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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형. 민수형.
박민수 살며시 전화를 끊는다.
가게에서 나온 순영이 셔터를 내리고 박민수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간다.
박민수, 순영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라디오 스튜디오(D)
노래가 나가고 있다.
박민수가 스튜디오에 들어선다.
부스 안의 최곤이 박민수를 발견한다.
최곤:
(밖으로 통하는 마이크 누르고)
에이, 씨……. 어제 온다더니.
순영이랑 회포 풀고 왔지?
내 그럴 줄 알았어.
좋겠다. 마누라 있어서.
석영과 박기사가 최곤의 농담에 웃는다.
박민수:
(부스로 다가가 문을 열고)
이 자식…….
맨날 순영이, 순영이…….
순영이가 니 친구냐?
하고는 부스 문을 닫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간다.
최곤, 그런 박민수를 의아하게 바라본다.
박민수가 스튜디오를 빠져 나가고 노래 끝난다.
최곤:
88년이니까……. 벌써 근 20년 됐죠?
최곤의 멘트 이어지는 가운데,
스튜디오를 빠져나온 박민수가 방송국 복도를 지나 방송국 마당으로 나와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벤치에 앉는다.
박민수의 모습과 멘트하는 최곤의 모습 교차 편집으로 보여진다.
최곤:
"부활" 에서 탈퇴 한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자식 말이야, 그냥 있지……. 탈퇴를 해 가지고.
그리고 박남정의 "아 바람이여"……. 이거 난리 났었습니다.
게다가 대학가요제에선 생각지도 않았던 신해철이 떴고,
사랑과 평화에서 베이스 치던 이남이 선배는
"울고 싶어라"로 아주 뽕을 빼고,
이상은은 "담다디" 로 데뷔해서 영화까지 찍고…….
이선희는 "나 항상 그대를"로 소녀들의 심금을 울렸죠.
그 해에 가수왕이 얼마나 치열했겠습니까?
매니저들……. 자기가 데리고 있는 가수, 가수왕 만들려고
아주 전쟁이었습니다. 전쟁.
하지만 가수왕, 그게 로비로 됩니까?
결국은 실력으로! 누가 됐느냐?!
제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제가 먹었습니다.
그 때, 내 노래! 비와……. 당신!!
멘트를 마친 최곤 ‘비와 당신’을 내보내고 보면,
스튜디오 부스 창 너머 벤치에 앉아 동강을 바라보고 있는 박민수의 뒷모습 보인다.
방송국 마당(D)
방송국 건물에 달린 스피커에서 '비와 당신‘ 이 흐른다.
최곤이 건물을 빠져 나와 박민수가 앉아 있는 벤치로 온다.
최곤:
(박민수 옆에 앉으며)
담배.
…….
뭔 일 있지?
박민수, 담배 주며…….
박민수:
어제 담배 안 샀냐?
(불 붙여 준다)
최곤:
내가 담배도 못살까봐?
박민수:
(담배 한 대 깊게 빨고)
곤아, 저 동강이 말이야…….
최곤:
동강이 뭐?
박민수:
저게 동쪽으로 흘러서 동강이냐?
동쪽에서 시작 되서 동강이냐?
최곤:
전문대 나왔다는 거 거짓말이지?
동쪽에 있어서 동강이야.
박민수:
곤아……. 영월 좋지 않냐?
서울 가봐야 뭐 있어?
여기서 평생 니 노래나 틀면서 살자.
박민수, 고개 돌려 최곤 본다.
최곤:
(일어나 담배 버리고 비벼 끄며)
순영이 데려다가 형이나 평생 살어.
최곤, 현관 쪽으로 간다.
박민수, 최곤이 건물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최곤의 뒷모습 바라본다.
별마로 천문대 관측실(N)
최곤이 박민수에 이끌려 들어온다. 다른 사람 아무도 없다.
최곤:
여긴 왜 오자고 한 거야?
박민수:
좋잖아. 별보고.
최곤:
하여간 촌스러워요.
박민수, 망원경에 얼굴을 박고, 별을 본다. 한참동안…….
최곤:
좀 나와 봐.
박민수, 비키지 않는다.
최곤:
비켜 봐. 나도 좀 보게.
박민수:
(안 비키고)
별 진짜 많다.
최곤:
나도 좀 봐.
최곤, 박민수가 계속 보자 같이 보려고 얼굴을 들이민다.
최곤이 망원경으로 별을 본다.
최곤:
우와, 죽이네.
이거 볼 만하구만.
박민수:
(잠시 최곤을 바라보다)
곤아, 너 아냐?
최곤:
뭘?
박민수:
별이 말이지…….
지가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다.
최곤:
(망원경 계속 보며)
그럼?
박민수: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최곤:
태양은?
박민수:
…….
최곤:
(말 없는 박민수를 힐끔 보며)
고졸이 확실해.
하고는 다시 망원경에 얼굴을 처박고 별을 본다.
최곤:
별이……. 동그랗네.
별 모양이 아니네.
박민수, 말없이 최곤을 한동안 바라본다.
박민수:
곤아.
최곤:
또 뭐?
박민수, 불러 놓고 말이 없다.
최곤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박민수를 바라본다.
박민수:
나 서울……. 갈려고.
최곤:
순영이한테 정말 무슨 일 있어?
박민수:
이 자식이 또 순영이…….
순영이 김밥집이 너무 잘 되서
가게를 넓히는데…….
최곤:
그래? 잘됐네.
하여간 음식 솜씨는 타고 났어요. 근데?
박민수:
늙어서 따신 밥 얻어먹으려면 지금이라도
기어 들어가서 카운터라도 봐야지.
최곤:
형, 카운터 안보는 게 순영이…….
(얼른)
아니, 형수 도와주는 거야.
하고 무시하고 다시 별을 본다.
박민수, 별을 보는 최곤의 옆모습을 바라보다 위를 본다.
관측실의 열린 천정 사이로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라디오 스튜디오(D)
시그널이 나가고 있다.
최곤, 박민수에게 뭔가를 종용하고 있는데 박민수가 빼는 모습이다.
석영이 큐사인을 보낸다.
박민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마이크에 다가 앉는다.
시그널에 물려 ‘George Baker의 I've been away to long’의 전주 흐른다.
박민수:
How can I say to you I love somebody now
(내가 누군가를 지금 사랑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당신께 말할 수 있겠어요?)
You were so good to me always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어요.)
And when I see your eyes I can't go on with lie.
(내가 당신의 눈을 볼 때면 나는 계속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요.)
It breaks your heart but I just can't hide it, oh no
(그것은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나는 그것을 숨길수가 없네요. 오노~)
최곤, 심각하기 그지없는 박민수를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박민수, 그런 최곤을 망연한 눈으로 바라보다 다시 진지하게 가사를 읊는다.
(jump)
박민수:
Don't look that way to me.
(그렇게 나를 보지 마세요.)
It hurts you so I see. But I just can't go on with lie
(그것은 당신에게 상처를 주리라는 것을 나는 알아요……. 그러나 나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요.)
I gave you all I had. So there is nothing left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당신한테 주었어요……. 그래서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
I may be wrong. But I'd better go now. oh no
(내가 틀렸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나는 지금 가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오노~)
I,I've been away too long. Now I just can't go on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어요, 나는 지금 갈수가 없어요.)
I've been away too. I,I've been away too long
(너무 멀리~~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어요~~~)
No, I can't feel so strong. I've been away long
(나는 그렇게 강하게 느낄 수가 없어요…….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
박민수, 부스 밖 석영과 박기사를 바라보면
석영과 박기사가 재밌어 하는 밝은 표정으로 박민수를 보고 있다.
최곤, 지나치다 싶게 심각한 박민수의 표정에 다소 의아해 한다.
박민수:
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스페어 디제이 박민수였습니다.
조지베이커의 ‘I've been away to long’ 들으셨습니다.
최곤:
안녕하세요? 최곤입니다.
한 때 음악다방 디제이로 한 가닥 하던
스페어 디제이 박민수씨의 오프닝…….
분위기 확 다운되는 게 죽이지 않습니까?
제대로 다운된 분위기,
신중현의 미인으로 살려보겠습니다.
미인 전주 나간다.
박민수, 일어나 말없이 부스 밖으로 나간다.
최곤, 부스를 빠져 나가 무거운 표정으로 스튜디오를 빠져 나가는 박민수를 바라본다.
신중현의 노래, ‘미인’……. 이어진다.
모텔 방(N)
박민수가 미인을 부르고 있다.
최곤:
시끄러, 좀.
박민수, 아랑곳 않고 부른다.
최곤, 보다 못해 기타를 빼앗아 버린다.
박민수:
(불쑥)
곤아, 나 서울 간다.
최곤, 박민수를 보면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jump)
최곤, 상기되어 있다.
최곤:
농담이 아니었단 말야?
그럼 나는?
마누라도 뭐도 없는 나는?
박민수:
…….
최곤:
난 여기서 이렇게 그냥 썩으라고?
박민수:
이제 니 앞길 니가 알아서 해.
최곤:
(어이없어 헛웃음 지으며)
언젠 형이 내 앞길 터 줬어?
박민수, 바라보면…….
최곤:
내 말이 틀렸어? 맞잖아.
형 나 잘 나갈 때 가오 잡은 거 말고 한 거 없잖아.
박민수:
(굳은 표정으로)
그래, 이 자식아.
근데 이제 가오가 안서잖아.
그래서 갈려고.
뭐 잘못됐어?
최곤:
도대체 이유가 뭐야?
여기까지 끌고 온 게 누군데.
시골 방송국 디제이, 가오 안 설 줄 알면서도
끌고 온 게 누군데.
박민수:
안 왔으면? 영창에 있으면 가오 서고?
가오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 인생 누구 땜에 조졌는데.
너 이 자식, 키워줬더니 그게 나한테 할 소리야?
최곤:
막판에 배신하겠다 이거지? 엉?
나쁜 자식…….
박민수:
뭐? 자식?
최곤:
그래.
가서 마누라한테 따신 밥 얻어먹으면서
잘 먹고 잘 살아라.
나 최곤이야. 알어?
나 최곤이라고!
박민수:
…….
최곤:
가.
(방안의 박민수 물건 집어 던지며)
대신 갈려면 지금 당장 가.
박민수, 대충 짐 챙겨 진짜 간다.
최곤, 멍하게 서 있다.
문 닫히는 소리 들린다.
멍 하게 서있던 최곤이 달려가 창문을 열어 재낀다.
내려다보면 박민수가 여관을 나가고 있다.
최곤:
야, 박민수.
한 가지만 알고 가!
박민수,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최곤:
나 다신 형 얼굴 안 봐.
알어?
박민수의 모습 멀어진다.
멀리……. 창가에 서 있는 최곤의 모습 보인다.
김밥집 앞(N)
박민수가 순영의 김밥집 앞에 서있다.
셔터가 내려져 있다.
박민수의 집 (N)
지하 집 문 앞에 서있던 박민수 벨을 누른다.
문이 열리며 나오는 순영, 문 앞에선 박민수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고 거실로 들어가…….
다듬던 김밥 재료들을 계속 만진다.
박민수:
미정이는?
순영:
(돌아앉은 채로)
자.
박민수 방 문 열어보면 딸이 곤히 자고 있다.
박민수:
김밥집은 어떻게 된 거야?
순영:
망해서 문 닫았지, 뭐가 어떻게 돼.
박민수:
근데 김밥은 왜?
순영: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역에서 팔면 곧잘 팔려.
박민수, 말없이 순영의 등을 내려다본다.
라디오 스튜디오(D)
최곤, 전화 연결 중.
할머니1(E):
저번의 그 할망구가 멍박이 있다고
우겨서 그러는데 그 전문가 양반 좀 바꿔줘.
최곤:
(짜증내며)
그냥 대충치세요.
거, 점 10원짜리 치시면서…….
제가 내 드려요?
하고 전화 끊고 노래(선곡 미정) 틀어 버린다.
석영:
(부스 안으로 들어 와)
정말, 왜 그래요?
최곤:
뭘?
석영:
그럴 거면 아저씰 찾아요.
최곤:
내가 그 자식을 왜 찾어?!
돌아 앉아 외면한다.
지국장실(D)
최곤 석영 지국장 박기사가 소파에 앉아 있다.
지국장:
강피디, 너 원주로 금의환향 못하게 생겼다.
석영, 의아해 바라본다.
지국장:
‘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서울로 옮긴단다.
너 서울로 발령 낸데.
최곤도 놀란다.
석영:
정말이요?
선배…….
하고 감격한 표정으로 최곤을 보면 최곤 멍한 표정이다.
박기사:
여기는요?
지국장:
원주랑 통폐합 하고…….
넌 나랑 원주 가야지.
최곤씨, 축하합니다.
청취자들한텐 내일 바로 알리죠.
라디오 스튜디오(D)
시그널 흐른다.
최곤:
(복잡한 심기를 감추고)
여러분, 제가 방송하는 모습 궁금하지 않으세요?
전 예전에 라디오 들을 때 디제이의 모습이
궁금하곤 했는데……. 아님 말구요.
전, 제 방송을 듣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김양……. 지금 다방에 있어요?
김양은 인기가 좋으니까 배달 나갈 준비하나?
INS. 터미널 다방
막 배달을 나가려던 김양이 멈춰 서서 스피커를 바라본다.
최곤:
중국집 장씨는 라디오에 정신 팔려 있다가
주방장한테 뒤통수 얻어맞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INS. 중국집
“너 빨리 안 해!”하고 장씨를 때리려던 주방장이 방송을 듣고 팔을 멈춘다.
최곤:
고스톱 매니아 할머니,
제가 알아봤는데요, 멍박은 정하기 나름이랍니다.
싸우지 마시고……. 미리 정하고 치세요.
INS. 마을 회관
패를 돌리던 고스톱 할머니, “멍박은 없는겨”하고……. 마저 패를 돌린다.
최곤:
야, 동강…….
니들 오늘은 누구 코스프레냐?
설마 키스는 아니겠지?
INS. 이스트 리버 연습실
키스를 흉내 내느라 화장품으로 얼굴에 떡칠을 하던 이스트 리버 멤버들 “우~” 환호한다.
최곤:
저보고 서울 가래요.
첫 곡 나갑니다.
노래(선곡 미정) 나간다.
석영, 부스 안의 최곤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최곤이 일어나 부스 밖으로 나온다.
석영:
왜요?
최곤:
커피 한잔 하려고.
석영:
들어가 계세요.
제가 타드릴게요.
석영,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김씨가 김장훈을 데리고 들어온다.
모두 놀란다.
김씨:
서울에서 온 인기 가수라는데.
김장훈이 부스 안의 최곤을 보며 씨익 웃는다.
최영도 사장 뒤따라 들어온다.
방송국 앞 팔각정(D)
김장훈이 최사장의 차에 기대 서있다.
김장훈의 시선으로 보면 저만치 떨어진 곳에 최곤과 최사장이 나란히 서있다.
최사장:
서울로 오시면, 바빠지셔야죠.
최곤:
나 지금도 바빠요.
최사장:
재기하셔야죠.
최곤:
내가 언제 쓰러졌었나?
최사장:
저희 회사와 계약하시죠.
최곤:
그런 얘긴 제 매니저랑 하쇼.
최사장:
박민수씨하고 결별했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최곤, 고개 돌려 최사장을 본다.
최곤:
당신 민수형 만났어?
최사장:
…….
최곤:
언제 만났어?
최사장:
의외로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으시더군요.
짧게 말씀드렸는데 별 망설임 없이
최곤씨를 위한 결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
최곤: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고)
너……. 민수형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최사장:
민수씨와 함께 최곤씨의 미래에 대해 논의 했습니다.
민수씨에게도 섭섭지 않게 해드리려 했습니다마는…….
최곤:
입 닥치고…….
너 이 자식, 니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어?
최곤의 말에 놀라는 김장훈, 둘 사이를 끼어들며 말린다.
김장훈:
형 뭐하는 거야?
최곤:
넌 입 닥치고 가만있어!!!
최사장:
(당황함을 숨기며)
말씀을 좀 가려 하시죠.
최곤:
너 내가 지금 너 치면…….
그래서 깜방 가면……. 꺼내줄 사람이 없거든.
민수형 있었으면 넌 죽었어, 자식아.
최사장, 주춤거리다 사라진다.
최곤, 홀로 남겨진다.
서울 방송국 사무실(D)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김국장이 곤란한 표정이다.
김국장:
이 미친놈아, 뭔 소리하는 거야? 지금.
하여간 이 꼴통 때문에 내가 미쳐.
방송 이관이 낼 모렌데…….
니가 나 옷 벗길라고 작정을 했구나.
방송국 앞 팔각정(D)
노을이 지는 어라연 강가에 선……. 김국장과 전화하는 최곤의 뒷모습.
최곤:
하여간 난 서울 안 가.
나 여기서 그냥 이렇게 살 거야.
김국장(E):
너 재기하기 싫어?
최곤:
응, 싫어.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라디오 스튜디오(D)
석영이 최곤을 노려본다.
석영:
이유가 뭐예요?
최곤:
나 여기가 좋아.
석영:
난 여기가 싫어요.
최곤:
그럼 넌 가.
석영, 최곤을 노려본다.
석영:
아저씨 때문이죠?
최곤:
그 자식 얘기 꺼내지 마.
민수형, 내 옆에서 가오 잡은 거
말고 한 거 아무 것도 없어.
석영:
아니요.
선배 이날 이때까지 스타로 살았잖아.
망가져서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스타로 살게 해줬잖아.
그게 매니저잖아.
최곤, 석영을 노려본다.
지국장 실(D)
벽 한쪽에 걸려 있는 역대 지국장들의 사진.
사진들 꽤 앞쪽에 젊은 김국장의 사진……. 그리고 맨 끝에 (현재의)지국장 사진 걸려있다.
김국장(off-sound):
그럼 어쩌냐고?
기사 다 나가서 청취자들 최곤 방송
들을 날만 기다리고 있고…….
내가 임백천이하고 의절해 가면서
겨우 방송 시간 비워 놨는데…….
지국장:
(즐기듯)
그러게 최곤을 왜 보냈냐고요?
김국장(off-sound):
하여간 예정대로 곤이 방송 전국으로
쏘는 거니까 하던 대로만 하면 돼.
지국장:
여기서 방송하는 걸 전국으로 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합니까?
아……. 역시 국민의 방송 KBS 대단합니다.
아니……. 저야 원주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거니까……. 뭐.
영월 방송국 입구(D)
김씨가 플랭카드를 걸고 있다.
<축! 영월 KBS‘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전국 송출>
서울의 어느 지하철역 입구(D)
박민수가 순영과 함께 출근길의 직장인들에게 김밥을 팔고 있다.
그 옆 신문 가판대의 신문에 최곤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와 있다.
박민수가 보면,‘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라디오 방송 사상 최초로 지방에서 전국으로 송출……. ’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방송국 스튜디오(D)
시그널이 나가고 있다.
스튜디오에 서울의 김국장 모습도 보인다.
석영, 부스 안으로 큐 사인을 준다.
최곤:
(느끼하게)
처음이라는 말처럼 설레는 단어가 있을까요?
첫 울음, 첫 눈, 첫 만남…….
석영, 피식 웃으며 부스 안의 최곤을 흘긴다.
최곤:
첫 데이트, 첫 키스……. 첫 방송…….
제가 영월에 와서 첫 방송 할 때
피디가 써준 오프닝 멘트였습니다.
그 때 읽다가 토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읽으니까 유치한 게 참~ 좋네요.
전국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최곤입니다.
Buggles 의 video killed the radiostar 전주 나간다.
최곤:
첫 곡이 뭘까~요?
다 같이 듣고 맞춰 봅시다.
INS. ‘video killed the radiostar’흐르는 가운데……. (항공 촬영)
영월 방송국의 송전탑에서 동강 줄기를 따라 영월의 전경을 보여주며 떠가는 카메라.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KBS의 송전탑을 시작으로 각 도시의 전경 펼쳐진다.
순댓국 집(N)
손님 없는 가운데 최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술이 떨어진다.
(jump)
호영이 최곤의 잔에 술을 따른다.
최곤은 마주 앉은 호영의 소주잔에 콜라를 따른다.
호영:
(잔을 들어)
건배.
최곤:
(잔 마주치며)
원 샷.
호영:
(빈 잔을 머리 위에서 뒤집으며)
확인.
주방에 있던 할머니가 최곤과 호영의 모습을 바라본다.
방송국 스튜디오(D)
광고 나오고 있다.
호영, 헤드폰을 끼고 최곤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이 똘망똘망하다.
최곤:
요거 끝나면 하는 거다.
호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최곤:
편지 가져왔지?
호영:
다 외웠어요.
광고 끝난다.
최곤:
자, 시~작.
호영이 마이크 앞으로 다가간다.
서울 어느 버스 안(D)
박민수, 순영과 버스 좌석에 나란히 앉는다.
버스 스피커에서 최곤의 방송이 나오고 있다.
호영: (E)
아빠……. 아빠, 저 호영인데요…….
아빠, 이제 집에 오면 안돼요?
라디오 스튜디오(D)
호영의 말 이어진다.
호영:
아빠 나가고 할머니가 식당 하시는데
할머니 밤마다 울어.
아빠, 아빠가 와서 옛날처럼 식당하면 안돼요?
최곤, 딱한 표정으로 호영을 바라본다.
INS. 호영의 말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서울역, 인천-연안부두 대합실, 부산-광안리, 대구-달성 공원, 광주-무등산 공원 등……. 전국에서 최곤의 방송을 듣는 사람들의 모습 스케치된다.
호영:
아빠, 아빠 나 땜에 나간거지?
그지?
(울먹이며)
나 이제 우영이하고 안 싸우고
할머니 말 잘 들으니까 이제 돌아오세요.
꼭 돌아오세요.
최곤:
(보다 못해)
누가 그래?
호영:
예?
최곤:
아빠가 너 땜에 집 나갔다고 누가 그래?
호영:
아빠가 술만 먹으면 그랬었거든요.
내가 자꾸 동생이랑 싸우고
할머니 말 안 들어서 못 살겠다고.
최곤:
니 아빠 이름 뭐야?
호영:
정상철이요.
최곤:
야, 정상철.
너, 나 알지?
내가 당신 식당에서 사인해 줬잖아.
너 당장 돌아와.
야, 이 나쁜 자식아.
마누라 찾으러 집 나간 건 좋다 이거야.
근데 애가…….
(분을 못 이겨 말을 잇지 못하다)
너 이 자식, 일단 돌아와.
와서, 호영이한테 그게 아니라고…….
너 땜에 나간 거 아니라고 말하고 다시 나가.
최곤이 화내는 모습에 호영이 겁을 먹는다.
호영:
아저씨…….
그게 아니구요.
최곤:
(버럭)
넌 가만있어!
호영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최곤:
너, 지금 어딨어?
당장 돌아와.
알았어? 이 나쁜……. 박민수 같은 자식.
호영:
아저씨…….
최곤:
울지 마.
니가 뭘 잘못했다고 울어.
울지 말라니까!
이 자식아, 니가 애비냐?
당장 돌아와.
호영, 결국 “으앙~”하고 울음보를 터뜨린다.
최곤이 서둘러 노래를 내보낸다.
최곤:
노래 들으시겠습니다.
뭐더라?
(흥분해서)
그냥 들으십시오.
‘조용필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나간다.
최곤이 호영을 덥석 안는다.
최곤:
울지 마.
넌 잘못한 거 없다니까 왜 울어?
울지 마.
최곤이 호영을 더욱 꼬옥 안는다.
호영, 최곤에게 안겨 울음을 참아보려 하지만 계속 어깨가 들썩인다.
바라보던 석영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최곤:
(갑자기 음악을 끊으며)
저도 사람 한 명 찾겠습니다.
석영이 유리 너머 최곤을 바라본다.
최곤:
이름 박민수.
나이 마흔 여섯.
형!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돌아와, 씨…….
장난치는 거지?
죽어.
나 그냥 친구들하고 언더그라운드에서
밴드한다 그러는데 형이 꼬드겼잖아.
키워 준다며?
조용필이 저리 가라로 만들어 준다며?
서울 어느 버스 안(D)
방송을 듣다 놀라 할 말을 잃는 순영.
박민수는 순영을 의식하며 괜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최곤: (E)
형, 나랑 천문대 가서 별 볼 때 그랬지?
라디오 스튜디오(D)
최곤:
형, 듣고 있어? 형이 그랬지?
지 혼자 빛나는 별이 없다며.
와서 좀 비쳐주라. 쫌.
나, 빤딱빤딱 광내고 제대로 빛 한번 내보자…….
최곤, 고개를 떨군다.
보던 호영이 최곤을 다독거린다.
서울 어느 버스 안(D)
박민수가 창밖을 바라보며 애써 최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순영, 박민수의 옆구리를 찌른다.
박민수 찌르지 말라고 순영을 밀친다.
순영:
가라.
박민수:
어딜 가?
순영:
가.
박민수:
안 가.
순영:
나 최곤 팬클럽 회장이야.
안 가면 애들 풀어서 가만 안 둬.
박민수, 순영을 바라보다 외면한다.
순영:
가, 이 화상아.
난 너 없어도 살아.
곤이 오빤 너 없이 못 살아.
당신도 최곤 없이 못 살잖아.
가.
박민수, 순영을 바라본다.
라디오 스튜디오(D)
INS 비가 내린다.
광고 방송이 나가고 있다.
석영:
노래 끝나고 전화 연결 할게요.
최곤:
오늘은 그냥 차분히 음악 좀 듣지.
석영:
해야 돼요.
노래 잦아든다.
최곤:
(힘없이)
여보세요.
호영: (E)
아저씨.
최곤:
호영이?
호영: (E)
예. 아저씨, 아빠 왔어요.
최곤:
뭐? 정말?
호영: (E)
예. 어젯밤에 오셨어요.
최곤:
아빠 바꿔봐.
호영: (E)
아빠, 아저씨가 바꿔 달래.
(하고 외친다)
싫대요. 아저씨 무섭대요.
아저씨, 노래 신청해도 돼요?
아빠가 신청해 달라고 한 건데.
최곤:
뭔데?
호영: (E)
비와 당신이요.
(jump)
최곤 기타를 퉁기며 ‘비와 당신’을 부르기 시작한다.
최곤의 마음이 가득 담긴 ‘비와 당신’
석영이 최곤과 최곤의 노래에 젖어 든다.
영월 방송국 전경/영월 전경(D)
빗속의 영월 방송국.
비에 젖은 송전탑 너머 영월 시내 전경이 보인다.
최곤이 부르는 ‘비와 당신’이 영월 시내를 촉촉이 적신다.
방송국 건물 현관(D)
최곤이 쪼그리고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최곤 너머, 복도를 지나던 석영이 잠시 최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사라진다.
최곤, 발 앞에 고인 물에 떨어져 튕기는 빗방울을 바라본다.
문득 고개를 들면 우산을 쓴 한 사내가 방송국 입구를 지나 걸어오고 있다.
우산 밑 담배를 피우고 있는 얼굴, 박민수다.
최곤, 슬쩍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다.
박민수가 다가와 최곤 앞에 선다.
박민수:
(아무렇지도 않게)
뭐하냐?
최곤:
담배 사러 갈려고 했는데…….
에이, 씨……. 비가 오냐…….
박민수, 피우던 담배를 내민다.
최곤, 잠깐 망설이다 받아 한 모금 피운다.
최곤:
침을 묻히냐?
하고 짜증내며 담배를 빗물에 버리고 일어나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박민수:
아이, 자식……. 장초를 버리냐?
그거 침 아냐.
비야, 임마.
하며 최곤을 따라 건물 안으로 사라진다.
방송국 전경(D)
맑게 갠 날씨.
중국집 오토바이가 방송국 정문을 지난다.
라디오 스튜디오(D)
‘유앤미블루의 언제나 내 곁에’, 나가고 있다.
부스 안에서 최곤이 박민수와 짬뽕을 먹으며 뭐가 재밌는지 키득거린다.
석영이 맘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일어나 부스로 들어간다.
석영:
(들어서며)
왜 부스 안에서 밥을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