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의 종류 - 사고팔고四苦八苦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이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괴로움을 불교에서는 사고四苦, 팔고八苦로 분류하고 있다. 즉, 사고四苦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노병사生老病死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괴로움을 말하고, 여기에 다시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음성고五陰盛苦를 포함시키면 여덟 가지의 괴로움인 팔고가 되는 것이다. 사고팔고를 하나 하나 살펴보자.
1. 생고生苦
첫째는 생고生苦로, 언뜻 생각해 보면 태어나는 것이 어떻게 괴로움일까 싶지만 가만히 사유해 보면 생生이야말로 노병사老病死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태어나기 때문에 존재의 모든 괴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업業에 의해 태어나는 여섯 가지의 세계, 즉 육도六道를 언급하면서 정각正覺을 얻는다는 것은 곧 육도윤회의 끊임없이 돌고 도는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설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끊임없이 업에 따라 육도에서 태어나고 죽는 반복적인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이제는 더 이상 태어남을 받지 않는 육도를 완전히 초월한 경지를 바른 깨달음, 정각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대로 생고生苦라는 말에서 유추해 보건대 태어남을 더 이상 받지 않았을 때 완전한 열반에 이른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그러니 태어남이야말로 육도윤회라는 중생세간의 원인이요, 노병사老病死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노병사를 비롯해 팔고 중 나머지 일곱 가지 괴로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데에도 생의 괴로움이 있지만 태어남 그 자체 또한 고통임을 경전에서는 말하고 있다.
<중아함경> 분별성제품에서는 “태어남의 고통이란, 이른바 중생이 태어날 때 온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받고 두루 느낀다는 것으로, 태어날 때는 몸과 마음이 뜨겁고 번뇌하며 근심하면서 두루 고통을 받고 느낀다. 이것이 태어남의 고통을 말하는 이유이다”라고 설하고 있다. 이처럼 태어나는 순간 몸과 마음은 열과 번뇌와 근심으로 큰 고통을 두루 받고 느낀다.
요즘처럼 과학이 발전하고 의술이 발전된 시대에도 생고生苦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태어남의 고통은 옛날보다 한층 더하다. 우선 낙태율을 보더라도, 갤럽조사기준 자료에 의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에서 한 아기가 태어날 때 약 2.5명의 태아가 죽어간다고 한다. 한 해에 약 60만 명의 아기가 태어나고 150만 명의 태아가 낙태당하는 것이다.
이런 조사만을 보더라도 탄생이라는 성스러운 일이 현대 의학과 인간의 어리석음과 삿된 정신에 의해 죽음의 괴로움으로 바뀐 현실을 볼 수 있다. 이 시대에는 태어남이 단순한 괴로움이 아니라 죽음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농부와 산과의사>라는 책에서는 요즘 산부인과가 분만을 할 때 과도한 촉진제 및 진정제 투여, 옥시토신 투여, 마취제 투여, 회음수술, 제왕절개와 같은 의료적 개입으로 인해 오히려 자연스러운 분만을 어렵게 만들며, 태아에게 있어서도 그러한 산업적 출산의 문제점들은 너무나도 큰 탄생의 괴로움을 안겨준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학이 발전하고 산업적인 출산의 계속되면서 오히려 탄생은 더욱 큰 괴로움으로 변해버렸다.
이뿐 아니라 현대의 사회에 있어 태어남의 문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괴로움에 한정된 것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로 비약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인구증가의 문제는 모든 환경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만하다.
사실 수렵과 채집에 의해 살아갔던 원시 시대에는 인구가 많지 않아 지구가 충분히 먹여 살리고도 남을 만큼 자원이며 먹거리가 풍부했고 거의 환경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농업이 발달함과 동시에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산업혁명 이후로 도시와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인구증가는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세계의 3대 핵심 지역에서 농업이 시작될 무렵의 세계 인구는 약 400만 명이었지만, 농경의 확산으로 더 많은 사람을 부양할 수 있게 되자 인구가 꾸준히 늘어 1,600년경에는 5억 5000만 명이 되었으며,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과학기술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욱 빠른 속도로 늘기 시작해 1825년에 10억을 넘어섰고, 1930년경에는 20억 명, 1960년경에는 30억 명, 1989년에는 45억 명을 넘어 현재 약 60억을 넘어서는 등 인구 증가 추세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간이 환경문제를 일으킨 원인제공자란 측면에서 이렇게 증가하는 인구는 또 다른 수많은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그럼으로써 더 많은 인구의 환경적 괴로움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생의 문제는 개개인의 괴로움의 문제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만 요즘 같이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인간고人間苦에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구증가라는 문제는 또 다른 인간고의 악순환을 가져다주고 있다.
요즘 사회에서는 인구가 줄어든다고 인구를 늘리는 정책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조금 더 친환경적이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생각했을 때, 또 인류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오히려 인구는 세계적으로 더 줄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인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그 인구를 먹여 살리고 그 인구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환경파괴와 개발, 발전이 늘어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은 곧 인류의 고통과 멸망을 앞당기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억지로 인구를 줄일 수는 없겠지만, 지구가 소화해 낼 수 있는 인구가 한정되어 있는 마당에, 더욱이 인간의 욕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치솟고 있는 마당에,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인구를 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또 나라를 먹여 살릴 사람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인구를 늘리려고 애쓰는 일은 아무래도 억지스러워 보인다.
어찌 태어남을 고苦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개별적으로 인간이 태어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괴로움이며, 그것 자체가 이미 노병사老病死의 괴로움을 품고 왔다는데서 고통이라 아니 할 수 없으며, 나아가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인간의 태어남은 곧 지구 전체의 괴로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출처] 목탁소리
[출처] 괴로움의 종류 - 사고팔고四苦八苦 1. 생고生苦|작성자 향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