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耳鳴
오영록
낯선 채석장에 수많은 인부와 뒤섞여 돌을 깨고 있다
저마다 정에 망치 하나씩 들고 바위산을 깨고 있다
정이 돌을 쪼는 소리와 망치가 정을 때리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린다
아우성친다
바위를 물어뜯는 정
살아남으려 버티는 바위와 망치
죽은 벌레에 모여든 개미 떼처럼 거칠어지는 호흡과 증오의 눈빛으로 가득한 석공들
박자도 음역도 소용없는 무아경의 난타
점점 더 희미해지는 초점
망치는 왜 정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쳐야 하는지
정은 왜 또 바위의 심장을 물어뜯어야 하는지를 잊는다
말 한마디 없이 망치만 휘두르는 석공들
고막을 찢던 망치 소리가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가끔 멀리 들리는 듯
아니 이제 소리가 보인다
오늘도 도시락 반찬이라곤 고추장과 마요네즈뿐이다
낯선 석공들은 마요네즈를
난 고추장을 싸 왔다
물에 만 밥을 후루룩후루룩 마시면서도 반찬을 열지 않는다
마요네즈와 물만 밥은 따로 논다는 것을 저들도 아는 눈치다
어느새 먼저 밥을 마신 석공이 하나둘 망치질을 시작했다
아직 고추장 통은 열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재촉하는 눈빛이 뒤통수에 꽂힌다
먹던 도시락을 서둘러 덮어놓고 다시 망치를 잡는다
날카롭던 정의 날은 뭉툭해지고 망치에 맞은 머리는 꽃이 폈다
망치질 소리에도 정은 꽃이 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리지 않았던 망치질 소리가
다시 고막을 파고든다, 아주 잠깐이었다
두더지 잡기 게임기처럼 망치가 올라왔다가 고점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이내 들쥐를 본 황조롱이처럼 내리꽂히곤 했다
석공들 팔뚝이 잠깐 파르르 떨리는 순간 바람이 인다, 철썩
부서졌던 파도가 다시 일어서듯 다시 솟구치는 근육들
석공들의 거친 숨소리와 망치 소리 그리고 바위를 파고드는 정 소리가
너울너울 아지랑이처럼 춤을 추고 있다
초점 잃은 고막이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아직도 해는 중천이다.
오영록 | 2010년 『다시올문학』으로 등단, 2010년 문학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8년 머니투데이 신춘문예 당선, 201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빗방울들의 수다』 『키스』. 제1회 청계천문학상, 제6회 청향문학상, 제11회 백교문학상, 제4회 종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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