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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를 가진 첼리스트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강연과 첼로 연주로 구성한 콘텐츠가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이다. ©박관찬
4월은 ‘장애인의 날’이 있어서 그런지 각종 다양한 행사가 기획되고 진행된다. 덕분에 나도 강연과 연주에 초청되어 마이크도 잡아보고 무대에서 첼로 연주도 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강연과 연주를 다녀오면서 내가 가진 정체성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그에 따른 활용을 참 잘한 것 같다고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나는 강연에서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론적인 부분을 하지 않고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 거기에 (조금은 거창한 타이틀이지만) ‘시청각장애인 첼리스트’로서 첼로 연주가 곁들여지면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고민과 생각을 던져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1시간 내외로 진행하는 강연이나 연주로 사람들이 가진 장애에 대한 인식을 단번에 개선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번 4월에 출강했던 한 강연에서도 몇몇 사람들은 내 강연을 듣고도 장애인을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거나 내 스토리를 ‘감동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는 후기를 목격하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또 요즘은 온전히 ‘첼로 연주자’로만 초청받아 무대에 서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런 무대는 솔직히 조심스럽다. 초청해주신 건 무척 감사하고 영광이지만, 내가 연주하는 곡에 대한 설명이나 나에 대한 소개 없이 온전히 연주만 하고 끝내야 하는 게 아직까지는 마음의 불안함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가 충분히 설명한다. 내가 사회자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무대에서 연주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사회자가 나를 정확히 뭐라고 소개했는지, 어디까지 설명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연습하고 준비한 대로 첼로와 함께 무대에서의 순간을 즐기면 그만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여운이 남을 때가 많다. 누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알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인 것 같다.
그래서 난 ‘연주가 있는 강연’이 내게 가장 최적화된 형식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강연하면서, 강연의 흐름에 맞춰 중간중간 등장하는 첼로 연주가 있는 구성이다. 어떤 곡도 결코 ‘그냥’ 연주하지 않고, 그 곡마다 담겨 있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내 삶과 연관지어 이야기하면서 연주한다. 그럼 보고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파생되는 무언가가 있다. 온전히 무대에서 연주만 하고 끝나는 것과 다른 것이다.
그 모든 게 담겨 있는 콘텐츠가 바로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이다. 내가 첼로를 배우게 된 계기와 에피소드,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게 해 준 이야기들을 1시간 내외의 러닝타임 속에 물 흐르듯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그 흐름에 맞는 첼로 연주를 곁들이며 감히 표현하자면 ‘버릴 시간 없이’ 정말 강연과 연주로 꽉 채워 구성하고 있다.
누구도 아닌 내가 살아오면서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니까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몇몇 사람들처럼 인식을 개선하거나 이해를 유도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 중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줄 수도, 또 들려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단 한 명이라도 얻는 게 있다면 다행이다.
또 다른 무대, 새로운 도전
하지만 언제까지나 나만의 방식으로 할 수는 없다고 요즘 느낀다. 강연과 연주를 모두 할 수 있는 무대라면 내겐 더없이 최고의 조건이지만, 날 초청해준 곳의 여건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강연보다는 ‘only 연주’를 요청이 들어올 때가 종종 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 축하 공연으로 연주하기도 하고, 음악회의 한 장면으로 초청되어 첼로 연주를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내가 마이크를 잡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첼로 연주에만 집중하면 된다.
냉정히 따지면 난 첼로를 전공한 전문 연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주만으로 온전히 나를 다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완화한다거나 달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열심히 레슨 받고 연습하며 ‘only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지난 4월 1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마음으로 울리는 하모니' 음악회에서는 별도의 강연없이 온전히 첼로 연주만 했다. ©박관찬
지난 4월 1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마음으로 울리는 하모니’ 음악회가 끝나고 첼로 선생님이 칭찬해 주시고 뿌듯해하신 걸 보면서 덩달아 나도 참 마음이 벅찼던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아쉬움도 남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또 주변을 통해 분명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한다. 달이 외롭게 혼자이지 않도록 별이 되어 이 사회를 밝게 비출 수 있는 연주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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