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사랑의 고통
작은 시냇물
황혼 빛으로 흐르고
푸르스름한 하늘이
어둑어둑 저물어 가는 풍경
이것은 거의 황홀의 경지
다들 잠자리에 든 시간
모든 말썽과 근심과 고통이
황혼 아래로 사라져 버렸네
이젠 황혼과 시냇물의
부드러운 흐름뿐
시냇물은 영원히 흘러서 가리라
그대 위한 사랑 여기 있음을
나는 깨닫는다
내 사랑을 본다
황혼과 같은 전체를 본다
내 사랑, 큰 사랑, 아주 큰 사랑
일찍이 보지 못한 사랑
작은 불빛과 불똥과 온갖 장애물
말썽과 근심과 고통으로 보지 못한 사랑
그대 부르고 나 대답하고
그대 원하고 나 완수하고
그대는 밤 나는 낮
이것 이상 무엇이 또 있을까
이것으로 완전하고 충분한 것
그대와 나 또 무엇이 있을까
하지만 알 수 없어라
왜 우리는 그래도 고통스러운가!
*D.H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 영국, 1885~1930)는 은사의 부인과 도피, 방랑하면서 노골적이고 강렬한 성적 묘사로 ‘아들과 연인’ ‘흰 공작’ ‘채털리 부인의 사랑’ 등 걸작 소설을 남겼는데,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오래전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 ‘차타레 부인의 사랑’이란 제목으로 국내에 상영되어 인기를 끈 바도 있습니다.
*은사의 부인과 도피할 정도로 도덕을 무시하였다고 볼 수 있는 시인이 ‘사랑의 고통’이라는 제목의 시를 쓴 것이 이색적으로 다가오는데, 사랑이란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사랑에는 항상 책임이 따르고, 영원한 사랑이란 극히 드물기에 그런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랑의 아름다움과 고통을 자연에 비유하여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낸 표현이 좋아 위 시를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