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준수는 퇴원준비를 했다.
짐은 아버님이 사람을 보내서 미리 싸놓은 모양이다. 준수는 몸만 가면 된다고...
오후 5시 비행기로 우선 LA로 부모님과 함께 떠나게 되었다.
준수가 점심을 먹을 동안 준수 부모님이 나에게 점심을 사주시겠다며 밖으로 부르셨다.
준수 없이 무서운 아버님, 어머님과 마주 앉아 있으려니까 매우 불편했다.
아버님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전보다는 부드러워지셨지만 어머님은 잘 모르겠다.
식사하는 내내 아버님과 대화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밥을 다 먹고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어머님이 처음으로 말을 꺼내셨다.
“그동안... 준수 보살펴주셔서 고마웠어요. 솔직히 난 아직 당신을 며느리로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준수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지.. 그건 잘 알겠네요.
여자는 생전 모르던 아들이 부모보다도 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생각에 화도 나고 서운했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그렇게 모질게 대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 점... 사과할게요.“
“아.. 아니예요~ 어머님, 아버님의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준수를 무척 아끼신다는 거...
솔직히 마음 상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지만, 지금은 다 잊었어요~
부모님들께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었어요. 준수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준수가 다리를 고치고 돌아오면 당신과 결혼시키겠다는 준수 아버지의 말...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그래도 당신에게 살갑게 하지는 못하겠네요.
아직 많이 어색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가봐요.
하지만 미국에서 돌아오면... 꼭 웃는 얼굴로 맞을 수 있도록 할게요.
멀리 있어도... 준수에게 힘이 되어주세요.“
“네... 저도 아버님, 어머님 돌아오실 때까지.. 좋은 며느리 되도록 노력할게요.
준수에게 정말 잘 하겠습니다. 준수 잘 돌봐주세요...“
부모님과 나란히 병실에 등장하는 모습에 준수는 약간 놀란 모양이다.
“나만 쏙 빼놓고... 밥이 잘 넘어가요? 나도 맛있는 거 먹고 싶었는데...”
“넌 다리 불편해서 못 나가잖아. 선생님께 따로 드릴 말도 있고 해서... 준비는 다 했냐?
비행기 시간 여유있게 가는 게 좋으니까 이제 슬슬 나가자.
친구들이 공항으로 배웅 안 나오냐?“
“왜 안 나오겠어요~ 다들 온다고 난리지... 몇 명이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하진이하고 성권이가 애들 데려온다고 했거든요.“
“아주 가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애들을 많이 불러! 시끌벅적하게...
밑으로 내려가자. 의사 선생님께 인사도 드려야지.“
담당 의사 선생님께 들렀다가 아버님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사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이별을 실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공항이 가까워질수록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준수는 차 안에서 맞잡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눈을 맞춰 주었다.
나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이...
비행기 출발하기 한시간 반쯤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로비에는 벌써 준수 친구들도 나와있었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준수 배웅한다고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안 와도 되는데...”
“준수가 가는데 안 올수야 없죠! 아버지, 어머니도 같이 가신다면서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부모님이 준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난 준수의 휠체어 뒤에 서 있었다.
“누나, 잠시만 준수 좀 빌려갈게요~ 녀석한테 줄 게 있어서요^^”
하진이가 준수의 휠체어를 밀며 어딘가로 끌고 갔고 난 외로이 남아서 준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넓은 공항을 둘러보니까 한숨밖에 안 나왔다. 조금 뒤면 난 여기에 혼자 남겨지겠지...
부모님이 비서와 함께 탑승수속을 밟는 동안 준수와 난 친구들과 함께 얘기를 나눴다.
“민준수! 다음에 한국에 들어올 때 네 발로 걸어 들어오지 않으면 친구 안 시켜준다!
뭐 넌 잘 해내겠지~ 강하고 독한 놈이니까! 아.... 너 강진호 소식 들었냐?“
“강진호? 경찰한테 잡혔다는 얘기만 들었어. 왜? 어떻게 됐는데?”
“그 자식 결국 감방 갔잖아. 몇 년 후에나 나올걸? 하긴... 그 자식한테는 감방에 있는 게 더 좋을거다.
뻔뻔히 우리 눈앞에서 돌아다녔다면 우리 손에 죽었을테니까...
야... 너 억울하면 그 자식 나온 후에라도 복수해줄까?“
“됐어, 임마~ 복수는 무슨... 감방 갔다며! 그걸로 걔하고 나는 완전히 끝난거야.
더 이상 강진호하고 얽히고 싶지는 않다. 그 놈 때문에 내 인생 완전 꼬였으니까~“
난 준수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매우 기특했다.
친구들만 없었으면 당장이라도 껴안고 부비부비 해줬을텐데~
탑승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을 무렵, 준수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서 내게 보여주었다.
준수 사고당하는 날 끊어졌던 목걸이였다. 잊고 있었는데... 그때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준수는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거... 금방 못 줘서 미안해~ 하진이한테 부탁해서 목걸이 줄 새 걸로 바꾼거야~
나 가기 전에 주고 싶어서... 걸어줄게!“
난 준수가 목걸이를 걸어주기 쉽도록 머리를 손으로 잡고 눈을 내리 깔았다.
“아... 예쁘다! 이거 잃어버리면 안돼~ 절대로 빼도 안되고... 반지와 함께! 알지?”
“응~”
“야!! 니들 잠깐만 뒤돌아봐!”
“왜?”
“말로 해야만 알겠냐? 눈치없는 자식들... 니들이 그래서 연애를 못해!”
“아~~”
준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은건지... 준수 친구들은 갑자기 우리를 둘러쌌다.
바깥쪽에서 보면 우리가 안 보일 정도로... 준수와 나는 동그란 원에 갇힌 셈이다.
친구들이 우릴 둘러싸자마자 준수는 내게 키스를 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 후에 준수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걸까?
달콤한 키스에도 내 마음은 떨리기보다는 안타까움에 아려왔다.
울컥 눈물이 쏟아질 뻔 했지만 꾹 참았다. 준수에게 울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내가 울면 떠나가는 준수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테니까...
“사랑해...”
낮은 속삭임을 끝으로 준수의 입술이 떨어졌다.
“야! 더우니까 이제 좀 떨어져라;;”
준수의 한마디에 친구들은 키득키득 거리면서 물러났다. 창피해;;
“준수야, 탑승해야지. 저기로 가자!”
한시간 반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준수가 들어갈 게이트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게이트까지의 거리는 왜 이렇게 가까운지...
준수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목발을 짚은 채로 작별인사를 나누기 위해 멈췄다.
“준수야... 잘 갔다와라! 많이 보고싶을 거다. 연락하고!”
“그래... 니들... 놀지만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교 꼭 가라!
예쁜 여자친구도 사귀고~~ 잘 지내라. 연락할테니까 무시하지나 마!“
준수는 친구 한명 한명과 포옹을 하기도 하고 악수도 하면서 작별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 어쩌지? 눈물이 날 것만 같은데...
난 눈에 힘을 주고, 입술을 꾹 다물며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말없이 준수는 날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가자마자 연락할게. 밥 굶지 말고 잘 챙겨먹고 다녀! 나 돌아왔을 때 더 말라있으면 혼날 줄 알아!
복학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나만 믿고 힘들어도 기다려줘.
나 돌아오면... 그때는 정말 평생 행복에 겨워 살게 해줄 거니까...“
“알았어~ 너도 치료 잘 받고... 건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와야 돼?”
“응...... 아~ 못 놔주겠다. 가기 싫어....”
“그래도 가야지! 우리 금방 만날 거잖아~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뭐...
준수야! 잘 다녀와~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사랑해...“
준수는 날 품에서 잠시 놔주고는 내 얼굴을 감싸 쥐고 내 이마에, 볼에, 입술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우리 주위에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빨리 들어가! 부모님 기다리신다...”
“너 먼저 가. 너한테 내 뒷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아. 뒤돌아 가...
하진아! 채린이 집까지 데려다줘~ 부탁할게!”
준수의 말대로 난 부모님께 꾸벅 인사를 하고 먼저 돌아섰다. 한발짝씩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씩씩한 척 하려고 했지만 마지막에 약해지고 말았다.
그래도 준수에게만은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어깨를 들썩이지도 않고 꼿꼿이 걸어갔다.
눈물도 손으로 닦지 않고, 그저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난 지금은 울고 있지만 내일부터는 절대 울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헤어지는 것은.... 영원을 위한 순간의 이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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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장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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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타까워요..-_ㅜ 준수가 얼렁 나아서 돌아오길..완결이 다가오니 아쉬워요~ 마지막까지 힘내세요 작가님!!
완결이 진짜 얼마 안남았네요~ 끝까지 화이팅하세요~~
와,,,, 영원을 위한 이별..... 그 기간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정말 안타까워요..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까.. 그정도 시간은 사랑을 더 영글게 만드는 기간일 거예여... 완결까지 화이팅~~
깊어가는우울모드 님~ 완결편 보셨나요? ㅎ 오늘 한꺼번에 올려버렸어요~~ 내일은 못올릴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ㄱ㉡r㉣1㉨r☆ 님~ 완결 오늘 올렸지요 ㅎ 와.... 정말 길었던 소설이예요; 이렇게 길게 쓸 줄은 몰랐는데 ㅎㅎ
소설사랑현주 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있으면 사랑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요?^0^ 완결편 보고 계시죠? ㅎㅎ
완결이 보이네요 빨리 읽어야지~~ 준수야 빨리 돌아 와라~~ 내가 보고 싶으면 어떠카지?/
후우~ 안타깝다... 준수가 다리를 빨리 고쳐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ㅋㅋ
으앙~~~결국엔 준수가 미국으로 가는거네요..ㅜ.ㅜ
아.. 꼬릿말 빨ㄹ ㅣ못올렷다 ㅠ0ㅠ;; 완결도낫는데 ㅠ0ㅠ!!!!ㅋㅋ 그래도 번외 기다릴게요!
이제 완결이 1편밖에 안남았네요..너무나도 아쉬워요`~~여기 20대2에 또 소설 올려주세요!! 꼭 읽을께요..
지금 저희 성당 아줌마네 집입니다. 저희 집 컴퓨터 고장났거든요.ㅠㅠ
가이닌 님~ 안녕하세요? 번외편 더 재미있게 써서 돌아올께요 ㅎ 준수 보고싶으셔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Lovebin 님~ 완결편 보셨죠? 결국 해피엔딩으로 했어요 ㅋ 많은분들이 해피엔딩을 원하시길래;; 맘에 드셨음 좋겠네요!
별이좋아 님! 오늘도 오셨네요! 결국 미국으로 갔지만; 다리를 고치기 위한 것이니~ 그래도 완결은 좋게 났잖아요^^ 「뒤뚱뒤뚱♥」님~ 괜찮아요~ 꼬릿말 남겨주신것만도 감사하죠! 번외편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몇일뒤에 올릴께요 ㅋ
†울고싶포라† 님~ 새로운 소설 쓰면 이 게시판에 또 연재할께요^^ 그때도 완결까지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더 잘 쓸수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소닷러브닷 님! 컴퓨터 고장나셨어요? 얼른 고치셔요~ 세례는 잘 받으셨겠지요? 세례명 너무 이뻐요 ㅋㅋ
작가님 파이팅!!
재미있어요^^
내마음만아파 님~ 반갑습니다^^ 꼬릿말을 지금에야 봤네요~ 감사하구요 ㅎ 번외편 되도록 빨리 써서 올릴테니 봐주세요! 카리스마 김부인 님~ 오랜만에 뵙는 거 같아요 ㅎ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너무 덥네요; 더위 조심하세요!
다 잘될껀데... 슬프네요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