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위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인해 박카스 아줌마가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은 지난 2월부터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과 종로3가 일대를 단속해 김모(68·여)씨 등 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종묘공원 일대에서 노인 대상 성매매가 증가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경찰이 무질서 행위 근절에 나선 것이다. 박카스 아줌마가 사라진 자리는 올빼미 아줌마가 채웠다. 올빼미 아줌마는 기존 ‘성매매’를 목적으로 활동하던 박카스 아줌마와는 다르다. 이들은 성매매를 하지 않고 대화를 하고 술을 마셔주며 돈을 번다. 이러한 올빼미 아줌마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라는 긍정적 시선이 있는가 하면, 결국은 돈을 지불하고 여자를 사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시간당 2만 원으로 가벼운 스킨십·데이트 가능 ‘인기’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 vs “돈 주고 여자 사는 것”
‘박카스 아줌마’. 서울 종로3가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일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40대~60대 여성들은 노인들을 상대로 돈을 받고 자양강장제를 판매한다. 가격은 2만 원부터 7만 원까지 다양하다. 자양강장제를 판매한 여성들은 노인 손을 붙잡고 근처 으슥한 골목이나 화장실 등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인해 박카스 아줌마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종묘공원 인근 상인들은 “이제는 박카스 아줌마를 쉽게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상인들은 이어 “대신 데이트만 하는 다른 아줌마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명 ‘올빼미 아줌마’다.
인근 포차·공원서
가벼운 술자리·대화 나눠
올빼미 아줌마는 밤이 되면 조용히 등장했다가 새벽녘에 사라지는 중년 여성을 일컫는 은어다. 그들은 1시간에 2만 원을 받고 노인들의 말벗을 해준다. 가벼운 스킨십도 가능하다.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시간이 되면 종묘공원 일대에 예쁘게 꾸민 중년 여성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짙은 화장에 눈에 띄는 스카프,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채로 공원 일대를 서성인다. 눈에 띄게 호객행위는 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노인들을 시선으로 유혹한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다가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 자기를 부르는 노인이 나타나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다가간다.
이들은 주로 포장마차나 다방, 식당, 공원 등지에서 시간을 보낸다. 차나 밥을 먹으면서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올빼미 아줌마는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맞장구를 쳐준다. 말 한마디에 웃기도 하고 서운해 하기도 하는 등 큰 반응을 보여준다. 노인들은 그 재미로 올빼미 아줌마를 찾는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일부 노인들은 올빼미 아줌마에게 노점에서 파는 저렴한 물건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주로 머리핀, 귀걸이, 브로치 등이다.
노인들 입장에서는 올빼미가 박카스 아줌마보다 더 반가운 존재다. 지난달 28일 종묘공원 인근에서 만난 A(72)씨는 “혼자 지낸 지 오래 됐다. 주변에는 죄다 늙은 할아버지들뿐이다. 여자와 대화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박카스 아줌마들은 부담스러웠다. 성매매는 하고 싶지 않다. 단지 예전처럼 여성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새로 나타난 올빼미가 좋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도 A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종묘공원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59)씨는 “밤마다 화려하게 치장한 박카스 아줌마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졌다. 주변에 있는 노인들도 보기 불편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빼미 아줌마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최근 공원 주변에서 노인들과 손잡고 다니는 중년 여성들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요즘에 보이는 중년 여성(올빼미 아줌마)들은 예전(박카스 아줌마)에 비해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그들은 사람이 없는 곳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포장마차나 다방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면서 “단속 때문에 박카스 아줌마가 영업방식(?)을 바꾼 줄 알았다”고 말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B씨는 “처음 만난 것 같은 중년 여성과 노인들이 많이 찾는다. 그들은 주로 젊은 시절 이야기 등을 하며 술을 기울인다”면서 “덕분에 매출도 올랐다. 우리 입장에서는 반가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외로움 해소하기 위해
이성이 꼭 필요할까
그러나 올빼미 아줌마를 보는 시선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노인들은 외로움에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말벗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이런 노인들을 보며 “안타깝다”고 말한다. 배우자,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주변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는 노인들이 오죽 외로우면 올빼미 아줌마를 만나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올빼미 아줌마에 대한 보도를 접한 신모(30)씨는 “얼마나 외롭고 주변에 말벗이 없었으면 노인들이 돈 주고 여성들과 대화를 나눌까 싶어서 서글퍼졌다”면서 “가끔 집 근처 공원에 혼자 앉아있는 노인들이 생각났다. 이건 비난할 수 없는 문제 같다”고 말했다. 김모(49)씨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노인이 됐을 때 겪을 이야기”라면서 “외로움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인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로움 해소를 위해 꼭 이성이 필요한지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공원이나 노인정에서 만나는 할아버지들과의 대화로 외로움이 해결되지 않느냐는 반문도 있다.
나모(27·여)씨는 “낮에 종묘공원에 가면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신다. 바둑을 두거나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면서 “주변에 많은 말벗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내고 꼭 여성과 말벗을 해야 외로움이 해소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모(32)씨도 “박카스 아저씨, 올빼미 아저씨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외로운 것은 남녀가 똑같은데 왜 할아버지들만 이성 말벗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 씨는 이어 “돈을 내고 시간을 사는 것이면 ‘감정매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많은 자료 보러가요 ~
언제나 함께하는 오두막님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