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참 따뜻한 졸업 잔치 날입니다. 겨울날이 이렇게 ㄴ3따뜻한 것은 기후위기 탓일텐데 많은 식구들, 손님들이 오시는 날이 따뜻한 것은 또 좋은 것 같아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졸업잔치를 대하는 저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6년의 맑은샘학교 생활을 마치고 졸업하는 새 출발을 하는 네 청소년들을 축하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면서도 긴 시간 함께 지낸 식구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 또한 너무 커서 즐겁고 기쁜 날 눈물이 납니다. 어제도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에게 계획에 없던 아침 산책을 제안했습니다. 양지마을에 살고 있는 도윤이를 빼면 아마도 양지마을에 자주 오기 힘들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한 바퀴 돌면서 양지마을을 눈에, 마음에 담아두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다들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제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양지마을 이곳저곳에 대해 추억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산책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아이들은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뒤처진 제가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면 잠깐 기다려주지만 저와 가까워지기가 무섭게 바로 출발해버립니다. 저는 산책 내내 양지마을을 걷는 네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깊은샘 네 청소년이 저 앞에 떨어져 걸어가고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 제 모습이 마치 졸업을 하는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모습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같이 가자고 기다려달라고 하지 말고 잘가 라고 말해줘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 깊은샘 아이들은 사실 1학년 때는 아홉 어린이가 지냈습니다. 다섯 어린이가 여러 까닭으로 떠나가고 네 어린이가 지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어린이가 행복한 맑은샘학교라고 이야기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한 것에 대해 선생의 모자람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그리고 동무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아주 컸을텐데도 네 어린이가 씩씩하고 즐겁게 지내주어 참 고맙습니다. 이렇게 잘 자라서 졸업해주어서 고맙습니다. 귀여운 이석이, 유쾌한 도윤이, 똑똑이 채원이, 마음 따뜻한 지수 네 어린이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6학년 1년 동안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일상을 살면서 제가 지쳐서 그러지 못한 때가 많아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나쁜 기억, 안 좋았던 일들은 잊고 좋은 추억만 가지고 졸업하면 좋겠습니다.
6학년 부모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언젠가 말씀드린 것처럼 부모님들께서 지금처럼만 해주신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우주여행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주여행 간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우주선을 렌트하고 운전도 해주시고 우주도시락도 싸주실 것 같았습니다. 선생이 뭘 한다고 해도 응원해주시고 살뜰히 챙겨주시고 늘 선생의 처지에서 생각해주시고 학교 행사 때마다 네 식구가 빠지지 않고 모두 참여해주셔서 정말 든든하고 고마웠습니다. 함께 했던 다섯 어린이와 식구들이 떠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힘들었던 것 만큼 부모님들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맑은샘학교와 선생들을 믿고 아이들이 잘 졸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맑은샘학교 식구로 사는 동안 고생 많으셨고 부모님들도 힘들었던 기억들보다 좋았던 기억들을 가지고 졸업하면 좋겠습니다.
네 식구들이 맑은샘을 떠나 가는 곳 어디든 가시는 곳에서 환영받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다가 학교에 좋은 일이 있을 때 놀러와서 축하해주세요. 다시 한 번 이석, 도윤, 채원, 지수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네 청소년의 부모님들도 축하드립니다.
첫댓글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