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에게 베푸는 시식에는 네 가지 진언이 있으니 첫째 시귀식진언은 귀신에게 음식을 베푸는 진언이고 둘째 시무차법식진언은 차별 없는 법식을 베푸는 진언이며 셋째 보공양진언은 널리 공양하는 진언이고 넷째 보회향진언은 공덕을 널리 회향하는 진언이다
행자 시절 나는 이 대목을 외다 말고 옆의 어린 스님에게 물었다 "이들 진언에 어떤 뜻이 있나요?" 동진 출가한 사미 스님이 내 귀를 살며시 잡아당기며 말했다 "난 뜻은 잘 몰라요 행자님 외우라 하시니 그냥 외는 거예요" 우리 둘뿐인데 사미는 소리를 죽였다 나도 또한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래도 뜻을 알고 외면 더 좋을 텐데"
어린 스님이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밥 먹을 때 영양을 따지던가요? 그냥 먹으면 배가 불러요 귀신이 이 밥을 먹으며 탄수화물이 얼마고 단백질이 얼마고 지방이 얼마라 따질까요 그냥 먹으면 배가 부른 것처럼 외라면 그냥 외면 되는 거예요 행자님" "아하! 그런 논리가 적용되네요."
나는 누에를 치시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무이, 누에가 뽕잎을 먹을 적에 자양분을 알고 먹을까요?" 어머니가 대답하셨다 "글쎄, 그건 잘 모르겠으나 먹이와 먹이 아닌 건 구별하겠지?" 사미 스님의 답을 들으며 어릴 때 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그 뒤로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염불을 외웠다
젊은 수좌가 노스님을 찾았다 예를 갖춘 뒤 여쭈었다 "실례지만 올해 연세가 몇이십니까?" 노스님이 미소를 띠며 되물었다 "병승病僧의 나이는 왜?" 젊은 수좌가 주춤했다 여성과 어르신 나이는 묻는 게 아닌데 노스님 연세를 함부로 묻다니 아랑곳하지 않고 노스님이 답했다 "내 나이 올해 열여덟일세"
젊은 수좌는 믿을 수가 없었다 백발이 다 되신 노스님께서 '열여덟'이라 하시니 젊은이를 두고 놀리는 거라 생각했다 "연세가 올해 몇이시라고요?" 그러자 이번에는 답이 바뀌었다 "으음, 올해 스물넷이야" 열여덟이 스물넷이 된 것이다 수좌는 조롱이라 생각했다 슬그머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스님, 거짓말을 하시면 안 됩니다 어떻게 열여덟이 스물넷으로 앉은 자리에서 바뀔 수 있습니까?" 노스님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내가 젊은이에게 농을 하겠는가 나는 농을 한 게 아닐세" 수좌가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물었다 "정중히 다시 여쭙습니다 스님! 농하지 마시고 바로 일러주십시오 올해 춘추가 몇이십니까?"
노스님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답했다 "허 그거 참! 자네 왜 이러시는가?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하는데 내가 왜 자네를 속이겠는가 이해가 안 되는 듯싶으니 다시 말함세 내 나이는 올해 마흔둘일세." 처음에는 열여덟이라더니 열여덟이 스물넷으로 스물넷이 다시 마흔둘이다 무슨 나이가 이랬다저랬다 할까
젊은 수좌의 언성이 점차 치솟는다 당장 폭력이라도 쓸 듯싶다 "스님 연세는 고무줄 연셉니까 처음에 열여덟이라시더니 스물넷으로 바뀌고 스물넷이 마흔둘로 바뀌고 어찌 이렇게 오락가락하십니까?" 그러나 노스님의 답은 차분했다 "나는 거짓말을 할 줄 몰라 뭐가 두려워 거짓말을 하겠는가?"
수좌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하는데 노스님이 부드럽게 말을 잇는다 "이해를 못하니 다시 말하겠네 내 나이 올해 여든하날세" 젊은 수좌가 표정을 풀며 말했다 "이제 제대로 말씀하시네요 숙녀 나이를 여쭌 것도 아닌데 그게 그리 힘드십니까." 노스님이 말을 받아 답했다 "그래, 올해로 꼭 여든이라네" 잘 나가다가 다시 한 살이 준 것이다
"노스님, 제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노스님 연세를 여쭌 이 불경을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십시오 참회합니다 노스님 노스님이 하도 정정하시기에 제 나름대로 감히 여쭈었습니다만 후학의 이 어쭙잖은 물음에 애써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젊은 수좌가 꼬리를 내리는데 노스님께서 젊은 수좌를 부르셨다
"젊은 수좌, 잘 들으시게 거듭 말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몰라 첫째 열이 여덟이면 여든이고 둘째 스물이 넷이면 여든이라네 셋째 마흔이 둘이면 얼마인가 으레 여든 아니던가 넷째 여든이 하나면 몇인가 당연히 여든이라네 난 내 나이를 속인 적이 없지 이래도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인가?"
노스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그 자리에서 젊은 수좌는 다겁생에 걸쳐 쌓여 온 번뇌의 두꺼운 껍질을 깨고 수행자로서의 할 일을 마쳤다 언하言下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공덕을 널리 회향하는 진언 보회향진언普廻向眞言을 욀까 옴 사마라 사마라 미만나 사라마하 자가라 바 훔(세 번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