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자궁처럼 포근한 모태적 공간 1902년 완공… 佛 로버트신부 설계 소박하고 인간적인 아름다움 간직 내부공간 "따스함·질서·빛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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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벽돌로 된 구조체의 선과 흰벽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다양한 아치천장으로 된 성당의 내부공간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어머니의 품처럼 느끼게 해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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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특히 대구는 다른 어느 도시보다 이 겨울이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 침체된 도시환경에서 무생명의 물질로 된 건축도 차가워 보인다. 그러나 건축은 그 형태와 기능성으로 인간에게 따스함과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일찍이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건축에는 울고 있는 건축, 침묵하는 건축 그리고 노래하는 건축의 3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좋은 건축은 노래하는 건축"이라고 했다.
건축도 인간처럼 다양한 표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 표정의 변화는 재료와 형태가 빛과의 조우를 통해 만들어 내는 결과이며, 거기에 주변의 풍경이 배경으로 작용하여 독특한 분위기가 나오는 것이다.
마치 인간이 태어나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신체 구석구석에 영향을 끼쳐 한 사람의 인상이 되듯이 건축도 그러한 것이다.
새해가 되면서 우리는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조용히 생각하고 계획하기에 적당한 분위기 있는 장소나 건물을 많이 찾아가는데, 그 대부분이 도시를 벗어난 외곽지이다. 그러나 시내에서도 가볼 수 있는 많지 않은 곳 중 한 곳이 대구 최초의 고딕건축, 최초의 근대건축, 최초의 다국적인에 의해 건설된 사적 209호인 계산 성당이다.
정확히 말해 계산동 성당은 중구 계산동 2가 71에 위치하며 프랑스인인 로버트 신부가 1901년 교회내의 중진이었던 서상돈, 김종학, 정규옥 등의 신자들과 함께 1902년 5월에 완공한 연면적 300평 규모의 고딕식 벽돌조 건물이다. 건물의 설계는 로버트 신부가 직접하고 공사는 서울 명동성당의 건축에 참여한 중국인 기술자들이 맡았다.
우리나라에 건립된 고딕양식의 성당으로는 서울, 평양에 이어 3번째로 영남지방 최초의 것이다. 그 후 1911년 천주교 대구교구가 설정되어 주교좌성당이 되면서 종각을 두 배로 높이고 성당 뒤쪽을 확장하는 등의 증축을 거쳐 1918년 12월 현재의 성당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성당의 전신으로, 같은자리에 목조 단층으로 팔작기와지붕을 이고 단청까지 했던 한옥으로 된 '성모성당'이 있었음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성모성당은 1899년 봄에 역시 로버트 신부가 대구 평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인 목수들과 함께 세운 대구 최초의 서양 종교 건물로 근대건축물 유입의 계기를 만든 한옥으로 된 성당이다. 평면은 그리스 십자형(Greek Cross)으로 각 날개부의 전면과 측면이 9자씩 3칸, 모두 9자 9칸씩인 총 45칸 규모로 지어졌으나 20세기의 문턱인 1900년 2월 화재로 소실되었던 것이다.
유럽의 대성당을 가 본 사람들은 그 큰 규모에 놀라고 화려한 장식과 스테인드글라스에 매료되어 계산 성당을 우습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는 관점을 조금만 바꾸어 생각하면 계산 성당은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잘 보기 힘든 아름다움-소박하고 단정한 그리고 인간적인-을 가지고 있다. 계산 성당은 규모와 장식에서 우리들이 편하게 신과 만날 수 있도록 고딕 형식으로 지은 '한국성'이 담긴 건축이다.
성당의 구조는 벽돌쌓기(=조적조)구조로, 사력암의 기초 위에 붉은 벽돌과 회색벽돌을 동시에 쓰고 있는데 붉은 벽돌은 평탄한 주 벽면에 사용되고 있으며 회색 벽돌은 전체 건물에서 선적인 부분-고딕양식에서 선은 매우 중요한 디자인요소이다-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회색 벽돌은 사용된 위치와 기능에 따라 각각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각각의 정교함은 물론 그것이 조합해서 만들어진 부측벽(힘을 지탱하기위해 기둥처럼 돌출시켜 쌓은 벽), 출입구아치, 처마와 지붕의 경계부, 종탑 벽이 꺾이는 층사이의 돌림띠 그리고 내부의 열주와 천장의 리브(천장 면을 따라 곡선으로 힘을 받아 기둥과 연결되는 부분) 등은 그 비례와 형태가 매우 뛰어나다.
외관에서 보이는 소박함은 내부에 들어서면서 열주의 아케이드와 천장의 곡선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은근한 빛이 흰 벽에 그리는 빛과 그림자의 효과로 인해 마음을 가다듬고 정리하게끔 한다. 고딕건축에서 추구하는 공간의 깊이감과 높이에서 느껴지는 신비감은 배럴볼트트(원통형으로 된 천장)로 된 천장을 구성하는 뾰족아치형의 네이브부(열주사이의 가운데 홀)와 반원형의 아일부(열주와 외벽사이의 홀)에 2대1의 비례를 적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제단의 상부 뒷벽에 떠있는 구름속의 마리아상은 공간의 깊이감을 마무리하는 정점이 되며, 동시에 아래 제단에서 치러지는 의식과 기도하는 신도들을 보살펴주는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가 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은 어머니의 자궁이며 그것은 모태적 공간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자궁은 아기가 만들어지고부터 10개월이란 기간동안 형태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건축가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이기도 하다. 성당의 내부는 따스함과 질서와 빛이 함께 하는 궁극의 공간이 되고자 한다. 이처럼 몸과 마음이 춥고 어려운 시기에도 안식하고 기댈 수 있는, 거만하거나 으스대지 않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우리 지역이 가진 소중한 자산이다. 상징적 측면에서 이 성당은 대구지방에 천주교가 토착화되는 과정에서의 고충을 상징하는 건축이라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서양의 건축양식이 도입된 표본이기도 하다.
■알림=영남일보 위클리포유는 이번주부터 '이정호 교수의 건축순례'를 연재합니다. 이정호 교수의 건축순례'는 잊혀가는 소중한 대구·경북의 건축문화자산을 진솔하게 소개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 교수는 글로리아 웨딩, 정보통신센터, 대우 푸르지오 3차 아파트 환경조형물 디자인 등의 대표적인 작품이 있으며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로 대한민국건축대전 초대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현재 경북대학교 건축학부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제9회 대한민국건축사진전 대상을 수상한 최창렬씨가 찍었습니다 |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