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40. 왜 울어? Milla,
한국에서 오이 피클을 만드는 것처럼 나는 이 곳에서 사요테 피클을 만들어 먹는다.
먼저 사요테의 껍질을 벗겨내고 어슷어슷 썰어둔다. 그리고 보라 색 양파도 사요테 조각의 크기와 같이 썰어 놓는다.
보라 색 양파는 알이 작고 단단해서 피클을 담기에 좋다.
양조 간장과 식초와 물과 설탕을 같은 양으로 섞어서 썰어 놓은 사요테와 양파 조각을 담가 놓으면, 며칠 지난 후부터 새콤달콤한 피클을 반찬으로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늘 사요테와 양파를 건져 먹고 남은 식초 간장의 양이 너무 많아서 버리려니 아깝기 짝이 없다.
밀라에게 특별히 일러두었다.
"물의 양을 애초에 너무 많이 잡지 마라. 식초, 간장, 물, 모두 섞어서 만들어진 액체는 사요테와 양파가 자작자작 잠길 만큼만 준비해. 언제나 남아서 버리는 식초간장이 아깝단 말이야."
기껏 일러 두었는데 이 번 따라 적기는 커녕 훨씬 더 많은 초간장 물이 담겨 있다. 큰 그릇 가득찬 액체 속에 고작 몇 조각의 피클이 보인다.
짜증이 난다. "내가 말했잖아, 물을 많이 잡지 말라고."
그녀가 대답한다. "물과 설탕과 간장,식초를 똑같이 넣었어요."
"알아. 똑같은 비율로 넣는 건 맞아. 그런데 왜 이렇게 물을 많이 넣었냐구? 이거 나중에 다 버려야 하잖아." 내 목소리가 높아진다.
"물과 간장은 지난 번과 똑같이 넣었어요. 그런데 사요떼가 적어서 양파도 적게 넣었어요."
젠장, 이렇게 말이 안 통해서야.! 화가 난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한국말로 중얼거린다.
"재료가 적으니까 물의 양도 더 적게 넣으란 말이야." 나는 그녀에게 또 불만스럽게 말한다.
"아유, 답답해. 여보, 답답하단 말이 영어로 뭐야?" 내가 꽥 소리를 친다. 돌아보니 그녀가 울고 있다.
"아니, 왜 울어? " "You are angry and shouting!"
문득 이 나라 사람들은 소리 지르면 민감하다고 누군가 가르쳐 준 말이 떠오른다.
"Milla, 미안해. 나 화 안 났어. 너한테 소리친 거 아냐. 영어가 쉽지 않아서 우리 대화에 문제가 있을 뿐이야. anyway I`m sorry."
결국 나는 그녀를 껴안고 다독인다. 내 답답함이 하나도 안 풀렸는데... 내가 하려는 말은 하나도 전달이 안 되었는데 말이다.
'정작 울고 싶은 건 네가 아니라 나라구, 이 맹추야' 나는 한국말로 혼자 지껄여 본다.
1. 사요테, 2.붉은 양파, 3사진찍어주니 금세 웃는 밀라
첫댓글 의사소통 처럼 중요한게 없죠.
세상사 모두 내 뜻대로 되질 않더라고요!
질질끌며 절뚝이는 다리로 탁구게임을 했다
노친네도 남녀 짝을 지어 게임했다
내편이 왕창왕창깨졌다
내가 고연히 파트너에게 미안했다
다리가 성했을땐 敗한적이 없었건만
내일다시 게임하자고 약속하고 귀가했다
절뚝이는 다리로는 勝율이 제로이건만
속으로 미안함을 달래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