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영순 (손님) (2001-06-17 오전 06:25 조회수 : 2)
동백꽃 닮은 영숙에게 정든 님 보내놓고 얼마나 많이 울었느냐 영 떨어지지 않는 발길 가셨으리니 숙명을 거역할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닌가! 영숙아! 넌 동백꽃처럼 선이 강하고 진하디 진한 색깔을 지니고 있어 어려선 듬직한 장녀로 내가 갖지 못한 너의 넓은 등은 항상 동생들의 안식이 되었고 지금은 의지강한 신앙인이 되어 집안의 家長으로 어머니로 설령 그 짐이 무겁다 하더라도 넌 능히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어려운 친구들 있으면 앞장서서 돕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주머니 탈탈 털어 장롱 한 구석에 슬쩍 넣어두며 아이들 간식비라도 하라던... 모임이건 행사이건 앞장서서 챙기었고 장로남편 집사아내로 교회창립에도 아낌없이 헌금하던 너의 그 고운 마음씨에 깊은 정 쌓이고 또 쌓였었는데.... 우리 잠깐 이별한 사이에 대저택 같은 정릉 집은 재개발로 꿈에 부풀더니 개발 맡은 건설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졸지에 집을 잃고 설상가상으로 사업은 기울고 마지막에는 하늘같은 남편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말았으니 한 가지만 잃어도 정신 못 차릴 고통인데 줄지어 당하고 또 당하였으니 이 세상 그 어떤 말로도 너를 위로 못하겠구나. 사랑하는 내친구야! 내가 힘들고 아파했을 때 넌 언제나 내 옆에서, 내 편에서 의지되고 위안이 돼주었었는데 정작 네가 외롭고 고통스러울 때 못난 이 친구는 옆에서 함께 눈물 흘려줄 수 조차 없는 먼 곳에 와있으니 미안타 친구야! 내 맘도 너무 아프다 친구야!! 너를 향한 애절함에 이 편지를 쓴다마는 차마 네게 보낼 용기가 없구나 내가 어찌 너의 그 아픔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 미안타 친구야! 나도 많이 아파한다 친구야!! 콜로라도 에서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