암을 이기는 특효 식단은 없다. 다만 ‘부족하지 않게 골고루’ 먹는 것과, 비만·흡연·음주 같은 명확한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것이 지금까지 과학이 확인해 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