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은 전에 친구와 한번 들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공연을 보러온 것은 처음이었다. 국립국악원 답게 모든 시설물들이 정갈하고 깔끔하게 있어서 국악원다운 향기가 풍겼다. 현대적인 국악단의 공연은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국악원에 오는 내내 어떤 공연이 될지 궁금했다. 프로그램 팜플릿을 보니 지휘자도 있었고 서양 오케스트라처럼 악기의 구역도 나뉘어져 있어서 마당놀이의 전통적 사물놀이나 판소리 등 만을 접해온 나에겐 이러한 구성들 자체가 신기했고, 신선했다.
표가 할인이 많이 된 것이라 그런지 맨 앞자리였다. 왼쪽으로는 초등학생 꼬마들, 오른쪽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자리해 있었다. 이렇게 어린 학생들도 우리의 국악공연에 관심을 가지고 감상하러 온다니 왠지 마음이 뿌듯했다.
첫번째 곡은 '고별'이란 곡이었다. 지난 공연은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때와는 분위기가 다른, 무척이나 현대화된 국악 연주였다. 순수 국악기 뿐 아니라 드럼, 심벌즈 등의 서양악기도 눈에 띄었다. 특히 연주내내 가야금과 거문고를 손으로 뜯어서 연주하는 대신, 활을 이용해서 연주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이러한 연주방식은 이 곡 뿐아니라 공연 전반에 걸쳐서 나타났다.
다음으로 연주된 곡은 교수님이 직접 작곡하신 '향'이라는 곡이었다. 전에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곡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같은 곡은 아닌 것 같았다. 앞서 들었던 '고별'보다는 우리의 전통악기의 선율이 물씬 풍기는 곡이었다. 잔잔한 바다를 연주하는듯한 우리 전통의 향이 물씬 풍기는 부드러운 노래였다.
'모리화'라는 곡은 중국인이 작곡한 노래여서 그런지 중국인들의 강한 힘이 선율에 속속들이 나타나있었다. 하지만 민요의 서민적 선율이 바탕이 되어서 전체적으로는 소박한 느낌이었다.
비파연주가 돋보였던 '고도수상'. 아름다운 비파연주자의 드레스도 이 곡을 빛내주는 요소였다. 비파연주자가 등장하자 청중들의 '와~'하는 소리는 이미 이 곡을 심취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파연주는 가끔 TV에서 중국사극을 보면 들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들으니 소리가 참 맑고 경쾌했다. 양금소리보다 높고 가벼운 음색이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어서 지휘자가 여러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걸 볼 수 있었다. 특히 비파와 해금연주자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안산시립국안단 창단1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안산환상곡'의 순서다. 초연을 들을 수 있는 영광까지 안게 되었다. 현 총장님이신 박범훈선생님이 작곡하신 이 곡은 솔로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합창단의 힘있는 합창, 국악단의 경쾌하고 강한 연주에 안산을 사랑하는 느낌이 듬뿍 담겨져 있는 곡이었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객원지휘자인 쉬쯔준씨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노래인 남도아리랑과 청위위씨의 비파솔로를 한번 더 들을 수 있었다. 비파연주를 가까이서보니 손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연주였다. 어릴적 부터 비파를 연주했다하니 실로 대단한 실력이었다.
예악당을 나서며,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오늘의 공연을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또래 친구들은 국악공연을 지루하게만 생각하는데 언제 이들도 데려와서 이렇게 흥겹고 즐거운 공연을 들려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좋은 공연을 소개해 주신 교수님께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