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 사는 네 살 소녀 산디야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밤 정전으로 마을 전체가 암흑으로 변하자 진흙집 바깥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엄마 수니타는 "불이 나간 뒤 2분 안에 늑대들이 공격했다. 우리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깨달았을 때 늑대들이 그애를 데려가 버렸다"고 돌아봤다. 산디야의 주검은 다음날 집에서 500m 떨어진 사탕수수 농장에서 발견됐다.
같은 달 앞서 이웃 마을에서는 어머니가 늑대 한 마리가 집에 들어온 것을 찾았을 때 여덟 살 소년 우타르시가 모기장 아래 잠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그 동물이 어두운 곳에서 나타났다. 난 '우리 아들 내버려 둬!'라고 외쳤고 이웃들이 달려왔으며, 늑대가 달아났다"고 돌아봤다. 우타르시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4월 중순 이후 네팔과 국경 근처 바라이크 지구 서른 곳 마을 근처에 늑대떼가 출몰해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고 영국 BBC가 4일 보도했다. 어린이 아홉 명과 성인 한 명이 늑대들에 물려 가거나 죽었다. 가장 나이 어린 피해자는 한 살배기 소년이었으며 마흔다섯 살 여성이 최고령 피해자였다. 다친 사람만 적어도 34명이었다.
공포와 히스테리가 이들 마을을 사로잡았다. 이 마을들의 집들은 잠금장치가 부족해 어린이들은 집안에만 머무르고 있으며, 남정네들은 밤에 어두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당국은 늑대들을 쫓기 위해 드론과 카메라를 배치하고 함정을 파고 폭죽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세 마리 늑대가 잡혀 동물원들에 보내졌다.
늑대가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극히 드물며 대부분은 중앙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유행병인 공수병에 감염된 늑대들이다. 공수병 걸린 늑대는 피해자를 먹어 치우지 않고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노르웨이 자연연구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인도를 포함해 21개국에서 489건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늑대 공격 사례가 보고됐다. 이들 사례 가운데 26건만이 인명 사고였다. 380명정도가 "공수병 공격"의 피해자였다.
50년 넘게 북아메리카에서 늑대와 관련된 인명 사고는 단 두 건만 확인됐다고 늑대 행동 전문가로 유명한 미국 동물학자 데이브 메크는 BBC에 털어놓았다. 북아메리카 전체에 7만 마리의 늑대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이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면 왜 늑대들은 바라이크에서 인간을 공격하고 있나?
바라이크 곳곳은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 늑대의 서식지였다. 강과 숲이 많아 먹잇감도 많고 몸을 숨기기도 좋아서다. 강가라 강의 곡창 지대에 위치해 이 지구에는 350만명이 모여 사는데 계절적인 홍수에 취약하다.
몬순 기간 많은 비와 홍수 때문에 지형이 극적으로 바뀐다. 강이 범람해 숲을 파괴하기 때문에 늑대들은 먹이와 물을 찾아 떠나게 만든다. 인도 늑대들은 검정물소, 친카라(인도 가젤), 산토끼를 먹잇감으로 삼는다.
러크나우 대학 야생동물과학재단의 아미타 카나우지아는 “기후 변화는 점진적 과정이지만 홍수는 늑대의 서식 여건을 해칠 수 있어 음식을 찾아 인간 거주지로 밀고 들어가게 만든다”고 말한다.
왜 어린이들이 먹이를 찾아 헤매는 늑대들의 타깃이 되는가?
1996년 우타르 프라데시주의 늑대 공격에 많은 어린이들이 살해된 일이 있었다. 이 일을 조사하는 과정에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대다수 피해자들이 가난하고 편부모 가정, 대체로 엄마 혼자 아이를 기르는 가정에서 나와 어린이 보호가 미미한 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가난한 인도 마을들에서는 어린이보다 가축 보호에 더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먹잇감이 줄어든 데다 가축에 접근할 수도 없는 굶주린 늑대가 이런 취약한 어린이와 마주치면 그들은 좀 더 쉽게 타깃이 된다. 인도 과학자이며 환경보호론자인 야드벤드라데브 잘라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어린이를 공격하는 늑대 숫자가 이렇게 늘어나는 것을 목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의 늑대 공격은 40년 동안 일어난 일련의 공격 가운데 네 번째일지 모른다. 1981~82년 비하르주에서의 늑대 공격으로 적어도 13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1993~1995년 80명의 어린이가 공격을 받았는데 비하르주 하자리바그 지구에서 다섯 마리 늑대떼가 저지른 짓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에피소드는 1996년 여덟 달 동안 일어났다. 우타르 프라데시주의 50개 이상 마을에서 적어도 76명의 어린이가 공격을 받아 38명이 살해됐다. 당국이 열한 마리 늑대를 사살한 뒤에야 살육이 멈췄다. 매체들은 “살인 늑대들"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잘라와 동료 디네슈 쿠마르 샤르마는 1996년 사건을 철저히 조사했다. 유해와 늑대 머리털, 마을 숙영지, 인구 밀집도, 가축과 부검 보고서를 조사했는데 이번 우타르 프라데시주 공격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점들이 많다고 했다.
두 사례 모두 어린이들이 죽고 부분적으로 먹히기까지 했는데 목에 난 물린 자국들이 있고 몸 곳곳에 관통상들이 보였다. 대부분의 공격이 밤에 일어났으며, 마을 한가운데 집 밖에 나와 잠든 아이들을 물어간 경우였다. 피해자들은 대체로 농장이나 습지 같은 개활지에서 발견된 것도 비슷했다.
오늘날 바라이크처럼, 1996년의 늑대 공격도 강둑 근처 쌀과 사탕수수 농장들과 습지 목초지들로 둘러싸인 마을들에서 일어났다. 두 사례 모두 번잡한 마을들과 가난한 농민 가정의 취약한 어린이들의 위험이 가중된 것이 똑같았다.
진행 중인 공격이 외로운 늑대 한 마리가 저지른 짓인지, 무리의 공격인지 확실하지 않다. 늑대를 30년 동안 연구해 온 잘라는 1996년처럼 단 한 마리가 최근 살육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마을 사람들은 낮 시간에 들판에서 대여섯 마리의 늑대가 몰려 다니는 것을 봤다고 얘기하지만, 여덟 살 소년 우타카르시의 어머니는 늑대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와 아들을 공격하는 것을 목격했다.
야생 전문가들은 몇 세기 동안 인간과 늑대가 평화적으로 공존해 온 것은 목축 공동체가 전통적으로 관용의 미덕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갈등하면서도 이렇게 오래 공존해 왔기 때문에 늑대는 존속해 왔고 가축 수를 앞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최근의 공격 증가는 새로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잘라 같은 야생 전문가들은 늑대 공격을 받는 마을들에 사는 아이들은 실내에만 머물러야 하고 만약 밖에서 자더라도 어른들 사이에 누워야 하며 밤에 볼일을 볼 때도 어른을 대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을 주민들은 늑대가 숨어 있을지 모르는 지역을 어린이들이 돌아다니지 않게 해야 하며 야간 순찰대 순번을 정해 거리를 돌도록 해야 한다.
잘라는 “이들 공격 뒤에 있는 정확한 원인을 정할 때까지 이들 주의 사항들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이라고 말한다. 바라이크 주민이라면 매일 밤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