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양측이 마련한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약 잠정 합의안을 노동조합원들이 60% 가까운 비율로 가결시켰다. 대부분 과반을 조금 넘는 선에서 잠정안이 통과되는 것과 달리 `대폭 찬성`한 것이다. 노조의 요구를 사측이 상당 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다. 노조도 신규 인력 채용에 흔쾌히 동의했다. 행여나 자리를 뺏기지나 않을까 극구 반대했던 이전 모습과는 크게 다르다. 이런 상생에 힘입어 현대차 노사는 6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라는 결실을 일궈냈다.
이런 결실의 바탕에는 현대차의 국내외 질주가 깔려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외에 421만대를 팔았다. 1년 전에 비해 국내에선 판매량이 10% 이상 늘었고 해외에서 6.2% 증가했다. 현대ㆍ기아차를 합친 현대차 그룹의 2023년 전체 판매량은 730만대를 넘는다. 판매량 세계 3위다. 기아차는 지난해 인도에서만 100만대 이상을 팔았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선진업체들이 노려보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북미 판매량에서 일본 혼다를 제쳤다는 것은 거의 신화에 가깝다.
지난 1990년대만 해도 싼값에 한국 차를 탄다는 말이 해외에서 나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와 SUV의 경우, 미국에선 없어서 못 판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해외 최고급 차 반열에 오른 지 오래다. 현대차 구성원들의 노력과 땀이 일궈낸 결과다. 이렇게 품질이 좋아 차가 잘 팔리고 그만큼 돈을 벌었다면 현대차가 직원들, 특히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응분의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 성과급ㆍ격려금으로 한 사람당 1천800만원을 수령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노사 문화 정착이다. 현대차 근로자들은 더 이상 자신들을 `착취당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현대차 근로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다. 중산층 이상이다. 그러니 임단협에서 양보할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반드시 받는 신사협정이 가능한 것이다. 사측도 차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기 때문에 기본급 11만원 인상에 주저하지 않았다. 자칫 파업으로 판매물량이 수십만 대 꽉 막히는 것보다 통 크게 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 아닌가. 문제는 썰물이 밀려 나가고 난 뒤다. 국내외 경제 불황으로 현대차가 지금과 같은 상생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때도 노사 양측이 지금과 같은 성숙된 자세를 견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