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11-4 11 전포田圃 밭과 채마밭4 초성두묘희草盛豆苗稀 풀 성해서 콩 싹이 드물다
아유수무전我有數畝田 나에게는 몇 마지기 밭이 있는데
고하의암기高下依巖碕 높고 낮게 바위 벼랑에 있네.
종두무불치種豆蕪不治 콩 심고서 거친 풀 매지 않았더니
초성두묘희草盛豆苗稀 풀만 무성하고 콩 싹은 드무네.
앙천가명명仰天歌鳴鳴 하늘 우러러보며 흥얼흥얼 노래 부르며
정언사고인靜言思古人 조용히 서서 옛사람을 생각하네.
인생행락이人生行樂耳 인생은 즐겁게 지낼 뿐이라
부귀로아신富貴勞我身 부귀는 내 몸을 수고롭게 하네.
아신물부려我身勿復慮 내 몸은 다시 생각하지 말 것을
비태재창민否泰在蒼旻 잘되고 못되는 것 푸른 하늘에 있네.
중인정조초衆人正啁噍 여러 사람 떠들고 짓씹어대니
세아상모순世我相矛盾 세상과 나는 서로 모순되네.
세화연명시細和淵明詩 도연명의 시나 잘 화운和韻하다가
승화이귀진乘化以歸盡 조화가 하는 대로 無로 돌아가리라.
초성두묘희草盛豆苗稀 풀만 무성하고 콩 싹은 드물어라
내게 있는 몇 마지기 밭
높고 낮은 바위 벼랑 위에 있소
콩 심어놓고 거친 풀을 매지 않았더니
풀만 무성하고 콩 싹은 드물었소.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조용히 말하며 옛사람 생각한다오.
인생은 그저 즐길 뿐
부귀가 내 몸을 수고롭게 한다오.
내 몸을 다시는 생각하지 말자
잘 되고 못되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는 것
사람들이 지껄이고 씹어대니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날 뿐
조용히 도연명의 시를 화답하며
조물주 조화를 따라 무로 돌아가리라
►초성두묘희草盛豆苗稀 풀 성해서 콩 싹이 드물다
<귀원전거歸園田居 전원으로 돌아오다/도잠陶潛(365-427)
其3
종두남산하種豆南山下 남산 자락에 콩 심었더니
초성두묘희草盛豆苗稀 잡초만 무성하고 콩 싹은 듬성듬성
신흥이황예晨興理荒穢 새벽같이 일어나 김매러 나갔다
대월하서귀帶月荷鋤歸 달빛 속에 호미 메고 돌아온다.
도협초목장道狹草木長 풀이 길게 자란 좁다란 길
석로점아의夕露霑我衣 내 옷자락이 저녁 이슬에 젖는다.
의점부족석衣霑不足惜 옷이야 젖어도 아까울 거 없지만
단사원무위但使願無違 내 소원만은 어그러지지 않았으면
►‘이랑 무(묘)畝’
►명명鳴鳴 울다↔오오嗚嗚 소리 높여 노래 부르는 소리. 삐삐. 삘릴리, 어흥.
►비태否泰 불운과 행운. 막힌 運數와 터진 運數 곧 不幸과 幸福.
►창민蒼旻 푸른 하늘. 창천蒼天. ‘가을 하늘’을 달리 이르는 말.
►조초啁噍 짹짹. 새 우는 소리
‘비웃을 조, 새소리 주啁’ 비웃다. 조롱嘲弄하다
‘먹을 초, 새소리 추噍’ 먹다, 씹어 먹다 . 씹다, 물다
►승화乘化 자연의 변화와 조화에 맡김. 천운天運에 맡김.
료승화이귀진聊乘化以歸盡 얼마 동안 자연의 조화를 따르다가 죽으면 그만인 것이니
낙부천명부의의樂夫天命復矣疑 천명을 즐길 뿐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도잠陶潛 귀거래사歸去來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