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주는 것일까? 남자란 때때로 참 단순하다. 별것 아닌 것에 목숨 걸고 달려든다. 저런 파워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속도 무제한, 일방통행. 여자들은 간혹 이해가 안 간다.하지만 남자들의 그런 면 때문에 연애가 즐거워진다. 그런 점을 이용해 애태우기 전략을 쓰는 게 재미나다.
좋단다. 무조건 사랑한단다. 그런 게 어디 있나? 대면한 지 사흘 만에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 급하다. 너무 빠르다. 남자들은 자기의 시야에 들어온 여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조바심을 내는 게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싫다. 성급한 결정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게다가 남자는 시각에 민감하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의 어떤 점을 보고 사랑한다는 말인가?
어쨌든 그는 진지하다. 무심결에 받은 전화에 아프다는 말 한마디 했다고 죽을 사온다. 약을 지어 온다. 천둥이 쳐서 무섭다는 한마디에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에 달려온다.
그래도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선을 긋는다. 매일 아침 모닝콜로 아침잠을 깨워준다. 출근, 식사, 퇴근…. 일일이 챙긴다. 그의 지나친 관심이 간섭이 돼 간다. 싫다. 더 싫다. 여자의 싫다는 반복되면 좋다가 된다고 했던가? 어느덧 길들여진 나를 발견한다. 메신저 접속 창에 그가 보이지 않으니 불안해진다. 하지만 티를 내서는 안된다.
갑작스러운 그의 키스. 놀란다. 허락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길들여져 가는 나. 생각 이상의 선을 내준다. 여자들은 한꺼번에 남자에게 모든 것을 내주기를 원치 않는다. 쉽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다 가진 자는 더 이상 조바심을 내지 않으니까. 보석처럼 다루어지던 것에 시들해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배우니까. 하지만 남자들은 내친김에 뿌리 뽑으려 한다.
내준다. 나도 모르게. 그럴 때면 드라마에서 늘 유행하는 멘트 하나 날린다. 내 몸을 갖는다고 내 마음까지 갖는 것은 아니야!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일부러 차갑게 말한다. 그래야 남자들의 도전 심리를 불태울 수 있으니까. 순진한 남자일수록 일정 시간 연락 두절 상태를 만들면 더욱 효과가 높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더욱 애태울 수 있다.
물론 너무 칼같이 자르면 안된다. 그가 재시도를 할 수 있는 빈틈을 살짝 내줘야 한다.
실수인 듯 메신저 차단을 풀거나 아파서 조퇴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주위로부터 들을 수 있게 말을 흘려야 한다.
성공하면 짜릿한 스킨십과 애절한 심리적 사랑, 두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실패하면? "나는 당신보다 약한 여자야"라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나빠, 아주 나빠…." 이런 한마디로도 남자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 때로는 "화난 거야?"라는 말도 통한다.
남자들이란 화도 안 내야 하며 나빠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남자들이여, 만약 싫은 여자를 떼내고 싶다면 반대로 응용하라. "나는 원래 나쁜 놈이야" 하며 화를 버럭 내라. 십중팔구 여자들은 떠나간다. "나는 원래 이래", 이것처럼 질리는 말은 없다. 변화시킬 수 없다는 뜻이므로. 과거로부터 미래까지 계산에 밝은 여자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