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을 떠나기 전 "음식남녀"단체 기념촬영을 마치고는 아침 먹을 장소로 이동한다.
작년에도 왔던 곳으로 도로에서 차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로 산을 넘어가면 조그마한 해변이 있는 아늑한 곳이다.
마치 영화 "Beach"의 해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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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도착하자마자 누가 가디건을 별장에 두고 왔단다.
"갈때 들렀다 찾아가면 되요"
안원장이 느긋하게 말한다.
여기는 굴이 나오는 철에 와야 한다고 식사 중에 나온 말이다.
"태안기름유출 사고는 영향이 없었어요?"
"기름이 밀려올까봐 배가 나가서 막았지요.
바지락과 굴양식장이 오염되는 큰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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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버티고 있는 것은 고동이 들어간 강된장.
그러니 쌈을 싸 먹을때 젓갈로 집지 말고 "반드시 숟가락으로 퍼야 됩니다."
오른쪽 위는 곰취나물, 곰취라면 제주도 어승생악부근의 곰취 밭이 생각난다.
한 소쿠리만큼 따서 집에 갖고 갔더니 처가 "이런건 씻을 필요도 없어요" 하며 맛있게 쌈싸 먹었지.
그 아래가 매실 장아찌. 그리고 젓갈.
시계방향으로 다음이 노각무침, 양파장아찌, 가지나물, 풋고추멸치조림,
애호박에 바지락을 넣고, 연근조림, 고구마순무침, 짠 오이냉국, 열무김치,
그리고 양배추와 호박잎 쌈.
거의 대부분이 건강에 좋은 소위 "local food"이다.
즉 생산지와 소비지인 우리 입까지 거리가 아주 가깝다.
74년도 신혼초 무의촌 파견근무를 광산구 본양면에서 하였을 때
집 옆의 호박잎을 따다가 쌈 사먹고 숫꽃과 여린 줄기는 된장찌개에 넣으면 구수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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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실내에는 노래방기기까지 있어 하룻밤 바다를 보며 노래를 부르며 놀아도 좋을 것이다.
까먹어도 까먹어도 남는 바지락, 다음번에 올 때는 담아 갈 용기를 하나 가져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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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된장국을 나는 무지하게 좋아한다.
이는 많이 끓여야 맛이 있는 법이니까.
맛있는 아침식사가 끝난 후 커피를 마시고
또 주인 아줌마가 블루베리 농축액으로 쥬스를 타 가지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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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조용한 해변, 바닷물속에 겨우 세명만.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생선회에 곁들이는 소주마시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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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절벽에는 능소화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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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오는 그늘에 앉아 무심히 바다를 보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
중국에서 후송되어 온 친구의 동생때문에 지방대학의 부총장으로 있는 그 형이 전화를 하였다.
흉수로 호흡이 곤란하다면서.
할수없어 종양학의 황교수를 찾으니 마침 병원에와서 그 환자를 보고있다가 전화를 받는다.
흉부외과의 최선생과 의논하여 chest tube insertion을 고려해보겠다고.
원래 병 자체가 드문 Primary angiosarcoma라 어려운 상태이다.
이런 것들이 내가 정년을 하면 환자를 보질 않으려는 이유이다.
첫째는 환자를 대충 볼수가 없고
둘째는 감정의 이입이 일어나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 나도 기분이 좋치 않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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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물이 들어오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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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여기 앉아 찬 수박을 먹었었다.
느긋하게 아침을 배불리 먹고 남당리 해변가 그늘에서 쉬고
그 사이에 노선생은 꿍얼꿍얼대며 깊은 잠을 자고 깨어난다.
출발하려니 저기 누가 비싼 핸드백을 두고 간다. 주인은 오선생.
주인이 바지가 하나 있는데 하니 다른 사람이 우리팀 것이 아니라 하나
아까 송선생이 바지를 말린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
노선생한테 전화를 한번 해보라 하였더니 앗, 내 전화 하며 달려간다.
충전하려고 꽂아 두고 나온 것이다.
내가 이런 걸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챙겨 주려나.
첫댓글 바지락 된장국이 맛있어 보입니다. 휴식중에도 아픈 사람이 찾으면 달려가거나
개입해야 하는 직업이니.....오래 할 일은 못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