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눈물', 희생적인 부성애와 배려 돋보인 황제펭귄
- 극장판에선 말썽꾸러기 펭이의 우정어린 양보와 한부모 밑 솜이의 산전수전 '눈길'
지난해 '2012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시상식'에서 방송영상그랑프리 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6부작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연출 김진만)이 지난 7일, 새해를 맞아 극장판 <황제펭귄:펭이와
솜이>를 MBC TV로 방영했다.
다큐멘터리 <지구의 눈물> 시리즈 최종회인 <남극의 눈물>을 재구성한 극장판으로
지난해 8월 극장에서 개봉돼 화제를 모았다.
특히, 지난 6일 이 시리즈의 1편인 MBC 창사 50주년 특별다큐 <남극의 눈물:얼음 대륙의 황제>
에서는 황제펭귄의 자식 사랑이 시청자들에 감동을 전한데 이어
2편 <황제펭귄:펭이와 솜이>에서는 극한의 남극에서 아빠펭귄들의 희생적인 부성애와
아기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의 탄생부터 성장, 어른 펭귄이 되어 모험을 떠날 때까지를 그린
어드벤처물로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배우 송중기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극한의 남극에서 황제펭귄들이 영하 50도의 추위와 눈폭풍을 피하기 위해 알을 품고 3~4개월간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보호하는데, 특히 서로의 몸을 바짝 붙인 '허들링(Huddleling)'이라는 펭귄의
독특한 군집(群集) 형태는 수천 년간 내부 기온을 외부보다 10도 이상 올리는 단열 효과를 위해
모진 눈보라를 직접 맞는 바깥쪽 펭귄과 상대적으로 덜 추운 안쪽의 펭귄들이 질서있게 교대를
해가며 생명을 유지하는 생태로 야생에서 체득한 지혜와 공동체 생활의 배려를 연상케한다.
통상 펭귄은 암컷과 수컷이 교대로 새끼를 품는데 엄마 펭귄들이 알을 부화하고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
난 사이, 극한의 추위와 시속 100km이상의 눈폭풍에 견디지 못하고 알을 잃어버린
아빠 펭귄은 하룻밤 내내 비통에 잠겨 밤새 울다가도 일정한 시기가 되어 새끼들이 성장하였을 때
남의 새끼를 유괴하는 모습은 흡사 인간 세상과 닮았다.
알을 잃어버린 아빠 펭귄에 대한 애증으로 인해 바다에서 돌아 온 엄마 펭귄과의 냉전이
계속되다가도 아빠 펭귄의 끈질긴 구애에 의해 다시 엄마 펭귄은 알을 부화하는데,
이번 극장판 <펭이와 솜이>는 새롭게 알을 낳게 된 두 펭귄 부부와 아기 펭귄,
펭이와 솜이의 발자욱을 따라 경이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앞서 방영된 1부에서 추위를 피해 남극 대륙을 이동해가며 비로소 짝짓기와 신혼생활,
일부일처제 등극한 속에서 황제펭귄의 놀라운 생태계에서 나타난 질서와 배려는 시청자들의
고개를 저절로 숙이게 만들었으며, 이번 편에서는 부모 펭귄들의 애틋하면서 희생적인
새끼 사랑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엄마 펭귄이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나간 사이 알의 부화를 맡게 된 아빠 펭귄은 초보아빠들의
모습처럼 초조하면서도 애처롭기만 하다.
자칫 잘못하여 알을 잃지 않을까 눈폭풍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얗게 뒤덮여 눈보라와 혹한의
냉기가 엄습하는데도 불구하고 먹이를 소화하지 않고 위 속에 남겨둔 '펭귄밀크'라 불리는
먹이를 토해내 갓 부화한 새끼들에게 먹이며 성장과 발육을 돕는다.
특히 알을 막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새끼를 마주하면서 기쁨에 찬 울음소리도 잠시,
거친 기후와 천적, 새끼를 잃은 이웃 펭귄들의 공격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보호하고
새끼가 아빠 품에서 벗어나려 할 때 뒤뚱거리며 새끼를 끌어 품는 발걸음에는 노심초사하는
부성애가 역력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아빠 펭귄들의 이러한 고난은 약 3개월, 더 길게는 4개월 이상 계속되는데 눈과 얼음으로
배에 수분을 채우다가 흑야(극야; 한 달동안 해가 뜨지 않는 시기)가 지나고 태양이 비치면
생명의 기운이 움트게 되는 것이 남극이다.
4개월이 지나서 말썽꾸러기 먹보 펭이의 엄마 펭귄은 돌아왔는데, 솜이의 엄마 펭귄은 돌아오지
않자 유괴의 위험에서 벗어난 채 어느 정도 자란 솜이를 두고 아빠 펭귄이 엄마 펭귄을 찾으러
나서는 모습 또한 인간 세상과 흡사 닮았다.
아빠 펭귄이 떠난 사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구걸하는 아기펭귄 솜이의 모습은
흡사 '성냥팔이 소녀'나 '미운오리새끼'를 연상케하며 의지할 곳 없던 천덕꾸러기가 되고,
한 번에 새끼 하나만 품을 수 있는 탓에 내내 지켜보던 펭이는 엄마 펭귄더러 왜소해진
솜이에게 먹이를 양보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100개의 알 중에 12개 가량은 부화도 되기 전에 잃어버리는 아빠 펭귄들이 지키는 서식지 뿐
아니라, 먹이를 찾아 나선 바다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일부다체제의 코끼리해표에게 잡혀 먹히는 펭귄들이 다반사여서 무리지어 다니면서 플랑크톤이나
크릴새우 등을 잡아먹고 재빠르게 빙산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결국, 거친 바다에서 죽음을 당한 엄마 펭귄의 소식을 싣고 아무런 성과없이 되돌아 온
솜이 아빠는 솜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이후 솜이 아빠는 마치, 아빠 가식고기처럼
솜이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데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익히 봐왔던 아빠들의 부성애 이상이다.
하지만, 야생의 생태계에서 부모 펭귄들은 펭이와 솜이가 털갈이 때까지만 보호하고
이후 새끼들의 독립을 위해 새끼들을 떠나 바다로 가서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고 전하는
대목에서는 최근 과보호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는 인간의 육아법과 비교된다.
한부모 아래서 애지중지 자라던 솜이도 생후 40~50일이 되면 스스로 허들링을 배우고
펭귄유아원(?)에서 또래들과 맛있는 얼음을 먹는 등 사회성을 키우고 쑥쑥 몸체가 자라면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되고 펭이와 솜이는 남극에서도 따스한 봄이 찾아들자
얼굴과 머리가 부모 펭귄처럼 바뀌면서 홀로서기를 위한 모험을 떠난다.
이번 극장판 <남극의 눈물>에서 펭귄 가족의 생태를 통해 들여다 본 새끼 보호와 양육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부모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간접적인 체험학습 교재로 활용되어도
좋을 듯하며, 기존 TV애니메이션 <파퍼씨네 펭귄들>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야생의 리얼리티와 극적인 생태계를 폭 넓게 이해할 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송에서 송중기는 "남의 탓, 환경 탓을 자주하는 인간과 달리 황제펜귄들은 혹한과
눈폭풍으로 힘든 환경에 적응하며 허들링과 집단 생태 등을 통해 그들 만의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고 현존하는 펭귄 중 가장 몸집이 큰 펭귄으로서 남극대륙의 당당한 주인이 되었다"며
'남극의 눈물', 황제펭귄의 이러한 모험담은 새해를 맞아 자기혁신을 계획하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다짐을 갖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방송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