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해변길 6코스(샛별길)
수만 년의 시간과 바다, 바람이 만들어낸 길
푸른 솔숲 끝에서 다시 푸른 소리 품은 바다
함우석 기자
충북일보 기사 등록일 : 2019.03.17.
[충북일보] 101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은 충남 태안 해변길 6구간이다. '샛별길'로 더 잘 알려진 길이다. 태안 해변길 6코스는 꽃지해변에서 황포항까지다. 대부분 도보여행객들도 그렇게 걷고 있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은 거꾸로 걷는다.
계절은 이미 겨울을 버리고 봄을 맞는다. 어느새 경칩을 지나 춘분을 향해 달린다. 시시각각 봄 바다의 서정이 아련하다. 고요한 샛별해변에 상큼한 봄바람이 분다. 아름다운 해변이 봄 채비를 서두른다.
오전 10시 황포항을 떠난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미지의 길로 들어선다. 썰물 때라 포구가 바닥을 드러낸다. 고깃배의 들고남이 없어 한가하다. 뱃머리에 줄지어 앉은 새들의 인사가 계속된다.
방파제를 따라 조용하고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솔숲에 닿기 전 한참동안 비슷한 풍경이 계속된다. 시간을 정리하며 천천히 걷는다. 바람을 타고 온 솔 향이 싱그럽다. 마침내 솔숲을 따라 걷는다. 사거리를 만난다. 길옆 샛길로 들어선다.
'쌀 썩은 여'란 독특한 이름이 눈에 띈다. 표지판을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얼마가지 않아 데크로 잘 만들어진 전망대 위로 오른다.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 앞으로 망대섬이 아름답다. 멀리 밀려나간 바다가 서정을 자극한다.
'쌀 썩은 여'란 이름은 조곡미를 싣고 가던 배들이 자주 좌초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물론 지금도 만조 때면 이곳 조류는 빠르고 거세다. 물론 배가 좌초한 건 바다가 거칠었기 때문은 아니란다. 나쁜 정치가 만든 슬픈 결과였다.
벼슬아치들은 세곡을 거두고 옮기는 과정에서 너나없이 조곡미를 빼돌렸다. 조곡선이 이곳에 이를 땐 이미 배 안이 텅 비기 일쑤였다. 결국 선주들은 일부러 배를 침몰시키곤 조정에 거짓 보고를 했다. 현실 정치가 오버랩 되며 가슴을 후벼 판다.
하지만 잠시 뿐이다. 전망대 앞으로 드러난 풍경이 아픔을 잊게 한다. 망재 등 주변 섬 풍경이 아늑하다. '쌀 썩은 여' 갯바위가 드러난다. 잘 발라놓은 생선뼈 같다. 그 옆으로 작은 섬 망재가 봉긋 솟아 있다. 썰물 때면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사거리로 다시 나와 길을 잇는다. 얼마 가지 않아 해변에 닿는다. 상큼하고 산뜻한 바닷바람이 회원들을 맞는다. '샛별해변'이다. 시름과 번민을 찬 바다에 내던진다. 하지만 이름에서 느낀 낭만적 감상은 금방 깨져버린다.
샛별은 해안 사이 뻘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란다. '샛뻘'을 마을 주민들이 '샛별'이라 불렀을 뿐이다. 샛별은 자연방파제를 막아 만든 간척지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샛별이 아니다. 태안해변길 6코스의 이름을 낳은 곳이기도 하다.
샛별은 새롭게 형성된 염전이다. 해변길 구간 중 찾는 이들이 가장 적다. 그래도 풍경만큼은 다른 구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고적한 평화가 아름답다. 함께 한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기에 적당하다. 마음이 아름다우니 풍경도 예뻐진다.
썰물로 물이 빠진 바닷가를 조곤조곤 걸어간다. 거의 일직선의 해안을 따라 광활한 백사장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측으로 구부러지는 길을 따른다. 일렬로 늘어선 해송 숲을 지난다. 길이 조개 모양으로 둥그런 원을 그린다.
하얀 자갈이 해변을 점령한다. 병술만이다.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한참을 따라 걷는다. 밀려온 굴 껍질들이 그림을 그린다. 화사한 빛에 작은 파도가 부서진다. 내륙 깊숙이 밀고 들어온 바다가 마치 호수처럼 펼쳐진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만들며 오간다. 바다와 하늘이 시리도록 푸른빛을 낸다. 한낮 해변엔 발자국 몇 개 없는 고요함이 흐른다. 여행객을 차분하게 만든다. 바람 속에 낡은 것을 비워버린다. 싱싱하고 맑은 새것으로 채워 넣는다.
병술만 해변 갯골에 평화가 흐른다. 봄을 준비하는 해당화 군락지가 보인다. 병술만 전망대가 우뚝하다. 캠핑장에서 점심을 한다. 편안함을 품고 있는 솔밭이다. 1시간여 지나 솔숲을 빠져 나간다. 도로 옆으로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을 뒤로 하고 언덕을 넘는다. 꽃지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는 길이 한가롭게 이어진다. 자잘한 모래 알갱이들이 사구를 만든다. 해변 위로 색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파도가 오가며 만든 예쁜 모레무늬가 줄지어 선다.
저 멀리 할미바위 할아비바위가 보인다. 백사장 너머로 할미바위와 할아비 바위가 우뚝 서 있다. 호젓한 해변을 따라 고적한 시간을 이어간다. 물도 맑고 모래도 맑은 샛별길이다. 이름만으로도 새로움이 밀려올 듯하다.
/ 글·사진=함우석 주필
태안 해변길 6코스 샛별길
코스 경로 : 꽃지 해변 - 리솜리조트 곰솔림 - 병술만 - 샛별해변 - 황포항
[길이 13.0km, 소요시간 4시간, 난이도 보통, 비순환형]
코스 개요
- 꽃지-황포항으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코스별로 매력적인 조화로움이 어우러지는 코스
- 낙조가 아름다운 해변과 독특한 형태로 솟아난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 코스
관광 포인트
- 노을이 질 때면 기막힌 장관이 연출되어 서해 3대 낙조 명승지인 '꽃지해변'
- 고려 시대 몽고의 침략에 항거한 삼별초가 주둔하며 훈련했던 천혜의 군사요충지인 '병술만'
- 몽돌로 이루어진 자갈 사이로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샛별해변'
여행자 정보
- 태안 버스터미널에서 1001번 버스를 타고 꽃지해수욕장 정류장 하차
- 황토항은 지금은 해안을 따라 설치된 방조제로 인해 민물의 유입이 적어 황토물의 흐름을 보기는 어려움
- 안면도에서는 매년 국제 꽃박람회를 개최함
- 식수 식수보급처가 없으니 매점에서 구입하거나 사전준비
- 매점 : 출발점인 꽃지해변, 샛별해변, 도착점인 황포항
태안해변길 6코스(샛별길)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