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조명·관객 하나되는 감동의 공간 음향·시각적 효과 최대한 고려 외관 투명유리 운동감 느껴져 건물주변 외부환경 다소 삭막
대구오페라하우스 2층에서 본 무대와 객석.
◀대구오페라하우스 야경. 넓은 투명유리를 통하여 현대건축의 투명성과 운동감이 느껴진다.
▶무대 뒤에서 본 측면무대와 무대 상부의 조명 및 기계설비 장치를 위한 공간.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관람객이 몰렸다. 세계 4대 뮤지컬 중의 하나이며,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극장의 무대 위에서는 다 보여줄 수 없는 공간적 한계를 영화만의 장점인 특수효과를 통해서 더 화려하고 환상적으로 보여주었다. 비슷한 예로서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뮤지컬인 '시카고'도 영화와 비교해 보면 맛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단지 영화와 뮤지컬이 가진 장르간의 차이만일까. 아마도 그 이유 중에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캣츠'가 대구에서 공연했을 때 다른 느낌이 든 것처럼 공연장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장소적 특성 때문에 우리는 연극전용, 음악전용 혹은 오페라전용 극장을 찾는 것이다.
#보이는 무대와 숨어있는 무대
지금은 구분해서 쓰고 있지만 한 때 우리는 영화관을 극장과 동일시했다. 건축적으로 극장은 무대에서 배우가 실제로 공연하는 곳으로 영화관과 구별된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눈썰미 있는 관객들은 오페라 극장의 무대 뒷부분의 복잡한 구조와 넓은 공간을 보고 놀랐을 것 같다. 더구나 아무도 모르는 지하통로를 통해 연결되는 주인공 팬텀이 살고 있는 은밀한 공간은 상상을 초월하는 유령의 신비로운 은신처였다. 실제로 오페라극장에는 영화에서 본 것처럼 객석에서 보면 무대가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연을 위해 필요한 출연자 대기실, 연습실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위한 연습실과 기타 기계설비실을 포함하는 뒷무대가 객석보다 더 큰 규모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유령의 아름다운 은신처는 존재하지 않는 소설 속의 공간이며, '가스통 루루'가 쓴 소설 '팬텀 오브 오페라'에만 존재하는 공간이다.
오페라는 성악, 기악, 연극으로 이루어진 종합예술이므로 그 모든 특성에 맞도록 음향효과와 시각효과를 동시에 고려하면서도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관객의 수준에 맞는 격조도 갖추어야 하며 완벽한 무대설비와 여유 공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좋은 공연을 위한 훌륭한 부대설비는 마치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완벽한 기계처럼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페라의 개혁가인 바그너는 자신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를 위해 바이로이트의 축제극장까지도 직접 디자인했다.
#품격과 기술이 요구되는 종합예술공연장
세계의 모든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훌륭한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하는 이유는 이 건축물이 바로 이러한 종합예술로서 최고의 품격과 기술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항의 왕립 식물원부지에 위치한 흰색 요트 같은 멋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영국에서 쫓겨난 야만인 조상의 후손들이란 인식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선진국의 성숙한 문화인임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자 건설한 호주인들의 자존심을 건 국가적인 사업으로 성공한 건축 사례에 속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인 정명훈이 상임지휘자로 있는 프랑스 파리의 '바스티유 오페라하우스'는 미국에 빼앗긴 문화주역으로서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펼친 국가적인 문화사업의 하나로 유명한 '샤를르 가르니에'가 설계한 기존의 파리 오페라극장을 그대로 두고 프랑스 대혁명의 근원지인 바스티유감옥이 있던 자리에 건설한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근래에는 중국, 싱가포르 등도 새로운 공연장을 건설하고 미국도 뉴욕의 '링컨센터'를 재단장하는 계획안을 이미 세워두었다. 바야흐로 21세기는 문화생활을 향유할 건축의 질과 양이 국력과 함께 삶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 아래 우리 대구에도 2003년에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는 뉴욕의 링컨센터 건설에 '록펠러'를 위시한 수많은 기업가들이 기부를 한 사실과 비교하면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삼성그룹이 모기업인 제일모직 부지 일부에 지금의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하여 자신들의 고향인 대구시에 기증한 것이다.
#오페라와 조명과 관객이 건축과 하나 되는 공간
오페라하우스는 공연 특성상 말발굽형태의 평면형에다 발코니석을 갖춘 단면형을 주로 사용하는데 대구오페라 하우스도 그러하다. 이는 공연 시에 배우들의 움직임과 감정표현을 볼 수 있는 최대 가시거리인 25m 범위, 배우들의 육성을 잘 들을 수 있는 음향효과적인 측면, 그리고 보다 많은 관중들을 수용하기에 적절한 전통적인 공간형식이다. 외관은 곡선의 유리로 된 정면부와 각형의 벽면으로 된 무대부, 그리고 원거리에서의 시각적 효과를 고려한 마름모 패턴의 벽으로 된 지붕부, 3부분으로 되어있다. 정면은 전체를 투명유리로 하여서 실내에 있는 각층 발코니와 계단들이 만들어내는 현대건축의 특징인 운동감을 관람객의 움직임과 함께 보여주고 있으며, 실내의 관람객은 밝은 불빛으로 가득 찬 내부의 각층에서 외부를 조망하면서 각자가 큰 궁전의 주인이 된 듯한 가슴 설렘도 느끼게 해 준다. 아름다운 음악과 부드러운 조명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어우러지는 공간. 만약 기회가 된다면 앞에서 설명한 뒷무대로 가서 오페라의 유령을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는지.
특히 오페라하우스는 야간경관을 고려한 조명계획으로 주로 저녁부터 사용하는 이 건물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그러나 건물 주변의 외부환경은 많은 사람들이 평하듯이 삭막하다. 현재 건축되고 있는 아파트단지가 준공되기 전에 전면과 측면의 부지를 활용해서 공원이나 시민 휴게공간을 만들 방법은 없을까. 비록 지금의 그 부지가 다른 기능을 위한 대지라 해도.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