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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운도가 (松雲道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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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세상*사건*사고 스크랩 왕비 11명을 둔, 아프리카 스와질란드 왕을 만나다
미류나무 추천 0 조회 884 09.08.04 13:16 댓글 7
게시글 본문내용

  인천공항을 떠나 아프리카 스와질란드라는 곳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28시간이 걸렸습니다.  비행시간만 17시간 30분, 그리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버스로 6시간, 대기시간까지 모두 합치면 걸리는 시간이 약 28시간이었습니다. 스와질란드는 하루하고도 4시간이 더 소요되는 너무나 먼 곳입니다. 게다가 이곳은 겨울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쌀쌀한 날씨는 여정을 조금 더 고되게 했습니다.(밤 온도 영상 5도, 낮 온도 15도)

 

<스와질란드 왕, 음스와티 3세(Mswati Ⅲ), 이 왕은 11명의 부인과 3명의 약혼녀, 2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스와질란드에 도착한 첫 날, 운 좋게 스와질란드의 왕이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도 음바반에서 왕을 위한 잔치가 열렸는데 그 곳에 초대된 것입니다. 직업도 병인가요? 나는 이 진기한 행사를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행사장 곳곳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던 중 문뜩 눈에 띄는 여인들이 있었습니다. 듣자니 왕의 아내들, 바로 왕비들이었습니다.  30세에 왕좌에 오른 왕은 14년 동안 11명의 왕비를 아내로 삼았다고 합니다. 스와질란드의 왕이 왕비를 선택하는 방법은 기이하고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대략 만 18세의 여성들이 가슴을 드러낸 채로 춤을 추면, 이를 지켜본 왕이 마음에 드는 여인을 선택해 아내로 삼는다고 합니다. 이런 왕비 간택 방식은 세계인권위원회에서도 여성인권 비하로 문제 삼은 바 있다고 하더군요.

 

 

<왕 뒷편에 앉아있는 5명의 왕비들, 무뚝뚝한 표정이 인상 깊다>


  이날 잔치 현장에는 5명의 왕비가 나와 있었습니다. 조각 같은 미모에 지적인 모습까지 갖춘 왕비들은 모두 앳되고 젊은 여인들이었습니다. 피부색은 검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 예쁘게 보이는 여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얼굴에서 무엇인지 모를 우울함이 비쳐집니다. 행사가 끝나고 5명의 왕비는 각자의 벤츠(벤츠라!, 그래도 대접은 제대로 받고 사는 모양입니다)를 타고 돌아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왕을 만나 팔자를 고친 것처럼 보이지만, 내 눈에 왕비들은 행복하게만 보이진 않습니다. 메마른 웃음과 무표정이 전부였던 왕비들을 보면서 세상살이 행복의 조건은 다만 물질뿐이 아니라는 게 새삼 진실로 다가왔습니다. 

 

   대부분 산악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스와질란드는 농업과 임업, 공업이 발달해, 아프리카 54개 국가 중 10위 안에 드는 부국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빈부의 차이는 너무 큽니다. 수도 음바반은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들로 비롯해 남루한 옷차림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기 힘든 부랑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프리카에서는 부국으로 발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생필품은 부족함이 없어 보였고, 물가는 조금 비싼 듯 했습니다.  인종은 대략 세 부류 정도인데, 유럽 개통의 혼혈아들이 가장 눈에 띄었고, 아랍개통의 사람들도 군데군데 보입니다. 당연히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인종은 역시 원주민. 아프리카인 특유의 피부색과 우락부락한(?) 대다수의 주민을 보노라면, 비록 도심 한가운데지만 지금 내가 아프리카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날 정도였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낭패를 본 상황도 있었습니다. 스와질란드에서 남아공으로 넘어가는 국경선에서 우리 일행을 포함한 한국사람 30여명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꼭 지나가야 하는 관문에서 이용 차량에 대한 등록을 하지 못해  억류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벌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2,000불. 우리나라 돈으로 약 240만원이나 되는 현금을 갑자기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현금지급기는 때마침 말썽을 부려 인출도 쉽지 않았습니다. 1년에 한 번씩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차량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 마감이 6월 30일이었답니다. 그 날이 7월 1일이었으니, 하루 전까지 미리 알고 처리했다면 몇 만원이면 해결할 것을 엄청난 돈을 주고 해결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했던 겁니다. 결국 남아공 경찰과 합의를 봐서 우리나라 돈 60만원으로 해결하고 풀려나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미리미리 정보를 챙겨 해결하는 노하우가 아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체류하는 동안 세 나라를 방문했습니다. 스와질란드와 남아공, 그리고 모잠비크까지.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와 모잠비크는 위험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모잠비크는 1975년 독립을 했지만, 1980년 초반 내전으로 인해 혼란을 겪었고 1992년 10월에야 내전이 끝났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사회주의 국가의 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국민들의 모습은 무엇인가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인가요? 시장에서 만난 모잠비크 사람들은 순박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거리 곳곳에서 뭔지 모를 긴장감을 느끼다가 시장에 들르니, 사람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모잠비크 재래시장 상인과 함께> 


  몰랐던 내 자신의 간사한(?) 모습을 발견하게 한 일도 있었습니다. 스와질란드에서 고아원을 방문했는데, 나는 그곳에 있는 아이들이 에이즈에 걸린 부모로부터 태어나서 버림받거나, 부모가 죽어 오게 된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그 아이들을 만지거나 얼굴을 비비며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에이즈라는 게 단순한 피부접촉으로 전염되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아이들이 꺼려지더군요. 사람이, 내 자신이 이렇게 간사할까. 전에는 알지 못했던 내 모습이 정말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현재 스와질란드 국민들 중 38%가 에이즈에 감염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통계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더 심할것이라는 게 이곳 관계자의 이야기입니다.

 

 

 <스와질란드의 한 고아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번이 네 번째 아프리카 방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남부 아프리카는 처음이었지요. 매번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프리카의 자연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들과 높은 하늘, 갖가지 희귀한 동식물까지, 조물주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땅입니다. 이곳에서 기독교 선교사들의 삶을 기록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생각하노라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 사는 땅 반대편 대륙에서 조금은 가난하고 뒤떨어진 현대를 살고는 있지만, 기쁨과 슬픔과 사랑이 오고 가는 아프리카인들의 삶의 모습은 우리와 조금도 다를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다큐 예수와사람들> 제 11화 나는 아프리카와 결혼했다

방송  : 8/3(월) 오후 3시 - 1부, 8/4(화) 오후 3시 - 2부

재방 : 8/7(금) 밤 12시 45분,8/9(일) 낮 1시 1, 2부 연속방송

CBS TV, SkyLife, 전국 케이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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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8.04 15:11

    첫댓글 이시대에 아직도 절대군주가 있다니....놀랍군요..... 저는 ~~저 왕보다 미류나무 님이 더 대단해보입니다~~~

  • 09.08.04 16:39

    그 먼곳을 편하게 알게 되었네요~~감사합니다.

  • 09.08.04 16:41

    모잠비크 재래시장 상인이 턱하니 팔짱을 끼는군여......저사람들이 원래 사람을 좋아하나여? 아님 미류나무님이 작업(?)을 하신건가여? ^^

  • 09.08.04 17:06

    왕비들 이쁘네여....^^

  • 작성자 09.08.04 19:13

    먼가 오해하신듯 한데 그 사람 저 아닙니다.^^;;

  • 09.08.05 17:42

    무애님 농을 하신거같으니 당황하지마세요 ~키득`

  • 09.08.05 17:42

    서민들이라서 그런가...표정에서 한국내음이 나네요~정,정,정......정스러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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