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이 하루는 시봉을 하던
제자 원택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성철 스님은 활 잘 쏘는 포수가 호랑이를 잘 잡는 것이 아니라고 말핶다. [중앙포토]
“이놈아, 백두산에 호랑이가 많이 있다는 이야기 들었지?”
“네에, 스님”
“그럼 그 호랑이를 어떤 포수가 잡겠나?”
“활 잘 쏘는 사람이 잡겠지요.”
“틀렸다!”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원택 스님에게
성철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활 잘 쏘는 놈은 지(자기) 목숨이 제일 중하다고 생각하고,
범이 으르렁거리면 제일 먼저 도망간다.
그럼 누가 범을 잡겠나.
결국 무식한 포수가 호랑이를 잡는다.”
성철 스님은 왜 이 대답을 던졌을까요.
그렇습니다.
마음공부를 하는 우리 각자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일깨우기 위함입니다.
마음의 정체를 깨닫는 일이
호랑이를 잡는 일입니다.
그러니 호랑이를 잡을 때까지
활을 손에서 놓지 말라는 조언입니다.
쉽진 않습니다.
우리가 잡으려는 호랑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매 순간 내 안에서
으르렁거리며,
쉬지 않고 어슬렁거리는
놈이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 앞에 있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내 안에 있는,
그런 호랑이가 우리의 마음입니다.
성철 스님은 해인사 백련암에 있을 때 헝겊으로 기운 승복을 즐겨 입었다. [중앙포토]
정체를 몰랐을 때는
우리가 호랑이에게 쫓기며 살지만,
정체만 알면
우리가 호랑이를 부리게 됩니다.
그래서 성철 스님은 “무식한 포수가 돼라”고 주문합니다.
호랑이를 잡을 때까지
활과 화살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사실 나의 바깥에 있는 호랑이는
잡기가 어렵습니다.
가령 백두산에 가서 호랑이를 잡으라고 한다면,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요.
호랑이를 찾기조차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호랑이는 다릅니다.
어차피 내 안에 사는 호랑이니까,
언제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활을 손에서 놓지만 않으면 만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성철 스님은 그걸 강조한 겁니다.
성철 스님 말처럼
활 잘 쏘는 포수는 먼저 도망가 버립니다.
실은 호랑이가 무서워서가 아닙니다.
내 안에 호랑이가 있다는 걸,
그걸 잡을 수 있다는 걸
진심으로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철 스님은 무식한 포수라야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며 수행자의 마음자세를 강조했다. [중앙포토]
성철 스님은 그래서
무식한 포수가 되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내 안에 호랑이가 있음을
믿으라는 말입니다.
그걸 잡을 수 있음을
무식할 정도로 믿으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활을 놓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활을 놓는 순간,
우리는 끝없이 호랑이에게 쫓기며
살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