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잠
수면유도제를 늦게 먹었어
종일 꿈에서 현실을 찾는 엄마
새벽 한 시,
뒤척이다 서랍을 열었겠지
달고 부른 잠 한 알
기름진 꿈 굴리다 삼켰을 것이다
다시 눈 떴을 때
아직도 새벽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먼저 깬 습관이 이끄는 대로
식은 것 남은 것 젖은 것들 익숙한
부엌이 생시에도 괴롭고 기쁘게 맞이하더라고
어제 삶은 옥수수로 대강 허기 때운 다음
소반에 따로 차린 할머니 밥상
지겹도록 안쓰러운 끼니 때마다
쌀톨만 한 알약과 요구르트 하나
끝내 자라기도 하는
마지막 생이 있음을 증명하듯(보여주는 듯)또는(있기도 하다는 걸)
먹구름이 폭우를 참다 빗방울만 울린 아침
반쯤 감긴 눈과 귀가 수면에 잠기는 꿈을 꾼다
무거운 우산 위로
접지 못한 이유들이 쏟아지는
그런 꿈이 아니라
발밑에 모이는 개구리 지렁이 달팽이들
풀숲 데려가 살게 하는
상추, 호박, 고추, 참외밭 물길 내어주는
장마철 정다운 꿈결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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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엄마의 잠
장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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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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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귓가에 울리는 노래를 듣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