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를 겪은 미국도, 사회주의국가인 미얀마도 양궁 화살을 ‘무기류’로 분류해 검색하지 않는다.”
아테네올림픽의 양궁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양궁 화살을 무기류로 분류한 현행 관세법이 국가대표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 관례에도 어긋난다며 대한양궁협회와 대한체육회를 통해 납득할 수 없는 관세법 규정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양궁대표팀의 서거원 감독은 9일 “국가의 위상 제고를 위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우리 선수들이 쓰는 경기 장비인 화살을 불법 무기류로 분류한 법 규정은 잘못이다. 개최국 공항에선 무사 통과되는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도착지인 우리나라 공항에서는 화살에 노란딱지가 붙는 데다 통과할 때는 경고음이 울리고, 두세시간 검색하는 등 난리가 난다”며 국내 공항 세관의 경직된 통관 절차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로 양궁대표팀은 지난해 7월 테러 경계령이 내린 가운데 미국의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뉴욕공항을 무사 통과했다. 노란딱지와 경고음, 개별 검색은 없었다. 지난해 11월 전지훈련을 진행했던 미얀마 공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난달 전훈지였던 독일과 그리스의 공항 당국도 양궁 화살을 무기류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 올림픽 개인전 6연패에 도전하는 여자대표팀의 서오석 감독은 “활은 완전히 분해된 상태에서 비행기 짐칸에 실리는데 그 활을 조립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따라서 누군가가 화살을 무기로 이용할 수 있는 확률은 0%”라며 “국가대표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의 관계부처에서 법률을 시급히 개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릉선수촌의 김종덕 훈련부장은 “사격, 펜싱, 양궁 등 세 종목의 국가대표팀이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이 같은 곤란한 경우를 당하고 있다”며 “양궁 국가대표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만큼 공식 문제제기를 통해 이 문제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관세청 특수통관과의 관계자는 “공항 통관에서 무기류는 여러 법에 걸려 있는데 최근엔 이라크사태로 대테러 특별법령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며 “양궁 화살의 경우는 딱히 ‘무기류’라기보다는 ‘무기가 될 개연성이 높은 특수 물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