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콩최설 글/신은숙 그림 | 브로콜리숲 | 2022년 10월 25일
책소개
최설 시인의 첫 동시집인 『사랑에 빠진 콩』에는 사랑의 물결이 넘실거립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소중한 마음을 담은 동심으로 따스합니다. 어린이의 삶이 있는, 어른에게 바라는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글 / 최설
경상북도 끝자락 봉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영남문학》 동시 신인상, 《아동문예》 신인 문학상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대학교에서 어른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구지역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에 선정되어 첫 동시집 『사랑에 빠진 콩』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림 / 신은숙 오늘도 신나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다섯 번 울어야 말하는 고양이 카노』 『진짜 진짜 신나요』, 그린 책으로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 『여행을 떠나요』 『오줌 단짝』 『별이 다가왔다』 『유치원에 가지 않는 방법』 『산에 사는 금붕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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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콩
최설
콩깍지 씌여
올해도
한 집에서 꼭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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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최설
강물 위에
누군가 놓아둔
큰 돌멩이
돌
돌
돌
이 마을에서
저 마을까지
발 젖지 말고 건너라고
돌
돌
돌
따스한 마음 이어져
돌
돌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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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최설
돌
돌
돌
돌이 돌을 받쳐준다
돌돌돌
돌과 돌이 손잡는다
돌돌돌돌돌돌돌돌돌
돌돌돌돌돌돌돌돌돌
돌돌돌돌돌돌돌돌돌
돌돌돌돌돌돌돌돌돌
서로 업어주고
서로 잡아주며
든든한 울타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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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주문
최설
힘, 용기, 희망, 웃음이
함께 포장된
'행복' 상품
새벽 배송 주문합니다
배달 사고 나도
취소하지 않을게요
누구에게 배송되든
환불 요구도 하지 않을게요
이 상품은
누구든 먼저 가지시면 됩니다
새벽에 일하시는
택배 기사님이
‘행복’ 상품
먼저 열어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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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아저씨의 바람
최설
구급차 점검도 했고
전화기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도 마쳤고……
이제부턴
119 지령실 전화는 아무도 찾지 않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되어
할일 없이 앉아 있다가 교대를 하면 좋겠어
그때부턴
신나게 달려가고 싶어
빵집에 들러 빵을 사고 싶어
향긋한 빵 냄새를 앞세우고 집으로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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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감정 배송
최설
그 애를 좋아하고부터
주소를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실시간으로 배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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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
최설
모두
잠든 밤에
별이 되고 싶은 말똥은
말똥
말똥 말똥
말똥
말똥
밤을 밝히는 등대지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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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동심의 콩깍지에 단단히 씌워진 천진하고 믿음직한 마음-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사람을 본 적 있습니까? 동시의 콩깍지가 씌워진 최설 시인이 그런 사람입니다. 『사랑에 빠진 콩』은 2016년 『영남문학』 신인상을 그다음 해에 『아동문예』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활동을 시작한 최설 시인의 첫 동시집입니다.
“콩깍지 씌여 올해도 한 집에서 꼭 안고 있습니다”
이 마음으로 바람에 몸을 맡기듯 동시를 공글려 왔을 것입니다. 콩깍지 속에서 세상을 향한 꿈을 키우면서 그 안에서 사랑을 키워왔다는 자기 고백입니다.
“똥이 그렇게 예쁜데 넌 얼마나 더 예쁠까?”
별똥을 보고 이렇게 말할 줄 압니다. 아, 똥도 참 예쁘구나 그래서 그 똥을 밤하늘에 길게 그은 넌 또 얼마나 더 예쁠까 라고 짓궂은 말을 전합니다.
또한 말똥 말똥이라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을 데려와 땅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기도 합니다. 그 말은 마법처럼 별이 돼 밤하늘을 수놓기도 합니다.
“말똥 말똥 밤을 밝히는 등대지기가 되었다”
“나는 말이야 바람이 되고 싶”다는 말은 이 시집 전체에 흐르는 시인의 바람을 표현한 대목인 것 같습니다. 바람이 되고픈 시인의 바람 그 바람은 “그물에 걸려도 쑥 빠져나올 수 있”는 작지만 자유로운 멸치의 꿈으로 승화되어 나타납니다.
“주소를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실시간으로 배송된다”고 하는데요. 그것도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배송이 된다고 합니다. 말은 느리되 사랑의 마음은 그렇게도 가만 붙들어놓을 수가 없나 봅니다. 늘 생각보다 마음 먼저 나아가는 게 사랑이니까요.
시인의 말
소소하고 미미한 제비꽃 되어
어떤 이는 제가
연꽃 같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제가
제비꽃 같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제가
눈꽃 같다고 합니다.
저는 제비꽃이 되고 싶습니다.
바쁜 걸음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볼 수 있는
부족한 첫 동시집을 내면서 감사할 분이 너무 많습니다.
1999년 첫 인연으로 오늘까지 이끌어주신 정신적 지주인 최춘해 선생님
동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해 주신 안영선 선생님
항상 응원해 주는 내 편 동시 지기
항상 “괜찮아?” 안부를 묻는 똥태, 똥우
항상 나의 20대를 그리움으로 소환해 주는 그 친구
항상 노심초사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이끌어준 나의 동지
마지막으로 나의 지기들
여러분 덕분에
소소하고 미미하여 부끄럽지만
용기 내어 첫 발걸음 시작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 곁에 있어 주셔서.
2022년 가을이 깊어지는 10월 어느 날 최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