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후에 텔레비전 재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니
'왕년에 한가닥'이라는 자막이 나오더군요.
"어떤 방면에서 썩 훌륭한 재주나 솜씨"는 '한가닥'이 아니라 '한가락'입니다.
'한가닥'은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없는 낱말인데....
잠시 뒤에는 여자친구에게 [채였다]고 출연자와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다행히 자막에는 '차였다'고 제대로 나오긴 했습니다만....
아무리 오락 방송이라고 하지만 해도 너무하더군요.
제 눈과 귀가 짜증을 견디지 못해 그냥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
오늘은 우리말을 좀 곱씹어 볼게요.
제 주위에는 저와 같은 길을 걷는 분들이 많습니다.
무슨 일을 할 때 동료나 지인들이 저에게 "이것을 어떻게 해야할까요?"라고 물으면,
저는 항상 "대충 잘~"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남들이 들으면 웃습니다. 왜 웃죠?
'대충'은,
부사로 "일의 뼈대를 추리는 정도로."를 뜻합니다.
일이 대충 정리되다, 일을 대충 끝내다, 범인의 윤곽을 대충 파악하다 처럼 씁니다.
일의 벼리를 챙기는 것이지 결코 '얼렁뚱땅' 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따라서, 어떤 일을 '대충 잘'하라고 하면, 일의 뼈대를 추려서 잘하라는 말이 됩니다.
근데 왜 웃죠?
대충을 두 번 쓴 '대충대충'도 그렇습니다.
대충대충은 "일이나 행동을 적당히 하는 모양"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일이나 행동을 '적당히' 하는 모양이 뭐죠?
슬쩍슬쩍 넘어가는 모양인가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듣는 '적당'이 무척 서운하게 생각합니다. ^^*
적당(的當)은 "꼭 들어맞음"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행동을 적당히 하는 것은,
그 상황에 꼭 들어맞게 하는 알맞은 행동을 말합니다.
근데 왜 '적당히'라고 하면 '슬렁슬렁'을 떠올리죠?
다들 그러시니,
'적당주의'를 사전에서
"일을 어물어물 요령만 피워 두루뭉술하게 해치우려는 태도나 생각."이라 풉니다.
이쯤 되면 '적당'이 서운해서 울 정도가 됩니다.
'적당히'는 결코 일을 얼렁뚱땅, 알랑똥땅, 엄벙덤벙 넘기는 게 아닙니다.
자주 쓰는 '대충과 적당'을 곱씹어 보면 이렇게 깊은 뜻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보태기)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적당(的當)은 "꼭 들어맞음"이라는 뜻이고,
적당(適當)은 "정도에 알맞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