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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참예인들을 보구) 어서들 도로 들어가시지요.
미망인의 친구들, 참예인들 도로 원내로 들어간다. 무대에는 주지와 미망인과 도념 삼인만 남는다.
주지 이 애를 세상에 내려보냈다가는, 정말 야차(夜叉)를 맨들겠읍니다. 아주 단념하십쇼.
정심 창망히 다시 나온다.
정심 아씨께서 먼점 들어오셔야만 좌석이 진정되겠읍니다.
주지 어서 들어가보십쇼.
정심 따라 미망인 원내로 들어간다.
도념 (홀연히) 스님, 전 세상에 가서 살구 싶어요.
주지 닥듸려. 무얼 잘했다구 또 그런 소릴 하구 있니?
도념 절더러 거짓말한다구만 그러지 마시구, 저한테 어머니 계신 데를 가르쳐주십쇼.
주지 네 어미란 대죄를 지은 자야. 너에겐 에미리기보다는 대천지 원수라는 게 마땅하겟다. 파계(破戒)를 한 네 에미 죄의 피가 그 피를 받은 네 심줄에 가뜩 차 있으니까, 너는 남이 한 번 헤일 염주면 두 번을 헤어야 한다.
도념 왜 밤낮 어머니 욕만 하십니까? 아름다운 관세음보살님은 그 얼굴처럼 마음두 인자하시다구 하시지 않으셨어요? 절에 오는 사람 마다 모두들 우리 엄마는 이뻤을 것이라구 허는 걸 보면 스님 말씀같은 그런 무서운 죄를 지으셨을 리가 없어요.
주지 그건 부처님에게만 여쭙는 소리야. 너 유식론(唯識論)에 씌인 경문 알지?
도념 네.
총각 외면사보살 내면여야차(外面似菩薩, 內面如夜叉)라 하셨느니라. 네 에미는 바루 이 경문과 같이, 얼굴은 보살님과같이 아름답지만, 마음은 야차같이 무서운 독물이야.
도념 스님, 그렇게 악마 같을 리가 없읍니다.
주지 네 아비의 죄가 네 어미에게두 옮아서 그러니라.
도념 옮다니요?
주지 네 아비는 사냥꾼이거든. 하루에두 산 짐생을 수십 마리씩 잡어, 부처님 가슴을 서늘하게 한 대악부도한 자야. 빨리 법당으로 들어가자. 냉수에 목욕허구, 내가 부처님께 네가 저질른 죄를 모다 깨끗이 씻어주도록 기도해주마.
도념 싫여요. 싫여요. 하구 종일 향불 냄새를 쐬면 골치가 어찔어찔해요.
주지 이게 무슨 죄 받을 소리니? (조용히 달래며) 도념아 너 저 연못을 봐라. 5월이 되면 꽃이 피고, 잎사귀에 구슬 같은 이슬이 굴루구 있지 않니? 저렇게 잔잔한 연못두 한겹물란 퍼내구 보면 시꺼먼 개흙투성이야. 그것뿐인 줄 아니? 10년 묵은 이무기가 용이 돼서 하늘루 올라갈랴구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비 오기만 기대리구 있단다. 동네두 꼭 저 연못과 마찬자기야. 겉으루 보면 모두 즐겁구 평화한 듯 하지만 속에는 모든 죄악과 진애(震埃)가 들끓는 그야말루 경문에 아로새겨 있는 글자 그대루 오탁(汚濁)의 사바(娑婆)니라.
도념 아니에요. 모두들 그렇지 않데요. 연못 속에는 연근이라는 뿌럭지가 있지 이무기는 없대요.
주지 누가 그러든? 누가 그래?
도념 동네 사람들 올라올 적마다 물어봤어요.
주지 그럼 동네 녀석들 하는 소리는 정말이구 내 말은 거짓말이란 말이지? 경전이, 부처님 말씀이 모두 거짓말이란 말이지? 오! 이런 불가시리 같은 녀석 봤나? (하고 펄펄 뛴다)
도념 스님, 바른 대루 말이지 저는 이 절에 있기가 싫습니다.
주지 듣자듣자 하니까 나중에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오, 그 눈으로 날 보지 마라. 살생을 하드니, 전신에 살이 뻐친 모양이다.
미망인 원내에서 나온다. 뒤따라 그의 모(母).
도념 (미망인에게 매달리며) 어머니, 저를 데려가주세요.
미망인 응, 염려말라.
주지 염려마라니요? 아씨는 그저 애를 데려가실 작정이십니까?
미망인 그럼은요.
친정모 못한다. 넌 얘 하는 짓을 지금껏 두 눈으로 똑똑히 보구두 이러니?
미망인 어머니, 봤기에 더 한층 데려가구 싶은 생각이 솟았어요. 얼마나 어머니를 그리워했으면 그런 짓을 다 했겠어요? 지금 이 애를 바른 길루 이끌어갈려면, 내 사랑 속에서 키우는 것 밖에 딴 도리가 없어요.
친정모 얘는 전생에 제 부모의 죄를 받구 태어났기 때문에 아무리 구할랴구 해두 구할 수가 없단다. 홍역 마마하듯이 렇게 피하지 못할 죄가 하나씩 둘씩 발병하지 않니? 얘보담, 우리 인철이 영혼축원할 도리나 걱정해라.
미망인 인철인 기왕 죽은 애니까 재를 다시 지내면 그만 아니에요?
친정모 얘가 토끼 목도리를 존상 뒤에다 감춰만 뒀다면 모를까. 젊은 별좌(別坐) 얘길 들으니까 어젯밤에 떡 그 더러운 것을 관세음보살님 목에다 걸어놓구 물끄러미 바라다보구 있었다는구나.
미망인 (울며 미친듯이) 어머니, 난 얘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주지 아씨께서 진정으로 얘를 사랑하신다면, 눈 앞에 두구 노리개를 삼으실랴구 하시지 말구 얘 매디매디에 사무쳐 있는 전생의 죄 속에서 영혼을 구하게 이 절에 둬 주십시요. 자기 한 몸의 죄만 아니라 제아비 제어미 죄두 씻어야 할 테니까 얘는 여간한 공덕을 쌓기 전에는 저승에 가서 무서운 지옥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도념 스님, 죽어서 지옥에 가드래두 난 내려가겠어요. 찾어오는 사람을 막지 않구 떠나는 사람을 붙들지 않는 것이 우리 절 주의라구 늘 말씀하시지 않으셨읍니까?
주지 (열화같이 노하며)수다스러, 한번 못 간다면 못 가는 줄 알어라. (미망인을 보고 선언하듯) 아씨께서 서방님을 잃으시고 외아들마저 잃으신 것두 다 전생에 죄가 많으셨던 탓입니다. 아씨 죄두 미처 벗지 못하시구 이 죄덩이를 데려다가 어떻게 하실랴구 이러십니까? 두 번 다시 이 이야기를 끄러내시려거든 다신 이 절에 오시지 마십시요.
주지, 뒤도 안 돌아보고 원내로 들어간다. 친정모도 뒤따른다. 미망인, 주지의 말에 찔리어 전신을 부르르 떤다. 염하다 놓친 사람 모양으로 털썩 나무등걸에 주저앉어 운다.
도념 어머님 이대루 그냥 도망이라두 가시지요.
미망인 그렇게는 못한단다. 넌 이절에 남아서 스님의 말씀 잘 듣구 있어야 한다.
도념 촛불만 깜박깜박하는 법당을 또 어떻게 혼자 지켜요? 궂은 비가 줄줄 내리는 밤이나 부엉이가 우는 새벽엔 무서워 죽겠어요.
미망인 너한테는 그게 숙명이니까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구나.
미망인 도념을 누구에게 빼앗길 듯이 세차게 안고 운다. 정심 산문에서 나온다.
정심 도념아, 빨리 종쳐라.
도념 (눈물을 닦고) 네.
정심 산문 앞의 등잔에 불을 켜구 다시 원내로 들어간다.
미망인 내가 원체 되가 많은 년이니까 너를 데리고 갔다가 너한테까지 무슨 화가 끼칠지, 난 그게 무서워졌다. 어서 들어가자. 그대신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보름날 달밝은 밤엔 꼭 널 보러오마.
미망인 우는 도념을 달래 가지고 원내로 들어간다. 주위는 차츰차츰 어두워진다. 이윽고 범종 소리 들려온다. 멀리 산울림. 초부, 나무를 안고 나와 지게에 얹고, 담배를 한 대 피운다. 휘날리는 초설을 머리에 받은 채 슬픈 듯한 표정으로 종소리를 듣는다. 이윽고 종소리 그친다. 도념 고깔을 쓰고 바랑을 걸머쥐고 깽매기를 들고 나온다.
초부 (지게를 지고 일어서며) 지금 그 종 네가 쳤니?
도념 그럼은요. 언제 내가 안 치구 다른 이가 쳤나요?
초부 밤낮 나무해 가지구 비탈을 내려가면서 듣는 소리지만 오늘은 왜 그런지 유난히 슬프구나. (일어서다가 도념의 옷차림을 발견하고) 아니, 너 갑자기 바랑은 왜 걸머지고 나오니?
도념 이번 가면 다신 안 올지 몰라요.
초부 왜? 스님이 동냥 나가라구 하시든.
도념 아아니요. 몰래 나갈려고 해요.
초부 이렇게 눈이 오는데 잘 데두 없을 텐데. 어딜 간다구 이러니? 응. 갈 곳이 있니?
도념 조선 팔도 다 돌아다닐 걸요, 뭐.
초부 하 얘, 그런 생각 말구, 어서 가서 스님 말씀 잘 듣구 있거라.
도념 벌써 언제부터 나가려구 별렀는데요? 그렇지만 스님을 속이고 몰래 도망가기가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못 갔어요.
초부 어머니 아버질 찾기나 했으면 좋겠지만 찾지두 못하면 다시 돌아올 수도 없구, 거지밖에 될 게 없을 텐데 잘 생각해서 해라.
도념 꼭 찾을 거예요. 내가 동냥 달라구 하니까 방문 열구 웬 부인이 나를 한참 바라보구 있더니 별안간 '도념아. 내 아들아, 이게 웬일이냐'하구 맨발로 마당으로 뛰어 내려도던 꿈을 여러 번 꾸었어요.
초부 가려거든 빨리 가자. 퍽퍽 쏟아지기 전에. 이 길루 갈 테니?
도념 비탈길로 가겠어요.
초부 그럼 잘-가라. 난 이 길루 가겠다.
도념 네. 안녕히 가세요.
초부 나무를 지고 내려간다. 도념 두어 걸음 나갈 때 법당에서의 주지의 독경 소리, 발을 멈추고 생각난 듯이 바랑에서 표주박을 꺼내 잣을 한 웅큼 담어서 산문 앞에 놓는다.
도념 (무릎을 꿇고) 스님, 이 잣은 다람쥐가 겨울에 먹으려구 등걸구멍에다 뫄둔 것을 제가 아침에 몰래 꺼내 뒀었어요. 어머니 오시면 드릴려구요. 동지 섣달 긴긴밤 잠이 안 오시어 심심하실 때 깨무십시요. (산문에 절을 한 후) 스님, 안녕히 계십시요.
멀리 돌리를 내려다보고 길-게 한숨을 쉰다.정숙. 원내에서는 목탁과 주지의 염불 소리만 청청히 들릴 뿐. 눈은 점점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 도념, 산문을 돌아다보며 돌아다보며 비탈길을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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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肅宗) 무오년간(戊午年間 : 1678) 충청도에 사는 한 선비가 이름을 숨긴 채 한강을 건너서 고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병든 말 한 필에 짐도 싣고 사람도 탄데다 어린 마부마저 너덜너덜한 옷을 걸치고 있었기 때문에 여관에 투숙할 때마다 업신여김을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오에 소사(素沙)를 출발하여 해질 무렵 요로원(要路院)에 당도하였다. 절룩거리는 말을 탔기 때문에 멀리 가지 못한 것이다. 선비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여관마다 길손이 이미 꽉 찼을 터인데 이처럼 초라한 행색으로는 주인을 불러서 길손을 내쫓게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사대부가 든 여관에 들어가면 묵을 수가 있겠지. ' 생각 끝에 선비는 드디어 한 여관을 찾아들었다. 토청(土廳) 위에 호화스럽게 보이는 한 젊은 손님이 비스듬히 반쯤 누워 있다가 큰 소리로 불렀다.
"너희들 어디에 있느냐? 행인이 들어오는 것을 금하지 않고 무엇들 하느냐?" 두 하인이 대답하며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때 선비는 이미 말에서 뛰어내린 뒤였다. 한 하인이 마부를 끌어당기고 말을 채찍질하면서 나가라고 꾸짖었다.
"너는 눈이 멀었느냐? 행차가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또 한 하인도 선비를 떠밀며 나가주기를 권하였다. 선비는 나가면서 말했다.
"날이 이미 어두워졌으니 우선 여기서 쉬었다가 다른 집을 정해 나갈 생각이다. 너희 양반이 저기 계시는데 어찌 이렇게까지 막느냐?" 손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얘들아, 놔둬라 놔둬."
선비가 도로 들어가서 옷자락을 거머쥐고 조심스럽게 토청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도 손님은 태연하게 누워 있었다. 드디어 마루로 올라가 서서 배알(拜謁)하려고 하였지만 오히려 벌떡 누워서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저 사람이 서울 양반으로서 옷도 화려한 옷을 입고 말도 좋은 말을 탔다고 나를 깔보는 모양이니, 그 미련하고 교만한 버릇을 꾀로 꺾어야 하겠구나. ' 선비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매우 공손하게 절을 하였다. 손님은 베개를 어루만지며 고개만 끄덕이고 늘어지게 말하였다.
"존좌[尊 : 尊座] 어디 사시오?"
선비는 꿇어 앉아서 대답했다.
"충청도 홍주(洪州) 금곡(金谷)마을 안에 거주합니다." 손님은 선비가 너무도 자세하게 대답한 것을 비웃으면서 대꾸했다.
"내 언제 호적단자를 외우라 하였소?"
선비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행차께서 하문(下問)하시는데 자세하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다시 청하였다.
"처음에는 여관을 얻어 옮겨가려 하였는데 날이 이미 어두웠고 여관도 사람이 찼을 것입니다. 이곳에 공간이 있으니 여기에 앉아서 새벽을 기다리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처음에는 가겠다고 하고 이제는 머무르겠다고 하니 이것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것이외다." "처음에는 쫓아내라 하고 이제는 놔두어라 하였으니. 이것은 한 입으로 한 말을 한 것이외까?" 손님은 할 수 없이 허락하고야 말았다.
"존좌도 양반인데 양반과 양반이 함께 자는 것이 무엇이 불가하겠소?" "후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선비는 곧 자기 하인을 불러서 일렀다.
"마소〔馬牛〕를 들여매고 양식쌀〔粮米〕을 내주도록 하라." 그러자 손님이 말했다.
"어찌 말과 소를 끌고 왔소? 쌀이라 말하지 않으면 하인이 양식이라는 것을 모르오?" "행차께서는 서울 손님이시군요? 나는 소를 끌고 오지 않았고 하인도 양식이 쌀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으나 말을 말할 때는 반드시 소까지 아울러 들고 양식을 말할 때에는 반드시 쌀까지 아울러 드는 것은 시골 사람들이 늘 하는 말투입니다. 시골 사람은 듣고 보통으로 생각하는데 행차께서만은 웃으시니 서울 손님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군(君)의 말이 역시 가상하네."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무슨 일로 어디를 가는가?"
"일가사람을 위하여 정역(丁役)을 탈면(췸免)시키려고 서울 친구의 집에 머물다가 돌아오는 길입니다." "친구는 누구며, 볼일은 잘 되었는가?"
"전에 상경하여 육조(六曹) 앞에 있는 김승(金丞)의 집에 주인을 정하였었는데 이 사람은 내 옛친구입니다. 볼일은 베 50필 값을 허비하고도 오히려 부족해서 잘 안 된 채로 내려오는 중입니다." "김승은 어떠한 사람인가?"
"벼슬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스스로 '병조(兵曹)에 벼슬하여 승(丞)이 되었는데 나갈 경우 먼 거리는 말을 타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다. ' 하고 또한 사모관대(紗帽冠帶)를 착용하고서 나에게 '후일에 일이 있어 상경하여 우리 집에 주인을 정하면 내가 도와 주겠다. ' 하였습니다." 손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군은 서리(書吏)에게 속임을 당하였네. 승(丞)은 서리의 칭호이고 관원(官員)이 아니네. 관원에 어찌 도보로 걷는 자가 있겠는가? 쓴 것은 사모가 아니고 이른바 승두(蠅頭)라는 것이며, 착용한 것은 관대가 아니고 곧 단령(團領)이란 것일세. 군은 그자의 술수에 빠져 공연히 돈만 허비하였구려." 손님은 이내 선비를 업신여겨 다시는 '존좌 '라 칭하지 않고 곧 '군 '이라 불렀다. 선비가 물었다.
"서리와 관원은 본디 이처럼 현격하게 구별됩니까?" "군의 향암(鄕暗)이 참으로 심하구나! 군이 사는 금곡은 주성(州城 : 군소재지)에서 몇 리나 떨어졌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새벽에 출발하여 저녁에 당도한다고만 들었습니다." "군이 사는 곳이 그처럼 궁벽하니 서리와 관원의 구별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네. 군의 고을에서 백성들이 우러러보고 존경하는 자는 누구인가?" "서원아전(書員衙前)입니다."
"또 이보다 더한 자가 있는가?"
"별감(別監)과 좌수(座首)입니다."
"또 이보다 높은 자가 있는가?"
"없습니다."
"목사(牧使)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목사는 고을의 왕인데 어떻게 아전배와 동등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군의 말이 옳네. 군이 사는 고을의 목사는 바로 서울의 관원이고, 서울의 서리는 바로 고을 아전일세." "그렇다면 내가 아는 김승도 양반이 아니군요?"
손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야 양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가? 군은 양반의 칭호를 알고 싶은가? 벼슬길에는 동반직(東班職)과 서반직(西班職)이 있는데 동반과 서반을 지낸 자를 양반이라 칭하네. 저 승(丞)은 곧 양반이 부리는 자인데 어떻게 참람되게 양반에 비길 수 있겠는가?" "나는 시골 사람이라 승이 바로 서리의 호칭인 줄 모르고 한갓 승두 ^ 단령을 사모 ^ 관대와 같은 것으로만 보고 양반이라 생각하여 교제를 하였구나!" 선비는 손님의 말에 혀를 끌끌 차며 분한 듯 탄식하는 것이었다. 손님이 물었다.
"왜 분하게 여기는가? 베 50필 값을 버린 것이 아까워서인가?" "아닙니다. 비록 백필을 허비하더라도 일가를 위하여 정역을 탈면시키려던 것인데 어찌 아깝겠습니까? 전일에 김승이 나의 자(字)를 묻더니 그 뒤에 김승은 매번 나를 부를 때마다 자를 불러 나도 김승을 부를 적에는 자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는 아전배로서 양반의 자를 불렀으니 또한 참람하지 않습니까? 어찌 분하고 한스럽지 않겠습니까? 행차를 만나지 않았으면 영원히 큰 욕을 받을 뻔했습니다." 손님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행차의 덕이 적지 않구먼."
그리고는 또 물었다.
"군은 고을에서 어떤 양반인고?"
"나도 상등양반이지요."
"군이 상등양반이면 족속이 어찌하여 군보(軍保)에 들어가 있는가?" "속담에 귀인에게도 보쌈당한 족속이 있다 하는데 이런 일이 어찌 족히 나를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군의 마을에 다른 양반도 살고 있는가?"
"있습니다."
"누군고?"
"북쪽 마을에는 예좌수(倪座首)가 살고 있고 동쪽 이웃에는 모별감(牟別監)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도 역시 상등양반인가?"
"그렇습니다. 그 양반들은 나와는 백중이나 위세와 권력은 내가 감히 바랄 바가 아닙니다. 옛날 예공(倪公)이 미천할 때에 아내는 채마밭을 매고 아들은 소를 쳤습니다. 여름에는 삽을 메고 도랑에 서서 양반이라 칭하며 먼저 물을 대고, 겨울에는 베를 팔러 시장에 가서 상놈들의 자를 부르면서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권농(勸農 : 농사를 권면하는 사람)이 와서 절을 하면 입을 다물고 응하고, 서원(書員)이 지나면서 절을 하면 갓을 낮추고 답배하였습니다. 항간에 엎드려 있을 적에는 보통 사람과 같았는데 하루 아침에 추천을 받아 별감이 되고 오래지 않아서 좌수에 이르렀습니다.
나가면 으레 향청(鄕廳)에 앉는데 향청에 앉으면 아전들이 뜰 아래에 늘어서서 절을 하고, 들어오면 으레 사또를 대하게 되는데 사또를 대하면 추종들이 문 밖에서 대기합니다. 전일에는 죽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갑자기 하얀 쌀밥을 배불리 먹고, 옛날에는 송아지도 제대로 타지 못하였는데 갑자기 살찐 말을 타며, 기녀(妓女)가 잠자리를 모시고 공생(貢生 : 향교의 심부름꾼)이 자리에서 모십니다. 기분이 좋으면 환자(還子 : 백성에게 봄에 꾸어주었다가 가을에 받아 들이든 곡식)를 주고 성이 나면 형장(刑杖)을 가하며 손님이 오면 술을 내오고 입이 마르면 차를 마십니다. 그리고 평소에 동등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활발하게 쳐다보지 못하고 상놈들은 깍듯이 인사하고 무서워하며 몸을 굽히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호령과 위풍이 한 경내를 진동하고 뇌물과 선물꾸러미가 사방에 줄을 잇습니다. 이 어찌 장부의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루는 예공이 환자를 나누어 주는 일로 해창(海倉)에 나가 있기에 말이나 후하게 받고 싶어서 찾아가 절을 하였더니, 나에게 술을 서너 잔 대접하고 나서 '참 훌륭하구먼. 공(公)이 알뜰한 집강(執綱 : 면장이나 이장)노릇을 하는 것을 보니. ' 하고 칭찬을 마구 하더군요." 손님은 크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참으로 상등양반이구먼."
조금 후에 선비의 하인이 저녁밥을 들기를 청하자 선비는 하인에게 명하였다.
"관솔불을 붙여 올려라."
"군은 상등양반으로서 행장에 초를 준비하지 않았는가?" 선비는 거짓으로 대답하였다.
"행장에 준비한 초는 간밤에 다 써버렸습니다."
남의 호화함을 보고 자기의 초라함이 부끄러워서 없어도 있는 체하며 손님을 대하여 허풍을 치니, 본시 시골 사람의 태도인 것이다. 손님은 선비가 거짓으로 대답한 것을 알아채고 한참 동안 빙긋이 웃다가 자기의 하인을 불렀다.
"관솔연기가 매워서 못 견디겠다."
그러자 하인이 나와서 두드려 꺼버렸다. 선비가 식사를 멈추고 말했다.
"밤눈이 밝지 않아 숟갈이 입을 찾기 어렵습니다." "장님도 어둔 데서 식사를 하네."
"장님은 오랫동안 습성이 되어서 소반을 어루만지며 스스로 먹을 수 있으나 나는 장님이 아닌지라 갑자기 장님이 되니 실제로 밥이 어디에 있는 줄 모르겠습니다. 가령 행차가 식사한다면 낮에처럼 찾아 먹을 수 있습니까? 올빼미에게서 눈을 빌지 않고 박쥐에게서 눈동자를 바꾸지 않고서도 정말 떠다가 입에 넣을 수 있습니까?" 이윽고 선비는 자기의 하인을 불러서 일렀다.
"다시 불을 밝히도록 하라."
손님은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군이 어떻게 비상시를 대처하는가 보려고 장난을 좀 쳤을 뿐이네." 그리고는 이내 하인을 시켜서 촛불을 밝히게 하니 눈이 부시게 밝았다.
선비의 밥상에는 초장(焦醬) 몇 덩이와 청어(靑魚) 반 마리만이 놓였을 뿐이었다. 선비가 찬합을 꺼내어 반쯤 열고 먹는 폼이 손님에게 보이고 싶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자 손님은 얼른 팔뚝을 뻗어서 찬합뚜껑을 벗기고 보며 놀렸다.
"상등양반의 반찬이 좋지 않구먼."
선비는 일부러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오랫동안 객지생활 끝에 장차 떨어져가는 반찬이 양반의 높낮이에 무슨 상관이 있겠소?" 밥상이 치워진 뒤에 선비가 손님의 담뱃대를 가져다가 담배를 담으려고 하였다. 손님이 얼른 담뱃대를 빼앗으며 화를 냈다.
"어른 앞에서는 감히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것이거늘 하물며 내 담뱃대를 더럽히는가?" 선비는 얼굴빛을 바꾸며 대들었다.
"예좌수와 모별감의 앞에서도 담배를 피웠는데 어찌 행차 앞이라고 해서 못 피우겠소?" 그리고는 손님의 입을 가리키며, "이 입도 입이고."
자기의 입을 가리키며, "내 입도 입인데 어찌 더럽힐 리가 있겠소?"
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님은 크게 웃으며 도로 담뱃대를 돌려주면서 떠보았다.
"군은 당돌한 사람이라 할 만하네. 예좌수와 모별감은 참으로 높구먼. 나는 좌수와 별감만 못한가?" "행차가 살고 있는 고을에서는 혹시 좌수가 될 수 있으나 홍주 좌수는 절대로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서울에 사는데 서울에 좌수가 어찌 있는가?" "좌수는 고을에서 최고의 직위입니다. 서울에는 우두머리가는 직위가 없습니까?" "영의정(領議政)이 우두머리 지위이네."
"그렇다면 행차는 혹시 영의정은 될 수 있어도 우리 고을의 좌수는 쉽게 될 수 없습니다." 손님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높구나. 아름답구나. 좌수의 직임이여!"
그리고는 또 말했다.
"군의 고을의 좌수는 쉽게 못 얻어도 군의 고을의 목사야 될 수 없겠는가?" "목사는 서울에서 나오는 것이니 그야 쉽겠지요. 그러나 목사 중에는 귀대받을 사람이 있고 귀대받지 못할 사람이 있습니다." "한 고을의 왕이 어찌 귀대받지 못하는가?"
"아무 때에 아무 목사가 왔는데, 그 마음이 기린처럼 인자하니 고을 사람들이 「인자지가(麟子之歌)」를 불렀습니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들이여! 아들이여! 그 아버지가 기린이로다
子兮子兮其父麟
아버지여! 아버지여! 그 아들이 기린이로다
父兮父兮其子麟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니 어찌 장수하지 않으리오
有是父有是子胡不萬春
이것은 귀대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아무 해에 아무 목사가 왔는데 그 욕심이 이리처럼 탐욕스러웠습니다. 그런 까닭에 고을 사람들이 「낭자지가(狼子之歌)」를 불렀는데 그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들이여! 아들이여! 그 아버지가 이리로다
子兮子兮其父狼
아버지여! 아버지여! 그 아들이 이리로다
父兮父兮其子狼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니 어찌 빨리 망하지 않으리오
有是父有是子胡不促亡
이것은 귀대받지 못할 사람입니다. 행차는 당연히 우리 고을의 목사가 될 터인데 백성으로 하여금 「낭자지가」를 부르지 않고 「인자지가」를 부르게 할 수 있겠습니까?" 손님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군의 고을의 목사가 되면 당연히 백성으로 하여금 나를 부모처럼 여기게 하겠네." 선비는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그것이 쉽겠습니까?"
또 말했다.
"서울의 우두머리 직위에도 귀대받을 만한 분이 있고 귀대받지 못할 분이 있으며 또한 「인자지가」와 「낭자지가」를 부르게 할 만한 분이 있습니까?" "현재상(賢宰相)과 진재상(眞宰相)과 청백재상(淸白宰相)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분들은 귀대할 만한 분이니 귀대할 만한 분은 또한 「인자지가」를 부를 만하고, 치재상(癡宰相)과 맹재상(盲宰相)과 방문재상(坊門宰相)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은 귀대받지 못할 사람이니, 또한 「낭자지가」를 부를 만하네." "나는 글을 모릅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이것은 다 옛 전고로 책에 있는 것일세."
이어서 손님이 물었다.
"군은 장가들었는가?"
"아직 안 들었습니다."
"나이는 몇인고?"
"한 살 모자라는 서른입니다."
"늦지 않았는걸. 명년에 들어도 '서른 살이 되면 아내를 맞이한다. '는 《소학(小學)》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겠네. 그러나 군은 상등양반으로서 어찌 지금까지 장가들지 못하였는가?" 선비는 탄식하며 말했다.
"양반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장가들지 못한 것입니다. 저쪽에서 하고 싶어하면 내가 싫고 내가 요구하면 저쪽에서 마음이 없다 합니다. 시골 양반으로는 나 같은 자가 적으므로 나 같은 자를 반드시 얻으려고 하겠지만 좋은 인연이 있지 않아 마침내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군은 한탄하지 말게. 군의 키가 작고 크지 않으며 군의 턱은 판판하여 수염이 없으니 키가 크고 수염이 날 때가 되면 어찌 장가들 날이 없겠는가?" "행차는 남을 조롱하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 옛말에 '불효가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후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크다. ' 하였습니다. 그런데 서른이 되도록 장가를 들지 못하였으니 어찌 크게 고민할 만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좌수와 모별감에게 구하지 않았는가? 그 집에 처자가 없는가?" "처자는 있지요. 나이도 몇 살 떨어졌으니 매우 적당하지요." "그렇다면 그도 노처녀이니 노도령(老道令)으로 노처녀에게 장가들면 이른바 정말 찰떡 궁합인데 어찌 서로 혼인하지 않는가?" "쉽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쉽지 않은고?"
"그것이 바로 내가 구하면 저쪽에서 마음이 없어 한다는 것입니다." "군이 상등양반으로 그에게 내려서 구하는데 그가 어찌 감히 그러는가?" "다름이 아니라 나의 양반은 옛날에 용이었던 것이 자벌레처럼 움츠러졌고 저들 양반은 옛날에 뱁새였던 것이 고니처럼 솟아올랐기 때문이지요.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어찌 따로 종자가 있답니까? 참으로 속담에 이른바 '변화한 양반이다. '란 것입니다." 손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좌수와 별감은 양반이 변화한 것이구먼."
"양반은 한층뿐이 아닙니다. 약정(約正)이 되어 양반이라 칭하는 자가 있고, 풍헌(風憲)이 되어 양반이라 칭하는 자가 있고 창감관(倉監官)이면서 양반이라 칭하는 자가 있습니다. 여기를 거치면 별감이 되는데 그 층이 또 더해지고, 여기를 거치면 좌수가 되는데 그 층은 더욱 높습니다. 고을에서 좌수의 칭호를 얻었으니 과연 양반으로 잘 변화한 자가 아니겠습니까?" "군은 용모가 단아하고 언변이 민첩하니 비록 시골에 있더라도 반드시 헛되이 늙지 않을 걸세. 현명한 목사가 군을 보면 별감과 좌수를 맡길 것이니 군이 양반으로 변화할 날도 머지않았네. 내가 군을 위하여 혼인할 곳을 가리켜줄까?" 선비는 농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체하면서 갑자기 희색이 만면하여 말했다.
"좋은 일이 아니다말다요?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행차의 문중에 규수가 있습니까?" 손님은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문자로써 혼자말로 말했다.
"무여애하 무여애하(無如 何 無如 何 : 미련하니 어찌할꼬 미련하니 어찌할꼬)" 그리고는 다시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문중에는 없고 내가 아는 곳이 있으니 돌아가거든 말해보겠네." 선비가 말했다.
"비록 혼인을 허락한다 한들 행차의 주소를 모르니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군은 나의 주소를 모르나 나는 이미 군의 주소를 알고 있으니 통지하는 것이 뭐 어렵겠는가? 즉시 사람을 시켜서 충청도 홍주 금곡 노도령댁에 통보하겠네." "그렇다면 몹시 다행이겠습니다."
이때부터 손님은 선비를 노도령이라 부르며 웃음거리로 삼았다. 선비가 몇 차례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밤이 깊어갑니다. 말 위에서 시달렸더니 잠이 오는군요." 그러자 손님이 말했다.
"나는 호남으로부터 내포(內浦)에 들어왔는데 말 위에서 한 달을 보냈으나 조금도 피곤하지 않은데, 군은 며칠 다니고서 나보다 먼저 자려고 하는가? 노인이 길을 걸으면 기운이 쉽게 피곤하고 눈이 쉽게 감기기 마련인데, 오라, 노도령이기 때문이로군." "그렇고말고요. 나는 이미 늙은 도령이고 행차는 한참 젊은 글방도령인데 이미 늙은 자가 눕고 한참 젊은 자가 앉아 있는 것은 당연한 예의지요." 선비는 드디어 갓을 벗고 누웠다. 손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군은 해학을 잘하는 사람이구먼. 그러나 일어나게, 일어나." 선비도 웃으면서 일어났다. 손님이 고문(古文)을 외기도 하고 혹은 싯귀를 읊기도 하자 선비가 물었다.
"행차가 읽는 것은 무슨 글인가요?"
외는 것을 읽는다고 하는 것은 역시 시골말이다. 손님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풍월(風月)일세."
그리고 또 물었다.
"군의 몸매나 손을 보니 활을 쏘는 일이나 말을 타는 일이나 칼을 쓰는 일은 반드시 못할 것 같은데 유자(儒者)의 학업을 하는가?" "나는 비록 시골에 살지만 무사(武士)의 일을 배우기 부끄러워하고 유자의 학업은 잘하지 못하나 글줄은 약간 압니다. 그런데 14줄(한글 '가 '줄에서 '하 '줄까지) 가운데에 두 글자의 획을 더하여 음이 변하는 것은 매우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에 정성을 쏟아 반복 연습하느라 입이 뒤틀리고 혀가 뻣뻣해졌으나 지금까지도 환하게 알지 못합니다." "언문(諺文)말인가? 그것은 반절(反切)이지 진서(眞書 : 한문)가 아닐세." "시골 사람은 반절을 아는 자도 적은데 더구나 진서야 말할 것 있겠습니까? 능히 진서를 알면 집이 가난한 것이 뭐 걱정이며 또한 가히 놀지 못하는 것이 뭐 걱정이겠습니까? 아무 마을 아무는 《천자(千字)》를 배워서 서원(書員)이 되어 치부를 하니 온 동네 사람들이 우대하고, 아무 마을 아무는 《사략(史略)》을 읽어서 교생(校生)이 되어 정역(丁役)을 면하니 온 고을 사람들이 아름답게 여깁니다. 또한 두세 사람은 명지(名紙 : 試紙)를 메고 과장(科場)에 드나들며 선배의 학업을 하여 소지(所志)와 의송(議訟)을 비필(飛筆)로 쓰니 마을 사람들이 존경하고 이웃 사람들이 선물을 바칩니다. 닭고기나 물고기를 자신은 물론 친족들까지도 배불리 먹으니 이것은 진서의 덕분인데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김호주(金戶主)라는 자는 글을 꽤 알아서 호주(戶主 : 반장)가 된 지 10여 년에 역시 살림이 풍족합니다. 남자라면 비록 진서는 잘 못하더라도 언문을 배워 알면 또한 족히 결복(結卜 : 토지)을 마련할 수 있고, 고담책(古談冊)을 읽으면 한 마을에서 떵떵거립니다." "군도 반절을 배워 호주가 되고 싶은가?" 되면 스스로 다니나 양반이 호주가 되면 하인더러 다니게 하는데 호주가 뭐 해롭겠습니까?
스텝 밟을 줄도 몰랐었잖아.
상두: 대회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어? 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