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법원이 고래 포획 반대 활동가로 이름난 캐나다계 미국인 폴 왓슨(73)을 고등법원이 일본으로 송환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 계속 구금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가 즉각 송환해 달라고 압력을 행사해 왔는데 이를 물리친 셈이라고 영국 BBC는 4일(현지시간) 전했다.
리얼리티 예능 쇼 '고래 전쟁'에 출연한 그는 지난 7월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정박했던 자신의 배 안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왓슨 등 활동가들은 2010년 2월 남극해 수역에서 일본 포경선에 몰래 오르려 시도해 업무를 방해하고 승무원 한 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2년 뒤 일본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일본 관리들은 고래를 포경하고 그 고기를 먹는 일은 일본의 문화요 생활양식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환경보호 단체들의 격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걸친 왓슨은 변호인들과 나란히 앉아 심리 진행을 통역을 통해 파악하고 있었고 여러 지지자들이 방청하고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는 조그마한 법정 안에서 "일본을 세계인들의 눈앞에서 창피하게 만든 텔레비전 쇼에 대한 보복”이라면서 “남반구 대양에서 일어난 일도 수백 시간 분량의 동영상에 기록돼 있다. 이 모든 동영상과 모든 기록을 살펴보면 내가 기소된 내용들로부터 면책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가 도주 위험이 있다고 주장해 재판장은 10월 2일까지 구금 상태에 계속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왓슨은 시 셰퍼드 환경보호재단의 의장으로 일하다 2022년 사임하고 폴 왓슨 선장 재단을 창립했다. 그는 그린피스 창립 회원이기도 했는데 1977년 결별했다. 그가 과격한 전술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의견 충돌이 잦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다에서 포경선과 대치하는 일로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M/Y 존 폴 드조리아호'라 불리는 왓슨의 배는 26명의 자원봉사자들을 승무원으로 태우고 일본의 새 포경선을 나포하기 위해 북태평양으로 향하다 지난 7월 21일 급유를 위해 누크 항에 정박했다. 그는 곧바로 체포돼 수갑이 채춰진 채 연행돼 지난 7주 동안 현지 교도소에 구금돼 있었다. 그의 변호인들은 이번 판결에 항소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이다. 누크 법원이 구금 심리를 주관했지만, 왓슨의 송환 결정은 코펜하겐의 덴마크 당국과 조율하게 된다. 지난달 일본은 덴마크에 왓슨을 넘겨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두 나라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
누크 경찰은 수사 결과를 덴마크 법무부에 넘겼으며 송환 여부 결정은 몇 주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란드 검찰총장 마리암 칼릴은 “심각한 사건이며 몇 가지 심각하게 고려할 일들이 있다. 그를 송환해야겠다고 우리가 결정하기에 이르면 왓슨에게 심대한 영향이 있게 된다. 해서 적절하게 행동하기에 필요한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변호인 요청을 받아들여 재판장은 동영상을 법정 안에서 상영하도록 허락했는데 스피드보트 한 대가 일본 선박을 따라 항해하다 악취 폭탄(stink bomb)을 발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왓슨 변호사들은 시사하지 않은 두 번째 동영상 클립을 보면 당시 갑판 위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나스 크리스토퍼슨 변호사는 "우리는 악취 폭탄이 그 배를 향해 발사되고, 일본이 그 선원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그 위치를 확인시키는 동영상을 갖고 있는데 그는 그곳에 없었다”면서 "누군가가 다쳤다는 의심을 입증할 증거도 없다”고 BBC에 말했다.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왓슨 체포에 적색 경보가 내려진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2012년 그는 독일에서 구금된 적이 있는데 일본이 송환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독일을 떠날 수 있었다.
미조부치 마사시 일본 외교부 부대변인은 덴마크 당국의 공식 반응을 듣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관련된 국가들과 조직들에 손을 뻗는 등 적절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국제포경조약을 탈퇴하고 30년 동안 유예했던 상업 포경을 2019년 재개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연구 목적이라며 고래를 포획하는 일은 계속해 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덴마크에 왓슨을 송환하지 말라고 요청했으며, 전설적인 여배우에서 동물보호 활동가로 변신한 브리짓 바르도가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앞장 서 내고 있다. 왓슨을 당장 풀어줘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도 12만명 넘게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