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늘 아침에 재래시장에 가신 어머니께서 매생이를 사오셨습니다.
어른 주먹만한 한 무더기를 4000원에 사셨다고 합니다. 4000원이면 아직은 비싼편입니다.
매생이는 전남 장흥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이번 겨울 폭설과 한파로 매생이 채취작업이 힘들어 그리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어른 주먹만한 분량을 국으로 끓여봐야 어른 3인분쯤 될까요?
점심때 올 겨울들어 처음 맛보는 매생이국으로 오랜만에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외지에서 사시는 전남 해안지방 출신인이면 겨울 매생이국을 몹씨도 그리워할 것입니다.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기에 산지에서 다 소비되기 때문에 서울등 외지로 좀체 나가기가 힘들어 외지에서 구하기란 쉽지 않지요.
그래서 그 맛을 더욱 그리워하는 매생이.
굴 듬뿍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참기름 넉넉히 넣고 끓인 푸른 빛의 매생이국.
그런데 이 매생이를 동네마다 사람마다 '매생이','매사니','매사이'....그렇게 각각 달리 불렀다고 합니다.
매생이국은 딸 애먹이는 미운 사위가 오면 끓여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환상적인 맛을 가진 매생이국을 하필이면 왜 미운 사위에게 주냐구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매생이국은 뜨거워도 별로 김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모르고 먹는 미운 사위는 한 숟가락 떠서 그냥 입 속에 넣으니
어찌 입안이 데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미운 사위... 때려 줄 수는 없고 그렇게라도 뜨끔한 벌을 주고 싶었던
옛 우리 부모님들의 지혜였던 것 같습니다.
2.안도현 시인의 매생이 애찬입니다.
매생이국을 아시는지요? 아마 처음 들어보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매생이는 남도의 바닷가에서 겨울철에만 채취하는 녹색 해조류의 하나입니다.
식초를 쳐서 무쳐 먹는 파래나 감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매생이는 그것들보다 굵기가 훨씬 가늘지요.
국을 끓이면 끈적끈적해지면서 숟가락으로 후룩후룩 소리 내며 떠먹을수 있을 정도로 걸쭉해집니다.
하지만 매생이국을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됩니다. 뜨거운 매생이국을 먹을 때는 입을 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는게 매생이국이거든요.
한 십여 년 전, 전남 강진의 백련사에 갔다가 저는 매생이국을 처음 만났습니다.
국그릇에 담긴 매생이는 참 같잖게 생겼더군요. 입에 넣고 고기처럼 씹을 수 있는 건더기도 아닌, 그저 푸른것이 그릇에
가득 담겨 있는것이었어요. 거의 밤을 새다시피 술을 마신터라 저는 이게 도대체 뭔가 싶어 그냥 한 숟가락 떠먹었지요.
아,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겁니다.
매생이국의 오묘한 맛을 그때 받아들인 이후, 저는 겨울에광주나 해남이나 목포 쪽으로 가게 되면 기어이 매생이국을 하는 집을 찾게 되었습니다.
서울 청진동에 가면 청진동 해장국이 있고, 전주에는 콩나물 해장국이 있지만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에 쓰린 속을 푸는데는
뭐니 뭐니 해도 매생이국이 최고입니다.
그걸 아직 한 번도 맛보지 않는 분들에께는 굉장히 미안한 말씀입니다만 저는 겨울만 되면 매생이국, 매생이국 하면서
매생이를 그리워했는데, 올 겨울에 그 매생이가 제가 사는 전주의 식료품가게까지 북상했다는 거 아닙니까.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제가 매생이국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아내는 그걸 몇 무더기 사서 냉동실에다 쟁여두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참으로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울산에 사는 한 선배 시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라도에 가서 매생이라는 것을 발견했노라고
대단한 음식이라고 말입니다. 저에게 어찌나 자랑을 하는지, 저는 선배시인에게 굴을 넣고 매생이국을 끓이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일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선배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더군요.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숨어있는 음식들을 찾아 서로 알려주는 일,그것도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데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누구든 비밀을 공유하게 되면 하나가 되는 법이니까요.
3. 매생이국 끓이기
▲ 메생이를 두 세 번 가위질 해줍니다.
▲ 체에 받쳐 여러번 씻어 줍니다.
▲ 참기름을 두른 냄비에 볶아줍니다.
▲ 적당량의 물부어 끓이고, 국간장, 굴, 다진마늘(이건 식성에 따라) 넣고 마무리합니다.
▲ 따로 국그릇에 담아 내면 완성입니다. 김은 나지 않아도 뜨거우니 조심하시길.
사진은 네이버에서 가져왔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매생이국을 먹겠습니다. 윤승일.
첫댓글 먹고 싶어요. 먹고 싶어요~~~ 침 질질!!
아래 늑대님을 글을 읽고있을 때 꼬리말 남겨주고 가신 듯 싶습니다. 늑대님께서도 매생이 맛을 아실려나?? ㅎㅎㅎ
한번두 안먹어본....승일님 오랜만입니다. 맛나게 드시는것보니 건강하신듯...늑대님도 맛을 아시나요? 바닷내음이 나는듯....
형님 잘 계시지요 남도를 지나던 어느 해 목포 동명동까지 기웃거린 날 일행들 때문에 형님을 못보고 왔지요.매생이국 이상하게 이름에서 진도 아리랑 같은 진득한 그리움이 느껴지네요.어느 겨울 날 형님 매생이국 먹어볼 날 오겠지요 행복하세요
매생이국은 허영만씨의 식객에서 눈으로..마음으로만 먹었어요. 정말 궁금한 맛이거든요. 송화님..우리 언제 승일님에게 그거 먹게 해달라고 떼써볼까요? 앗!! 왼손님 반가워요.
이리오라버님~♬ 어머님 손맛에 살맛 나시겠습니다.어쩌꺼나이~! 저 매생이국도 몬 묵고...저거 한술이믄 가심팩이 시원하것구만...늑대님 목포에 매생이 사러 갈까요?
가심팍 시원하것구만..<== 이 말에 내가 다 시원해집니다. 저야 언제든 환영입니다~~~
ㅎㅎㅎ 시인의 말처럼 생긴건 참 같잖은데 그 맛이 몹시 궁금해 집니다. 매생이국 한 그릇으로 행복하신 승일님 뵈니 덩달아 흐뭇해져요.^^
아~ 맛있겠다 해야 하는데,..아~ 쉬워보이네,..^^*.. 그런데 절대로 승일님 엄니 손맛은 안 나겠지요..^^*.. 부럽다,..매생이 국이 좋긴 하나 봅니다.. 반가운 님들이 다 몰려 오시는 걸 보면,..^^*..늑대님,송화님,왼손님,은마님,초록님,..반가워요..^^*..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꼬리글 달아주신 분들 중에 매생이국 드셔본 분, 아무도 없네! 익산의 초록님 마저도...하긴 전남 영광이 친정인 영후엄마도 매생이를 모릅디다. 전남 서해남부와 남해서부 쪽 바닷가 사람들만 길들여진 맛이니...// 왼손,왼손,왼손,왼손님!! 무지 반가워요. 언제나 얼굴 한 번 볼까요? 승이리는 왼손님을 잊지않고 있어요.
흐~~ 내보기엔 딱 파래 같구만..가심팍 시원해 지는 매생이 사러 갈적으 나도 낑가 주소...ㅎㅎ
물고기이름인 줄 알았어요. 큭~!
가심 팍 시원해지는 매생이 먹고파라,,,승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건강하시죠?
그러네요 매생이국...듣도보지도못한 것같아 웃어봅니다...하지만 승일님 덕분에 ...사진으로 글로 가까이해보네요...오랫만이지요? 건강하시구요?
전 누군가의 소설에서 매생이 국을 만났어요. 그리곤 허영만의 식객에서 또 만나구요. 그러니 상상으로 맛본거 밖에 없어요..
가끔 가는 음식점에 매생이죽이 있는데~~~^^ 그집 복지리 국물도 좋지만 별식으로 매생이죽도 괜찮습니다... 근데 저는 굴을 넣고는 안 먹어 본듯... 걸쭉하지만 옅은 맛... 옅으면서도 잔잔한 향이 베어 있는... 승일님 말처럼 바다의 향기인가요? 김이 나지는 않지만 뜨겁다는 것은 사실...^^ 한번 가봐야 할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