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3년7개월차 서울교무행정지원사입니다.
교무행정지원사는 2012년 서울특별시 담임교원의 행정업무경감을 위해 기안 및 집행권한 확대로 신설된 서울에만 존재하는 직종으로 서울전역 담임교원행정업무경감의 최전선에서 많은 몫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교무행정지원사는 에듀파인, 업무포탈(업무관리시스템)을 비롯한 전문적 업무영역과 불특정하고 광범위한 업무들이 담임교원행정업무경감이란 명목하에 주어지고 있습니다. 실로 업무량 자체가 엄청나지요.
저희들은 항상 시간을 다투고 까다로운 회계예산관련 각종 교원 에듀파인전담 및 스쿨뱅킹관련 기안.품의업무(방과후징수, 체험학습 등)와 그외에도 업무 영역을 특정하기 어려운 업무들이 교원행정업무경감이라는 이름으로 막무가내로 주어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특별직무수당은 고사하고 교무실배치라는 비현실적 근무공간배치로 같은실 동료가 부재중일땐 고스란히 혼자 이중 삼중고를 감당해야하므로 정작 맡은 고유업무는 초과근무를 통해 처리해야 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초과근무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급봉사를 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교무실이란 열악한 공간에서 전교교원행정업무지원, 교감지원, 행정실공무원(시설주무관업무포함)의 업무전가, 온갖 부당잡무와 각종 민원(아동, 교사, 학부모, 민원인), 특히 새학기에는 더욱 폭주되는 전화응대 및 민원 등에 정신이 나갈것만 같습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그 어떤 민원수당조차도 없이 사기는 저하되고, 고유업무도 넘치는데 교무실이란 이유만으로 각종 부당잡무+부당업무까지 감당하며 자존감은 바닥을 칩니다.
게다가 급여는 방중비근무라서 연봉제일때 10개월치를 12개월로 나눠 받아, 월 100만원남짓의 월급을 받았는데 이게 무슨 정규직이며 외부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반공무원인가요? 이 급여가 공무원의 반이라도 되나요???
그래도 저는 담임교원행정업무경감으로 제게 주어지는 업무가 교사의 교육활동과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의 교육발전에 긍정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내외부적으로 버티기 힘든 시간을 인내로 버텨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담임교원과 함께 근무하지 않는 초등교무실의 특성상 개인적으로 느낀점은,
교무행정지원사라는 비정규직 직종에게 이렇게 잡무+업무가 근무시간안엔 모두 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전교교사에 교감을 비롯한 관리자들의 업무까지 쓰나미처럼 몰려와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상황에 저는 정말 놀랐고, 직업을 바꿔야하나 지금도 수시로 고민이 됩니다.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한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교무행정지원사들이 폭탄, 아니 핵폭탄에 가까운 부당잡무와 업무전가로 정작 중요한 고유업무는 제대로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된다면 과연 교육발전이란게 가능하긴 할까 의문이 듭니다.
학교에 입사하고 얼마안되어 이런 도를 넘는 불합리한 근무환경들을 겪으면서 저는 무기계약직이 되기도 전부터 이 학교에서 저 혼자 간도 크게 학비노조에 가입을 했습니다. 공무원도 6급이하는 공무원노조가입을 당연시 하면서도, 비정규직 주제에 감히 노조에 가입하는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과, 주변 동료들도 나를 이해해줄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 말도 못꺼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에게 노조 가입의 필요성을 넌즈시 홍보하다보니 한두명씩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교무실이란 공간에서 산전수전 공중전 육박전까지 다 겪은 느낌입니다.
저의 고유업무는 늘상 뒤로한채, 온갖 학교 행사지원에, 부임과 영전 철이 되면 업무특성상 가장 바쁜 3~5월, 9~10월에 수시로 부임인사방문객의 과일, 빵, 음료 접대 및 수시로 오는 그 뜨거운 떡을 식기전에 나눠주라하여 손이 데여가며 일일이 학급수대로 세어 1회용팩에 분배, 각 학년 및 실별 바구니에 담아 놓고도, 오시는분들마다 일일이 안챙겨드리면 서운해하니 일하다 말고 일일이 일어나 가서 챙겨주느라 정작 복잡한 계산업무 등 업무집중을 요하는 일에는 맥이 수시로 끊기는 건 기본입니다.
21세기에 일일이 각 층 각실마다 떡셔틀까지 바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학교도(K공립중 등) 아직도 많이 존재하고, 교사 개인 답례품까지도 교무실근무자들이 마치 업무인양 수시로 대신 분배에, 게다가 답례메시지까지도 대신 보내야만 했습니다.
또 한가지 정말 답답한것은 영전오시는 교사들 중 일부는, 전에 학교에선 실무사들이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줬는데.. 실무사들은 교사들의 각종 잡무들을(???) 해주려고 들어온거 아니냐... 이말... 정말 이젠 지쳐갑니다.
저희들은 잡무처리반이 아니라 담임교원행정업무를 지원하려 교육청 공채로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전형을 통해 높은 경쟁률로 통과하여 채용되고 있는 전문적 직종입니다.
우리 어린아이들 삶의 교육현장인 학교란 곳에서 21세기에 이 무슨 일방적 소통부재와 구시대적 발상이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을까.....
저희들은 교사가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호흡, 소통하므로 선생님이란 호칭으로는 불리웁니다만, 아이들조차도 저희들과의 소통에서는 이샘은 선생님 아니야 라면서 대놓고 무시하는 광경을 저는 직접 경험해보았습니다.
일례로 어느 공립중에서는 교사가 중학생들앞에서 공무직들에게 아무개씨라고 하대하듯 부르니, 알거 다아는 중학생들이 이분은 교사의 아랫사람이구나 인지하고 차별을 몸소 배웁니다.
이런 곳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배우고 보고 자랄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해마다 이때쯤이면 교무실무사샘과 함께 상추뜯기, 씻기, 수시로 들어오는 간식과 수박 참외자르기 및 접시에 담아 접대에 설거지, 거의 하루종일 가든고기파티 준비, 가을엔 학교에서 기른 대추를 큰 두박스 수확하여 하루종일 나뭇잎 가지 등 이물을 떼어내면, 그걸 또 아주 반짝반짝 정성스럽게 닦고, 바구니까지 직접 다이소 가서 구입, 거기에 알이 크고 예쁜 대추만 일일이 골라 가득 담고 랲을 씌워 예쁜 그림과 글귀까지 컬러프린트하여 올리면 황금색보자기로 예쁘게 꽃모양 매듭을 지어 교육청으로 상납, 나머진 또 학년별로 분배하고, 메신져를 보내고, 오시면 일일이 가서 챙겨드립니다.
몇년전 교장님땐 유독 심해서 일 좀 할라치면 오전엔 상추뜯고, 텃밭이라 유독 흙이 많이 묻은 상추인데, 가든고기파티의 일부교사들과 윗 관리자분들에게 대령하기 위하여 깨끗히 몇번을 씻느라 일부 공무직들은 반나절은 그거에만 매달리고..
오후엔 행정실과 관계되는 급박한 일을 좀 처리하려니, 가든고기상 차린다고 나오라지....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업무와 전혀상관없는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믿기지도 않는 부당잡무들을 시켜놓고 업무는 제 시간에 처리하길 바라니 가슴이 타들어가고 저만 똥줄이 탑니다. 경험해 보지 않고는 이 심정 아무도 몰라요....
정말 일명 마의 학기초 시즌이라 불리우는 핵폭탄 같은 업무 와중 이런 부당잡무들이 수시 반복되다보니 수박, 참외, 수시로 들어오는 간식등은 정말 내동댕이 패대기 치고 싶었다는 그런 심정이라면 여러분들은 이해가 갈까요.
교무실에서 일어나는 부당잡무들....정말 여기에 말로 다 못한 일들도 비일비재합니다만 지면이 모자라 여기서 접겠습니다.
참,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서러움이 몰려옵니다. 정말 정신이 나갈만큼 일했단 표현을 할만큼 근무해오다보니 스트레스성 어지럼증까지 심하게 얻어 지난 2년간 그 고통은 오로지 나만이 감당해야 했습니다. 좀 쉬고 싶었지만 근무평가를 통해 해고 당할 수 있다는 교감님의 말로 인해 단협에 정당하게 주어진 60일 병가도 내지 못하여 아직도 무리하면 재발을 하는 상황을 어디다 호소해야 하나요.
아무도 믿을 사람은 없을것 같네요.
그러나 전 더도덜도 없이 팩트 그대로입니다.
학교업무정상화로 늘어난 업무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추가된 방중추가근무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방중엔 유독 방과후징수기안.품의업무로 방중출근시마다 수납샘이(일반직전환공무원) 저를 벼르고 있어(그분도 그분의 역할에 충실한거겠지만) 출근때마다 하루종일 소요되는 까다로운 그 업무에 치이느라 학교앨범 같은 학기중 다 미뤄놓을 수 밖에 없었던 밀린업무는 집에 싸들고 가서 합니다. 부장교사들도 방중엔 초과를 거의 안하시는데,
저는 방과후징수.품의와 2월 출납폐쇄기한중엔 마무리지어야 하는 밀린업무들과 품의들로 방중에도 혼자 초과근무를 합니다. 물론 초과근무 수당은 인정해주지도 않죠.
이런 답답한 상황, 그냥 계속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저는 더이상 그냥 가만있지 않으려구요.
전국적 급여 및 처우통일을 위한 교육공무직법 제정 및 정규직전환을 반드시 실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담당하고 있는 고유업무도 많은데 잡무가 본 업무보다 더 많고 온갖 분들이 오고가고 마치 카페인양 머무는(?) 등, 업무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교무실에서 교무행정지원사라는 이유로 교사들과 행정실 공무원들이 미루는 행정업무는 1차적으로 교행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더군요. 전에 어떤 교감선생님이요.
이 점에서 정말 답답한건 교행 실분리만 되더라도 좀 더 많은 전문적업무를 맡을 수 있는데, 교육청은 나몰라라하고, 업무의 아웃트라인 정도는 교육청에서 과감히 결정해주셔야, 거기에 학교별 상황이 적용되도 되는건데 교육청에서는 각 학교마다 사정이 달라 업무매뉴얼을 할 수가 없다라고만 하니 학교현장에서 교무행정지원사는 온갖 행정업무에, 말도 안되는 이유만 갖다붙이면 다 담당해야 하는 업무들로 넘치니 참으로 한숨만이...
게다가 요즘은 점점 상황이 더더욱 심각해져만 가서, 행정실 공무원들이 교사들에게 전가한 업무는 결국 교행에게 책임이 있다며 막무가내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까지 더해, 도대체 나는 뭘 하기위해 채용된건가 싶은 회의감이 수시로 듭니다.
우리는 힘없는 비정규직이기에 공무원의 업무까지도 전가 당하는 일까지 발생되고 있습니다.
이러니 우리들이 그토록 정규직 정규직 가슴에서 마구마구 우러나오는 한을 목이 터져라 외칠 수 밖에 없는것입니다.
2014년 연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되면서 교행은 월급 100만원이상 졸지에 뺏겼습니다. 회계기간 문제라고 하면서 동일한 기간을 근무한 교육실무사들과는 달리 월급을 빼앗겨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규직이어도 이딴 식으로 했을까요? 정말 이 생각만 하면 교행들 모두는 아직도 생생히 피를 토하듯 억울해합니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급여체계도 각각 다르고, 회기도 제각각이었고, 필요할때 막무가내로 신설해놓고 급여도 맘대로 뺏어가면 그만인 우리들이 도대체 무슨 정규직인가요?
문재인정부에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라고 했다죠? 정규직인데 학교 비정규직발령대장에 적힌 이유는 무엇이며, 교육청에서 그 소통부재 및 개무시 행동들은 저희를 비정규직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또한 우리가 정규직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부르는 한맺히는 처사라 생각됩니다.
노조가 생기면서 인간이하 처우가 조금씩 개선이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우리의 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부 국민들이나 공시생, 일부 공무직들은 저희들의 파업을 가지고 아이들을 볼모로 요구하는 몹쓸짓이라고 저희들을 몰아부칩니다.
그러나 오히려 아이들을 볼모로 저희들이 부당한 처우속에 갇혀있는 게 아닌지요.
파업은 우리 근로자들의 작은외침이며 권리라고 생각됩니다.
우리학교에서 누구 한사람이 참여하겠지가 아닌 모든 학교의 모든 공무직샘들이 다 같이 동참해서 내외부적으로 공무직의 파워를 보여주어 이 서럽고 더러운 비정규직 생활 이젠 청산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서울교무행정지원사 장성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