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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망지어(漏網之魚)
그물을 빠져나간 물고기라는 뜻으로, 법망을 피한 범인을 비유하는 말이다.
漏 : 샐 루(氵/11)
網 : 그물 망(糸/8)
之 : 어조사 지(丿/3)
魚 : 고기 어(魚/0)
출전 : 사기(史記) 권122 혹리열전(酷吏列傳)
이 성어는 사기(史記) 권122 혹리열전(酷吏列傳)에서 태사공(사마천)이 한 말에서 유래한다.
혹리열전의 서두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법령으로 인도하고 형벌로 바로잡으면 백성은 형벌을 피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덕으로 이끌고 예로 바로잡으면 부끄러움을 알고 바르게 살아간다.”
노씨(老氏=노자) 또 이렇게 말했다. “상덕(上德)은 덕을 의식하지 않으므로 덕을 지니게 되고, 하덕(下德)은 덕을 잃지 않으려 하므로 덕을 지니지 못한다. 법령이 늘수록 도둑은 많아진다.”
태사공은 말한다. “진실로 옳구나! 법령이란 다스림의 도구일 뿐(백성의) 맑고 탁함을 다스리는 근원은 아니다. 옛날 진(秦)나라에는 천하의 법망(法網)이 치밀했으나, 간사함과 거짓은 싹이 움트듯 일어나 극도에 이르러 법에 저촉시키려는 관리와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백성의 혼란이 구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관리들은 불을 그대로 둔 채 끓는 물만 식히려는 것처럼 정치를 조급하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하고 준엄하며 혹독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임무를 기쁘게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非武健嚴酷, 惡能勝其任而愉快乎) 그래서 도덕(道德)을 말하는 사람도 자기가 맡은 일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자는 ‘송사를 처리하는 일은 나도 남과 다를 것이 없지만, 나는 송사가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라고 했고, 노자도 ‘하찮은 인간은 도를 듣고 크게 웃기만 할 뿐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허튼 소리가 아니다.
한나라가 일어나자 모난 것을 깨뜨려 둥글게 만들고(가혹하고 엄하기만 한 형벌을 쉽고 간편하게 만든다는 뜻) 조각한 장식을 깍아 소박하게 만들며, 법망은 배를 집어삼킬 만한 큰 물고기도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너그럽게 했다(網漏於吞舟之魚).
그렇게 하니 관리들의 통치는 순수하고 단순하여 간악한 데로 빠지지 않고, 백성은 잘 다스려지는 데에 편안함을 느꼈다.
이상으로 살펴보면 백성을 다스리는 근본은 혹독한 법령에 있는 게 아니라 도덕에 있다.”
孔子曰:「導之以政,齊之以刑,民免而無恥。導之以德,齊之以禮,有恥且格。」老氏稱:「上德不德,是以有德;下德不失德,是以無德。法令滋章,盜賊多有。」太史公曰:信哉是言也!法令者治之具,而非制治清濁之源也。昔天下之網嘗密矣,然奸偽萌起,其極也,上下相遁,至於不振。當是之時,吏治若救火揚沸,非武健嚴酷,惡能勝其任而愉快乎!言道德者,溺其職矣。故曰「聽訟,吾猶人也,必也使無訟乎」。「下士聞道大笑之」。非虛言也。非虛言也。漢興,破觚而為圜,斫雕而為樸,網漏於吞舟之魚,而吏治烝烝,不至於奸,黎民艾安。由是觀之,在彼不在此。
(史記/卷122 酷吏列傳)
누망지어(漏網之魚)
양심껏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법이 없어도 산다. 법이 어떤 것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法網(법망)이란 말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는 그물처럼 제재할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비유다.
이 법망이 촘촘해야 좋을까, 느슨해야 좋을까. 양쪽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다. 소소한 것을 금지하면 백성이 숨을 쉬지 못하고, 뚫린 구멍이 크면 범법자가 활개를 친다.
그물에서 빠져나간(漏網) 물고기(之魚)란 이 성어도 요즘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한 범인을 가리키는데 司馬遷(사마천)이 '史記(사기)'에서 사용했을 때는 큰 고기도 빠져나갈 수 있는 너그러운 법이라야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봤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故事成語(고사성어)의 25%가 유래했다는 사기에서 많이 읽히는 곳이 列傳(열전)이다. 130권 중에서 절반이 넘는 70권을 차지하는 열전은 다양한 인물들의 활동을 통해 인간 삶의 문제를 집요하게 추구한 개인 전기다. 酷吏(혹리)열전은 법을 너무나 엄격하게 빈틈없이 집행하여 원성을 들었던 12명의 행적을 그렸다.
다른 열전은 사마천이 평가하는 太史公(태사공)의 글이 마지막에 나오지만 여기서는 앞부분에서 孔子(공자)와 老子(노자)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바로 백성들을 형벌로 다스리면 피하려고만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免而無恥(면이무치), 법령이 엄격하면 도둑이 더 늘어난다(法令滋彰 盜賊多有/ 법령자창 도적다유)는 구절이다.
사마천은 통일제국 秦(진)이 법망을 치밀하게 했으나 관리의 혹독한 집행과 그것을 빠져 나가려는 백성의 혼란이 극에 달해 일찍 망했다면서 이어진다.
漢興, 破觚而爲圜, 斲雕而爲樸, 網漏於吞舟之魚.
한나라가 일어나자 모난 것을 깨뜨려 둥글게 하고, 화려한 것을 소박하게 했으며, 배를 삼킬만한 큰 고기도 그물을 빠질 수 있을 만큼 너그럽게 했다
高祖(고조)는 約法三章(약법삼장)으로 대대적 환영을 받았듯이 백성을 다스리는 근본은 혹독한 법령보다 도덕에 있다는 설명이다.
한나라 이후 2000여 년,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너무나 촘촘한 법령의 그물 속에 살면서 답답함보다 요령껏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더 분통 터진다. 남이 보지 않는다고 법을 어기거나 미치지 않는 곳에서 힘으로 밀어 붙인다. 이보다 더한 것이 법을 잘 알면서 예사로 어기고 끼리끼리 봐주며 농락한다.
'법 밑에 법 모른다'란 속담이 있다. 법을 잘 알고 법을 잘 지켜야 하는 전문기관에서 법을 잘못 다루거나 일부러 엉뚱한 데에 적용하여 빈축을 사는 경우다. 법의 심판을 능숙하게 피해가는 사람들을 '법꾸라지'라고 부르는데 끊임없이 나타나는 이들에 의해 그물 스치는 물고기의 뜻이 바뀌었는지 모른다.
▶️ 漏(샐 루/누)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屚(루)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漏자는 ‘(물이)새다’나 ‘틈이 나다’, ‘빠뜨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漏자는 水(물 수)자와 屚(샐 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屚자는 사람(尸)의 엉덩이 부분에 비(雨)를 그려 넣은 것으로 ‘새다’라는 뜻이 있다. 집안으로 물이 샌다는 뜻을 雨자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본래 屚자가 ‘새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하지만 후에 水자가 더해지면서 물이 샌다는 뜻을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되었다. 그래서 漏(루/누)는 물이 새다의 뜻으로 ①새다 ②틈이 나다 ③빠뜨리다 ④구멍 ⑤누수기(漏水器: 물시계) ⑥서북 모퉁이 ⑦병(病)의 이름 ⑧번뇌(煩惱) ⑨물시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샐 설(泄), 샐 설(洩)이다. 용례로는 기록에서 빠짐을 누락(漏落), 물이나 공기나 냄새나 비밀 따위가 밖으로 새어 나가게 함을 누설(漏泄), 액체나 기체 등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을 누출(漏出), 새어 내리는 물을 누수(漏水), 기름이 샘 또는 새는 그 기름을 누유(漏油), 새어 나가거나 빠뜨리거나 하여 잃어버림을 누실(漏失), 습기가 스며 나옴을 누습(漏濕), 축축한 기운이나 습기를 누기(漏氣), 술이 새는 잔이라는 뜻으로 술을 잘하는 사람의 비유를 누치(漏巵), 마땅히 적어 넣어야 할 것을 빠뜨림을 누각(漏却), 밖으로 빠져서 새는 것을 탈루(脫漏), 갖추어지지 아니하고 비거나 빠짐을 유루(遺漏), 새어서 없어지는 것 또는 그 새어 없어진 것을 결루(缺漏), 하는 일이니 생각 등이 찬찬하지 못하여 거칠고 엉성함을 소루(疏漏), 얼마쯤 비고 굻어서 허전함을 허루(虛漏), 마음에 사무쳐서 뜨겁게 흐르는 눈물을 열루(熱漏), 기입하여야 할 것이 빠지거나 빠지게 함을 낙루(落漏), 방의 서북 귀퉁이란 뜻으로 집안에서 가장 깊숙하여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일컫는 말을 옥루(屋漏), 틈이 난 곳을 얽어 막는다는 뜻으로 임시 방편으로 이리저리 얽어 맞춤을 이르는 말을 가루(架漏), 틈이 난 곳을 얽어 막고 뚫어진 곳을 잡아 당겨서 때운다는 뜻으로 당장에 급한 사태를 임시 변통으로 둘러 맞춰서 잠시 해결함을 이르는 말을 가루견보(架漏牽補),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에서는 습기가 차 오른다는 뜻으로 가난한 집을 비유하는 말을 상루하습(上漏下濕), 때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물시계의 물이 다한다는 뜻으로 하루의 시간이 끝나고 밤이 깊어 간다는 말을 종명누진(鐘鳴漏盡), 하늘의 비밀이 새어 나간다는 뜻으로 중대한 기밀이 외부로 새어 나간다는 말을 천기누설(天機漏洩), 그물이 새면 배도 그 사이로 지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법령이 관대하여 큰 죄를 짓고도 피할 수 있게 됨을 비유한 말을 망루탄주(網漏呑舟), 악한 자를 잡기 위하여 하늘에 쳐 놓았다는 그물에서 빠진다는 뜻으로 천벌에서 빠짐을 이르는 말을 천망지루(天網之漏), 군자는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을 불괴옥루(不愧屋漏), 가득 찬물이 조금도 새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빈틈없이 꽉 짜여 있음이나 지극히 정밀함을 이르는 말을 성수불루(盛水不漏) 등에 쓰인다.
▶️ 網(그물 망)은 형성문자로 罓(망), 罒(망)과 동자(同字), 网(망)은 간자(簡字), 罔(망)과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그물의 뜻인 옛 글자 그물망(网, 罒, 罓; 그물)部에 '가리다'의 뜻과 음(音)을 나타내는 亡(망)을 더한 罔(망; 그물)으로 이루어졌다. '그물'의 뜻이 있다. 그래서 網(망)은 (1)그물눈처럼 그 조직이 널리 치밀하게 얽혀진 체계(體系) (2)어떤 명사(名詞)와 결합하여 그물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3)끈이나 새끼 따위로 그물같이 얽어 만든 커다란 망태기 (4)그물처럼 만들어 가뼉 두거나 치거나 하는 물건의 통틀어 일컬음, 등의 뜻으로 ①그물 ②포위망(包圍網) ③계통(系統) ④조직(組織) ⑤그물질하다 ⑥그물로 잡다 ⑦싸다 ⑧덮다 ⑨가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물고기를 잡는 그물과 날짐승을 잡는 그물이란 뜻에서 널리 빠짐없이 모음 또는 모두 휘몰아 넣어 포함 시킴을 망라(網羅), 틀 때 머리카락이 흘러 내려오지 않도록 머리에 두르는 그물 모양의 물건을 망건(網巾), 안구의 가장 안쪽에 있는 시신경이 분포되어 있는 막을 망막(網膜), 그물같이 생긴 모양을 망상(網狀), 그물을 뜨는 데 쓰이는 실을 망사(網絲), 물고기를 잡기 위하여 그물을 치는 곳을 망기(網基), 그물에서 빠져나갔다는 뜻으로 범죄자가 잡히지 않고 도망하였음을 이르는 말을 망루(網漏), 그물로 물고기나 짐승을 잡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망부(網夫), 그물을 설치하여 고기잡이를 하는 배를 망선(網船), 이익을 독차지 함을 망리(網利), 새를 잡는 데 쓰는 그물을 나망(羅網), 물고기 잡는 그물을 어망(漁網), 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강물이나 바닷물에 원뿔꼴로 쫙 펴지도록 던지는 것을 투망(投網), 철사를 그물처럼 엮어 만든 물건을 철망(鐵網), 물고기가 그물에 걸림을 이망(罹網), 들고 다니면서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행망(行網), 칼과 그물을 씌운다는 뜻으로 남을 속박하거나 구속함을 이르는 말을 겸망(鉗網), 그물을 들면 그물눈도 따라 올라간다는 뜻으로 주된 일이 되면 다른 일도 그에 따라서 이루어진다는 말을 망거목수(網擧目隨), 그물이 새면 배도 그 사이로 지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법령이 관대하여 큰 죄를 짓고도 피할 수 있게 됨을 비유한 말을 망루탄주(網漏呑舟), 그물의 한 코라는 뜻으로 새는 그물의 한 코에 걸려 잡히지만 그물을 한 코만 만들어 가지고는 새를 잡지 못한다는 말을 망지일목(網之一目),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조리 잡는다는 뜻으로 한꺼번에 죄다 잡는다는 말을 일망타진(一網打盡), 산 사람의 목구멍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궁하여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을 생구불망(生口不網), 썩은 새끼로 범을 잡는 다는 뜻으로 터무니 없는 짓을 꾀함을 이르는 말을 초망착호(草網着虎),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 듯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하늘이 친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 그래도 굉장히 넓어서 악인에게 벌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말을 천망회회(天網恢恢), 게도 그물도 다 잃었다는 뜻으로 이익을 보려다 도리어 밑천까지 잃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해망구실(蟹網俱失)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魚(고기 어)는 ❶상형문자로 漁(어)의 고자(古字), 鱼(어)는 통자(通字)이다. 물고기 모양을 본뜬 글자로, 한자의 부수로서는 물고기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魚자는 ‘물고기’를 그린 글자이다. 魚자는 물고기를 그대로 그린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魚자를 보면 물고기의 주둥이와 지느러미가 잘 묘사되어 있었다. 이후 해서에서 물고기의 몸통과 꼬리를 田(밭 전)자와 灬(불 화)자로 표현하게 되면서 지금의 魚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魚자는 물고기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활용될 때는 주로 어류의 종류나 부위, 특성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魚(어)는 성(姓)의 하나로 ①물고기 ②물속에 사는 동물의 통칭(通稱) ③바다 짐승의 이름 ④어대(魚袋: 관리가 차는 고기 모양의 패물) ⑤말의 이름 ⑥별의 이름 ⑦나(인칭대명사) ⑧고기잡이하다 ⑨물에 빠져 죽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생선을 가공해서 말린 것을 어물(魚物), 물고기 잡는 그물을 어망(魚網), 물고기를 잡거나 기르는데 쓰이는 항아리 모양으로 만든 유리통을 어항(魚缸), 물고기의 알을 어란(魚卵), 물고기와 조개를 어패(魚貝), 생선 파는 시장을 어시장(魚市場), 물고기의 종류를 어종(魚種), 낚시로 고기잡이하는 데 쓰는 배를 어선(魚船), 물고기를 기름 또는 기른 물고기를 양어(養魚), 말린 물고기를 건어(乾魚), 미꾸릿과의 민물고기를 추어(鰍魚),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를 청어(靑魚), 멸치과에 딸린 바닷물고기를 행어(行魚), 퉁가리과의 민물고기를 탁어(馲魚), 은어과의 물고기를 은어(銀魚), 가오리과에 딸린 바닷물고기를 홍어(洪魚), 가물치과에 딸린 민물고기를 흑어(黑魚), 학꽁치과의 바닷물고기를 침어(針魚), 멸치과의 바닷물고기를 약어(鰯魚), 동자개과에 딸린 민물고기를 종어(宗魚), 잉어과의 민물고기를 타어(鮀魚), 철갑상어과의 바닷물고기를 심어(鱘魚), 제사 상을 차릴 때에 어찬은 동쪽에 육찬은 서쪽에 놓음을 이르는 말을 어동육서(魚東肉西), 어魚자와 노魯자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몹시 무식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로불변(魚魯不辨), 물고기와 물처럼 친한 사이라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의 친밀한 사이 또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 사이를 일컫는 말을 어수지친(魚水之親),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이 매우 친근한 사이를 일컫는 말을 어수지교(魚水之交), 고기 대가리에 귀신 상판때기라는 뜻으로 괴상 망측하게 생긴 얼굴을 형용하는 말을 어두귀면(魚頭鬼面), 고기가 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목숨이 붙어 있다 할지라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을 비유하는 말을 어유부중(魚遊釜中), 잉어가 용으로 화한다는 뜻으로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 양명함을 이르는 말을 어룡장화(魚龍將化), 물고기의 눈과 연산의 돌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가 옥과 비슷하나 옥이 아닌 데서 허위를 진실로 현인을 우인으로 혼동함을 이르는 말을 어목연석(魚目燕石), 물고기는 대가리 쪽이 맛이 있고 짐승 고기는 꼬리 쪽이 맛이 있다는 말을 어두육미(魚頭肉尾), 물고기 떼나 새 때가 흩어져 달아난다는 뜻으로 크게 패망함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어궤조산(魚潰鳥散),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었다는 뜻으로 어릴 적에는 신통하지 못하던 사람이 자란 뒤에 훌륭하게 되거나 아주 곤궁하던 사람이 부귀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어변성룡(魚變成龍), 글자가 잘못 쓰였다는 뜻으로 여러 번 옮겨 쓰면 반드시 오자誤字가 생긴다는 말을 어시지혹(魚豕之惑), 용과 같이 위엄 있는 모양을 하고 있으나 실은 물고기라는 뜻으로 옳은 듯하나 실제는 그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질용문(魚質龍文)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