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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열풍이 부는 요즘, 있던 옛길 허물고 포장하고 개발하던 전국 지자체들이 느닷없이 둘레길 강둑길 해안길 닦고 잇고 뚫느라 난리다.
자연치유 생태마을 대티골
길 열풍이 부는 요즘, 있던 옛길 허물고 포장하고 개발하던 전국 지자체들이 느닷없이 둘레길 강둑길 해안길 닦고 잇고 뚫느라 난리다. 가고 오는 통로가 길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을과 마을을 자연스럽게 엮는다. 산과 물을 감싸 안는 끈이요 그물이며 보자기다. 길에 얽히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길에는 걷고 달려 온 선인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게 마련이다.
오래된 길일수록, 낡고 닳아빠진 길일수록 옛사람 인생살이가 얽히고설켜 흥미롭고 따사롭다. 그러므로 오래된 길에서는, 길을 버리는 일도 이탈하는 일도, 막다른 길 만나는 일도 좌절해 돌아가는 일도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발 부르트고 무릎 까진 선인들이 일삼아 겪고 체득한 슬픔과 기쁨의 생애가 거칠고 또 반질반질한 흙길에 바윗길에 스며 있으니.
길은 그렇게 다져진다. 그래서 급조된 길보다는 오래된 길이 걷고 쉬며 생각하고 냄새 맡고 두리번거리기에 좋다.
글·사진 이병학(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
경북 영양군 북부의 일월산(1219m). 봉화군과의 경계지역에 솟았다. 경북 내륙지역 중에서 뜨는 해와 돋는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산이다. 이 산자락에 걸을 만한 숲길이 가로 뻗고 모로 뚫려 있다. 음기 세고 영험하다는 일월산 북동쪽 자락이다. 숲길을 새로 조성하지 않은, 옛길 그대로의 거친 길을 활용해 산책 코스를 만들었는데, 이 숲길의 시작점이자 중심점에 대티골이 자리잡고 있다. 일월면 용화2리, 영양과 봉화를 잇는 31번 국도변이다. 일월산등산로 일부와, 마을길, 산자락으로 뻗은 포장되지 않은 옛 31번 국도가 이어지고 겹쳐지며 걷고 쉴 만한 숲길을 펼쳐 보인다. 2009년 생명의 숲이 주최한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길’ 부문에 입상하며, 진가를 인정받은 곳이다. 2011년 경북북부연구원에서 청송~영양~봉화~영월의 옛 산길과 마을길을 서로 이어 조성한‘외씨버선길’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숲길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주변에 생각하며 둘러볼 만한 볼거리도 많다.
용화2리 대티(큰 고개)골은 아래대티와 윗대티로 나뉜다. 낙동강 지류의 하나인 반변천 최상류 지역이다. 멋지게 만들어 세운 대티골 들머리 마을 안내간판 옆엔 또 하나의 커다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일월산 토속신앙 본거지 총본산’. 대티골은 토속신앙인(무속인)들이 모여 사는, 말 그대로 토속신앙의 본거지다. ‘허공 기도처’ ‘천지신명당’ ‘황씨부인당’ ‘무교대학’…. 간판만 바라봐도 일월산의‘영험한 기운’한 줄기를 엿본 느낌이다.
기도할 사람 반변천 바위 밑이나 암자로 가고, 걸을 사람은 윗대티의 나뭇잎 깔린 푹신한 숲길로 간다. 대티는 옛날 영양에서 봉화 쪽으로 넘어가던 일월산 자락의‘큰 고개’를 뜻한다. 이 고개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숲길의 들머리가 윗대티골이다. 열두 집이 사는 윗대티 마을로 들어가면 마지막 집 위쪽으로 완만한 숲길이 굽이치기 시작한다. 마을 어귀에서 오른쪽으로 열린, 옛 31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도 숲길과 이어진다.
윗대티 주민 권용인(52) 씨는 “숲길은 마을길과 산판길, 옛 국도길 등 세 코스로 이뤄져 있지만, 서로 이어져 있어 다채로운 숲길 탐방이 가능하다”며 “수달·삵·깽깽이풀·노랑무늬붓꽃 등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사는 일월산 자락의 숲길답게 훼손되지 않은 자연림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권씨는 8년전 대티골에 정착해, 숲길을 가꾸고 지키며 민박하고 토속 먹거리 만들어내며 살고 있는 ‘대티골 머슴’이다. 그는 대티골을, 매연과 스트레스로 지친 도시민들이 찾아와 몸과 마음에 새 기운을 충전하고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자연 치유마을’로 가꾸고 있다.
물봉선·투구꽃·물매화 감상하며 푹신한 흙길을 거닐어 오르다 보면 키다리 소나무숲도 만나고, 울창한 산벚나무·참나무숲도 만난다. 옛 마을길 끄트머리엔 낙동강 지류 반변천의 발원지인 뿌리샘이 있어 목을 축일 수 있다. 숲길은 널찍한데, 주민들이 옛 오솔길·산판길을 조심스레 손질해 넓혔다고 한다.
길은 칠밭목에서 산판길로 이용된 옛 31번 국도와 이어진다. 칠밭목은 한때 일고여덟 농가가 살던 산골마을. 지금은 고추 심고 도토리 주우며 사는 한 집만 남았다. 칠밭목은 옛날 주변 산자락이 온통 칡밭이었던 데서 나온 이름이다.
옛 국도길은 1991년 새 국도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차량이 드나들던 비포장 찻길이었다. 용화2리 김종수 이장은“저 길로 하루 한번씩, 봉화 우련전 마을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다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방치돼 온 덕에 숲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들로 울창하게 우거졌고, 길바닥은 낙엽에 덮여 푹신해졌다. 길을 걷기 위해 전국 도시에서 찾아오는 멋진 산책로로 거듭났다. 이 길이 옛 국도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둘 남아 있다. ‘영양 28㎞’라 쓰인, 한글과 영문이 병기된 녹슬고 빛바랜 표지판과, 영양군 일월면과 봉화군 소천면 경계임을 알리는 초록색 국도 표지판이다. 옛 국도와, 일월산 정상으로 오르는 시멘트포장길이 만나는 삼거리엔 1987년 세운 ‘토종벌 보호지역 안내 표지판’도 남아 있다.
최근 주민들은 옛 국도를 포함해 새로 코스를 만든 ‘외씨버선길’ 구간의 ‘진등’ 쉼터에 빨간색과 초록색의 우체통 2개를 세웠다. 경북북부연구원의 김순주 외씨버선길 탐사팀장은“탐방객들이 빨간 우체통에 갖춰놓은 엽서를 꺼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초록 우체통에 넣으면 주민들이 1년 뒤에 집으로 부쳐준다”며 “주민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옛 국도 주변 숲은 울창한 소나무숲이다. 이 지역은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는 ‘송이 산’이기도 해서, 탐방로를 벗어나선 안된다. 가을이면 간혹 몰지각하고 욕심 많은 저질 인간들이 숨어들어와 송이를 채취해 가는 바람에, 길목마다 중무장한 주민들이 텐트 치고 상주하며 산을 지킨다.
아래대티 반변천 물길 주변으로 이어지는 외씨버선길 구간을 걸으며, 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들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고 뜻깊은 일이다. ‘외씨버선길’이라 적힌 나무 팻말을 따라 이동하면 된다. 아래대티 들머리 31번 국도변에 일월자생화공원이 있다. 산 경사면에 들어선 석굴사원을 닮은 생뚱맞은 구조물이 눈길을 끈다. 녹물이 흘러내려 빛바랜, 육중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1939년 일제가 일월산에서 채굴한 금·은·동·아연 등 광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용화광산 선광장’이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일제강점기 흉물을, 계단을 오르내리며 전후좌우에서 살펴볼 수 있다. 유일하게 남은 일제강점기의 선광장 흔적이다. 2006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용화광산은 1976년 폐광됐으나, 수십년간 제련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 사용된 독성물질과 중금속 침출수로 선광장 주변은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불모의 땅이었다고 한다. 2001년, 오염된 토양을 밀봉·매립하고 일월산에서 자라는 꽃을 옮겨 심어 자생화공원을 조성했다. 자생화공원 옆 메밀밭엔 멋진 석탑이 하나 서있다. 용화리 삼층석탑이다. 통일신라시대 절 용화사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아래대티 물길 주변에선 산 밑으로 커다랗게 입을 벌린 폐광 입구 몇 곳을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 광산 흔적이다. ‘농산물 가공공장’옆의 폐광 입구는 주민들이 ‘본항’으로 부르는 중심 갱도 들머리다. 입구에 서면 차가운 바람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갱도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손대지 않는 게 좋다.
‘먹는물 부적합’ ‘폐광산 유출 갱내수 수질검사 지점’임을 알리는 경고판이 굴 앞에 세워져 있다. 아랫대티는 1968년 울진·삼척 무장간첩 침투 때, 산골 주민을 이주시켰던 마을이기도 하다. 당시 이주민이 살던 공동주택 3동이 남아 있다.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 5번 국도 따라 영주 거쳐 36번 국도 타고 직진, 춘양 들머리 지나 31번 국도 만나 우회전해 일월·영양 쪽으로 간다. 봉화터널·영양터널 지나 대티골 입구 거쳐 내려가면 용화2리 일월산자생화공원이 나온다. 남쪽에선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에서 나가 34번 국도 타고 안동시내~임하호 거쳐 청송군 진보에서 31번 국도 만나 직진, 영양읍과 일월면 거쳐 용화2리로 간다.
묵을 곳
대티골에 취사시설을 갖춘 독립형 숙소‘황토 구들방’이 9동 있다. 6인 기준 1박 10만원. 대티골 숙박 때 예약하면 마을 숲길에서 진행하는 명상 등 자연치유 프로그램 체험과 함께 외씨버선길 길안내를 받을 수 있다.
먹을 곳
대티골에서 주민이 내는 시골밥상(1만원), 토종닭(5만원) 등을 먹을 수 있다(예약 필수). 자연식 체험프로그램인 ‘풀누리소반’ 체험도 가능하다. 나물·꽃·열매 등 제철 재료를 이용해 직접 자연식을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 1인당 3만5000원(중학생 이하는 2만원).
대티골 주변에 식당은 없고 가게(영주민박수퍼) 한 곳이 있다. 영양읍까지는 차로 30분 거리.
여행문의
영양군청 문화관광과 054-680-6062, 대티골(daetigol.com) 054-683-6832, 김종수이장 017-335-3780, 주민 권용인 씨 010-3465-3467
길 열풍이 부는 요즘, 있던 옛길 허물고 포장하고 개발하던 전국 지자체들이 느닷없이 둘레길 강둑길 해안길 닦고 잇고 뚫느라 난리다.
자연치유 생태마을 대티골
길 열풍이 부는 요즘, 있던 옛길 허물고 포장하고 개발하던 전국 지자체들이 느닷없이 둘레길 강둑길 해안길 닦고 잇고 뚫느라 난리다. 가고 오는 통로가 길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을과 마을을 자연스럽게 엮는다. 산과 물을 감싸 안는 끈이요 그물이며 보자기다. 길에 얽히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길에는 걷고 달려 온 선인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게 마련이다.
오래된 길일수록, 낡고 닳아빠진 길일수록 옛사람 인생살이가 얽히고설켜 흥미롭고 따사롭다. 그러므로 오래된 길에서는, 길을 버리는 일도 이탈하는 일도, 막다른 길 만나는 일도 좌절해 돌아가는 일도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발 부르트고 무릎 까진 선인들이 일삼아 겪고 체득한 슬픔과 기쁨의 생애가 거칠고 또 반질반질한 흙길에 바윗길에 스며 있으니.
길은 그렇게 다져진다. 그래서 급조된 길보다는 오래된 길이 걷고 쉬며 생각하고 냄새 맡고 두리번거리기에 좋다.
글·사진 이병학(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
경북 영양군 북부의 일월산(1219m). 봉화군과의 경계지역에 솟았다. 경북 내륙지역 중에서 뜨는 해와 돋는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산이다. 이 산자락에 걸을 만한 숲길이 가로 뻗고 모로 뚫려 있다. 음기 세고 영험하다는 일월산 북동쪽 자락이다. 숲길을 새로 조성하지 않은, 옛길 그대로의 거친 길을 활용해 산책 코스를 만들었는데, 이 숲길의 시작점이자 중심점에 대티골이 자리잡고 있다. 일월면 용화2리, 영양과 봉화를 잇는 31번 국도변이다. 일월산등산로 일부와, 마을길, 산자락으로 뻗은 포장되지 않은 옛 31번 국도가 이어지고 겹쳐지며 걷고 쉴 만한 숲길을 펼쳐 보인다. 2009년 생명의 숲이 주최한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길’ 부문에 입상하며, 진가를 인정받은 곳이다. 2011년 경북북부연구원에서 청송~영양~봉화~영월의 옛 산길과 마을길을 서로 이어 조성한‘외씨버선길’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숲길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주변에 생각하며 둘러볼 만한 볼거리도 많다.
용화2리 대티(큰 고개)골은 아래대티와 윗대티로 나뉜다. 낙동강 지류의 하나인 반변천 최상류 지역이다. 멋지게 만들어 세운 대티골 들머리 마을 안내간판 옆엔 또 하나의 커다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일월산 토속신앙 본거지 총본산’. 대티골은 토속신앙인(무속인)들이 모여 사는, 말 그대로 토속신앙의 본거지다. ‘허공 기도처’ ‘천지신명당’ ‘황씨부인당’ ‘무교대학’…. 간판만 바라봐도 일월산의‘영험한 기운’한 줄기를 엿본 느낌이다.
기도할 사람 반변천 바위 밑이나 암자로 가고, 걸을 사람은 윗대티의 나뭇잎 깔린 푹신한 숲길로 간다. 대티는 옛날 영양에서 봉화 쪽으로 넘어가던 일월산 자락의‘큰 고개’를 뜻한다. 이 고개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숲길의 들머리가 윗대티골이다. 열두 집이 사는 윗대티 마을로 들어가면 마지막 집 위쪽으로 완만한 숲길이 굽이치기 시작한다. 마을 어귀에서 오른쪽으로 열린, 옛 31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도 숲길과 이어진다.
윗대티 주민 권용인(52) 씨는 “숲길은 마을길과 산판길, 옛 국도길 등 세 코스로 이뤄져 있지만, 서로 이어져 있어 다채로운 숲길 탐방이 가능하다”며 “수달·삵·깽깽이풀·노랑무늬붓꽃 등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사는 일월산 자락의 숲길답게 훼손되지 않은 자연림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권씨는 8년전 대티골에 정착해, 숲길을 가꾸고 지키며 민박하고 토속 먹거리 만들어내며 살고 있는 ‘대티골 머슴’이다. 그는 대티골을, 매연과 스트레스로 지친 도시민들이 찾아와 몸과 마음에 새 기운을 충전하고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자연 치유마을’로 가꾸고 있다.
물봉선·투구꽃·물매화 감상하며 푹신한 흙길을 거닐어 오르다 보면 키다리 소나무숲도 만나고, 울창한 산벚나무·참나무숲도 만난다. 옛 마을길 끄트머리엔 낙동강 지류 반변천의 발원지인 뿌리샘이 있어 목을 축일 수 있다. 숲길은 널찍한데, 주민들이 옛 오솔길·산판길을 조심스레 손질해 넓혔다고 한다.
길은 칠밭목에서 산판길로 이용된 옛 31번 국도와 이어진다. 칠밭목은 한때 일고여덟 농가가 살던 산골마을. 지금은 고추 심고 도토리 주우며 사는 한 집만 남았다. 칠밭목은 옛날 주변 산자락이 온통 칡밭이었던 데서 나온 이름이다.
옛 국도길은 1991년 새 국도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차량이 드나들던 비포장 찻길이었다. 용화2리 김종수 이장은“저 길로 하루 한번씩, 봉화 우련전 마을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다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방치돼 온 덕에 숲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들로 울창하게 우거졌고, 길바닥은 낙엽에 덮여 푹신해졌다. 길을 걷기 위해 전국 도시에서 찾아오는 멋진 산책로로 거듭났다. 이 길이 옛 국도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둘 남아 있다. ‘영양 28㎞’라 쓰인, 한글과 영문이 병기된 녹슬고 빛바랜 표지판과, 영양군 일월면과 봉화군 소천면 경계임을 알리는 초록색 국도 표지판이다. 옛 국도와, 일월산 정상으로 오르는 시멘트포장길이 만나는 삼거리엔 1987년 세운 ‘토종벌 보호지역 안내 표지판’도 남아 있다.
최근 주민들은 옛 국도를 포함해 새로 코스를 만든 ‘외씨버선길’ 구간의 ‘진등’ 쉼터에 빨간색과 초록색의 우체통 2개를 세웠다. 경북북부연구원의 김순주 외씨버선길 탐사팀장은“탐방객들이 빨간 우체통에 갖춰놓은 엽서를 꺼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초록 우체통에 넣으면 주민들이 1년 뒤에 집으로 부쳐준다”며 “주민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옛 국도 주변 숲은 울창한 소나무숲이다. 이 지역은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는 ‘송이 산’이기도 해서, 탐방로를 벗어나선 안된다. 가을이면 간혹 몰지각하고 욕심 많은 저질 인간들이 숨어들어와 송이를 채취해 가는 바람에, 길목마다 중무장한 주민들이 텐트 치고 상주하며 산을 지킨다.
아래대티 반변천 물길 주변으로 이어지는 외씨버선길 구간을 걸으며, 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들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고 뜻깊은 일이다. ‘외씨버선길’이라 적힌 나무 팻말을 따라 이동하면 된다. 아래대티 들머리 31번 국도변에 일월자생화공원이 있다. 산 경사면에 들어선 석굴사원을 닮은 생뚱맞은 구조물이 눈길을 끈다. 녹물이 흘러내려 빛바랜, 육중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1939년 일제가 일월산에서 채굴한 금·은·동·아연 등 광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용화광산 선광장’이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일제강점기 흉물을, 계단을 오르내리며 전후좌우에서 살펴볼 수 있다. 유일하게 남은 일제강점기의 선광장 흔적이다. 2006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용화광산은 1976년 폐광됐으나, 수십년간 제련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 사용된 독성물질과 중금속 침출수로 선광장 주변은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불모의 땅이었다고 한다. 2001년, 오염된 토양을 밀봉·매립하고 일월산에서 자라는 꽃을 옮겨 심어 자생화공원을 조성했다. 자생화공원 옆 메밀밭엔 멋진 석탑이 하나 서있다. 용화리 삼층석탑이다. 통일신라시대 절 용화사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아래대티 물길 주변에선 산 밑으로 커다랗게 입을 벌린 폐광 입구 몇 곳을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 광산 흔적이다. ‘농산물 가공공장’옆의 폐광 입구는 주민들이 ‘본항’으로 부르는 중심 갱도 들머리다. 입구에 서면 차가운 바람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갱도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손대지 않는 게 좋다.
‘먹는물 부적합’ ‘폐광산 유출 갱내수 수질검사 지점’임을 알리는 경고판이 굴 앞에 세워져 있다. 아랫대티는 1968년 울진·삼척 무장간첩 침투 때, 산골 주민을 이주시켰던 마을이기도 하다. 당시 이주민이 살던 공동주택 3동이 남아 있다.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 5번 국도 따라 영주 거쳐 36번 국도 타고 직진, 춘양 들머리 지나 31번 국도 만나 우회전해 일월·영양 쪽으로 간다. 봉화터널·영양터널 지나 대티골 입구 거쳐 내려가면 용화2리 일월산자생화공원이 나온다. 남쪽에선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에서 나가 34번 국도 타고 안동시내~임하호 거쳐 청송군 진보에서 31번 국도 만나 직진, 영양읍과 일월면 거쳐 용화2리로 간다.
묵을 곳
대티골에 취사시설을 갖춘 독립형 숙소‘황토 구들방’이 9동 있다. 6인 기준 1박 10만원. 대티골 숙박 때 예약하면 마을 숲길에서 진행하는 명상 등 자연치유 프로그램 체험과 함께 외씨버선길 길안내를 받을 수 있다.
먹을 곳
대티골에서 주민이 내는 시골밥상(1만원), 토종닭(5만원) 등을 먹을 수 있다(예약 필수). 자연식 체험프로그램인 ‘풀누리소반’ 체험도 가능하다. 나물·꽃·열매 등 제철 재료를 이용해 직접 자연식을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 1인당 3만5000원(중학생 이하는 2만원).
대티골 주변에 식당은 없고 가게(영주민박수퍼) 한 곳이 있다. 영양읍까지는 차로 30분 거리.
여행문의
영양군청 문화관광과 054-680-6062, 대티골(daetigol.com) 054-683-6832, 김종수이장 017-335-3780, 주민 권용인 씨 010-3465-3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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