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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당(박정태 국민일보 수석논설위원)
* ‘전기요금 누진제’ 대법 판단은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마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 주범은 누진제다. 누진제는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이듬해 말 도입됐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기를 절약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급등하는 요금을 적용한다. 누진 구간은 12단계까지 갔다가 여러 번 조정을 거쳐 2016년 12월부터 현 3단계로 완화됐다. 우리 전기요금체계는 용도에 따라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의 6가지로 분류돼 있다. 문제는 누진제가 유독 주택용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당하다며 소비자들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낸 소송 14건 중 3건에 대한 대법원 첫 판단이 내일 나온다. 2014년 소송이 제기된 이후 9년 만의 최종 결론이다. 소송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주도하며 끈질기게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쟁점은 누진제 약관이 약관규제법상 무효 사유에 해당할 정도로 공정성을 잃었는지 여부다. 하급심에선 거의 대부분 패소했지만 승소한 적도 한 번 있다. 2017년 인천지법 1심 판결이 그것. 당시 재판부는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적 요금체계를 적용한 건 부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2심에서 전기가 필수 공공재인 만큼 과도한 제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뒤집혔다.
14건의 집단소송 참여 인원은 1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반환을 요구한 한전의 부당이득금은 58억원에 육박한다. 상식의 눈으로 보면 주택용만 타깃으로 한 누진제는 불공평하다. 국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산업용(55%)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일반용(22%)은 놔두고 주택용(15%)만 절약의 희생양으로 삼았으니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전 세계에서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는 나라도 미국의 일부 주와 일본 대만 정도다. 일단 하급심 판결 추세로 볼 땐 원고들에게 불리한 상황인 듯한데 대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지구상에서 보기 힘든 기형적 요금체계가 이번엔 혁파될 수 있을까.
(박정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