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프로그램 : 원음방송 <둥근 소리 둥근 이야기>
* 코너 명 : <달을 가리키다>
* 방송 시간 : 2023년 5월 3일 (수) 오후 6시 ~ 7시
성현들은 달을 가리키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손가락만 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는 시간인데요. 종교의 문자나 상징이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고 있는 종교의 참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지난 4월 28일 원불교 최대 경절인 대각개교절을 맞아 원광대학교 평화연구소에서 뜻 깊은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한국의 평화 사상’이라는 주제로, 한국의 여러 평화 사상들에 배우고, 통합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가 마련된 건데요. 자세한 이야기, 원광대 평화연구소장 원익선 교무님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교무님 안녕하세요.
1. 반갑습니다. 지난 4월 28일 대각개교절에, 원광대 평화연구소에서 한국의 평화사상이라는 주제로 뜻 깊은 세미나를 열었는데요. 자세히 소개해주시죠.
우리 모두의 공동생일인 대각개교절에 세상을 향해 어떤 좋은 선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한국의 평화사상>이라는 세미나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저희 연구소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아젠다를 구상하고 있는데 그 아젠다의 주제와도 일치되어 이 모임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세계의 평화사상이나 인물들이 한국사회에 많이 소개되어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도 했습니다만, 이제부터는 우리 역사에서 평화사상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현실적으로도 남북한이 극한적으로 대치하고, 미국과 중국이 점점 대결 국면으로 가는 상황에서 이 한반도의 평화야말로 이 지역은 물론 세계 모든 인류에게도 시급한 일입니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상황도 마음이 아프지만, 한반도는 이미 수백만 명의 목숨을 잃은 전쟁이 일어났던 곳이지 않습니까. 2천년대 초반부터 형성된 남북한의 평화무드는 사라지고, 점점 갈등이 고조되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완화시키기 위한 작은 몸부림으로 이 땅의 평화를 염원했던 여러 사상가, 종교인들을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저희 연구소가 이미 한 주 전 4월 21일에도 학술연구모임을 개최해서 함석헌 선생님의 평화사상에 대해서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모임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대학과 연구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2. 대종사님께서 여러 종교들의 가르침을 통합 활용하라는 말씀을 하기도 했죠. 이날 어떤 분들의 평화 사상이 소개됐습니까?
보훈교육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신 이찬수 선생님이 ‘한반도 평화사상과 평화 구축의 역사’를, 통일연구원에서 활동하시는 서보혁 선생님이 ‘리영희의 반전반핵 평화사상’을, 한국불교학회 편집위원장으로 일하고 계신 동광스님이 ‘원효의 평화사상 다시 읽기-복제품 양상 극복을 위한 시론-’를, 원광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로 계시는 전철후 교무님이 ‘원불교의 평화사상-대산 김대거의 화동의 도’를 발표했습니다.
3. 한 분 한 분의 평화 사상에 대해 들어보고 싶은데요. 우선 한국의 평화사상과 한반도 평화구축의 역사에 대해 이찬수 교수가 발표를 했군요?
이찬수 선생님은 목사님이시기도 한데요. 현재는 종교와 평화와의 관계, 평화학의 구축을 연구하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에서 발표를 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서두에서는 간략하게 한국평화사상의 역사를 다양성의 수용과 조화라는 측면에서 밝혀주셨습니다. 신라에서 조선, 근대 이후의 평화사상을 이야기 하셨는데, 최치원, 원효, 이이, 이황, 정조대왕, 정약용, 최시형, 전봉준, 만해, 안중근의사 등을 언급하면서 원불교 또한 한국의 평화론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하고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님의 평화사상은 중도와 중용, 상생과 조화, 관용과 섭취불사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산종사의 건국론과 삼동윤리를 통해 내면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체제의 변혁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찬수 선생님은 상처와 갈등의 축소를 위해 폭력을 줄이는 감폭력을 통한 평화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남북한 간에 소통을 늘이고 전략은 줄이는 비폭력의 상황을 만들어 가자며, 그 동안 진행된 정부의 평화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4. 2세션에서는 리영희의 평화사상이 소개됐는데요. 간단히 전해주시죠.
서보혁 선생님은 리영희 선생님에 대해 냉전기와 데탕트, 탈냉전기를 일관하며 한국과 한반도, 그리고 동아시아를 넘나들며 전쟁과 평화를 평론하고 그 대안을 모색한 분이라고 합니다. 리영희 선생님의 평화사상에 대해 반핵평화주의론, 동아시아 평화주의론, 한반도 평화체제론을 주장하였다고 하며, 한반도 통일의 조건, 방안, 방향을 통해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일찍이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가능성을 예상하고 그 대응책을 제안했다는 점입니다. 그 제안에서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가 선결 조건이며, 일본의 군사주의에 대한 남북 전체의 대민족주의, 언론의 자유와 평화를 희구하는 민주주의 신장이 중요하며, 반전반핵평화를 위한 지식인의 역할과 함께 균형잡힌 감각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서보혁 선생님은 리영희 선생님의 통일사상은 북한 및 통일문제를 있는 그대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닮아가는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5. 3세션에서는 원효의 평화사상이 소개됐네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불교학자의 입장에서 원효대사의 평화상을 논의하신 동광스님은 불교는 과연 믿음의 종교인가 라는 질문을 먼저 던집니다. 내면의 불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통한 깨달음의 종교가 바로 불교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불살생인 아힘사(ahimsā), 마음의 평화인 샨티(śānti), 연민과 자애인 메타(mettā)의 평화와 관련된 언어를 분석합니다. 이어서 이 세상 무엇으로도 부술 수 없고, 어떤 것도 능히 부수어 버리는 금강으로써 삼매를 삼는다는 <금강삼매경>에 대한 원효대사의 주석에서 파계(破戒)를 통한 대승행, 원효 사상의 핵심인 일심(一心)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튼튼한 이론을 가진 원효대사는 민중의 아픔과 함께 하며, 세상의 평화를 구축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동광스님은 7세기 동북아시아에서 국제분쟁의 중심에 원효대사가 평화를 외친 이유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6. 마지막 4세션은 대산 김대거 종사님의 평화사상이었습니다.
저희 평화원구소의 연구원으로도 일하고 계신 전철후 교무님은 먼저 소태산 대종사님의 강약의 조화의 원리를 원불교 평화사상의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원리가 바로 진급과 강급이 순환되는 사회적 연기론에 입각한 갈등해소의 평화적 모색이라고 합니다. 이어 정산 송규 종사님의 중도주의와 삼동윤리 또한 원불교의 평화윤리라고 합니다. 이어서 대산 김대거 종사님의 일생을 살펴보고, 1991년 설하신 <화동의 도>야말로 남북의 화해와 평화, 지구촌의 화해협력을 위한 상생의 길이라고 합니다. 특히 멸공, 반공, 승공 단계를 지나 공산주의를 포용하는 용공(容共), 화합하는 화공(和共), 구제하는 구공(求共)의 단계로 가야한다는 법문이 자리이타의 정신에서 나온 평화사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실천하기가 어려운 내용의 이러한 법문을 30년 전에 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대산종사님의 화동의 도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탈경계화의 세계에 공감적 공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7. 이렇게 훌륭한 사상들이 우리 안에 있는데요. 이런 평화사상들이 잘 활용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참으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세계적인 현실은 약육강식의 경쟁 구도가 더욱 강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한반도도 점점 격량의 파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종교인들, 지식인들이 깨어 있어 우리 시민들의 눈이 되고 발이 되어 평화를 소리 높여 외쳐야 할 때라고 봅니다. 비록 실현은 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선각자들 또한 지금보다도 더 어려운 때, 평화를 위해 세상에 온몸을 내놓으셨습니다. 이미 이 땅에는 이처럼 자신의 평화사상을 내걸고 실천한 많은 선지식들이 계시기 때문에, 이 분들의 뒤를 따라 평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면 반드시 갈등과 전쟁을 막고 일상의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8. 마지막으로, 이날 세미나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면서 느끼신 바가 있다면요?
지금은 무엇보다도 평화가 절실한 시기라고 봅니다.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 등의 여러 지구적인 차원의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이와 함께 지구의 평화구축을 위해 모두가 소리 높여 외칠 때입니다. 저희 연구소가 평화를 내걸고 여러 학술모임을 하며, 교육 과정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평화교육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속한 원광대를 비롯한 모든 대학의 구성원들과 이웃종교인들, 나아가 우리 시민들 모두는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무엇이라도 한가지씩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지구적 차원에서 평화를 실현하는 길을 모색할 생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도 저희 연구소를 사랑하고 후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원광대 평화연구소장 원익선 교무님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