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화를 다루는 방법(2)
적당히 화 내고, 적당히 화 참으려면?
화를 내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인 처방으로는 문제가 있는 처방인 셈이다. /셔터스톡
화를 참을 때의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들은 화를 너무 참지 말고 화난 감정을 표현하라고 권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신과 의사인 가엘 린덴필드(Gael Lindenfield)는 <분노를 다루는 법>이라는 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있다.
1. 나는 좌절될 때 화낼 권리가 있다.
2. 나는 마음이 상했을 때 화낼 권리가 있다.
3. 나는 공격을 받았을 때 화낼 권리가 있다.
4, 나는 억압을 당했을 때 화낼 권리가 있다.
5. 나는 부당하게 이용을 당했을 때 화낼 권리가 있다.
6. 나는 속임을 당할 때 화낼 권리가 있다.
7. 나는 속임수로 조종을 당할 때 화낼 권리가 있다.
8. 나는 나의 요구가 무시될 때 화낼 권리가 있다.
9. 나는 실망될 때 화낼 권리가 있다.
10. 나는 거절당할 때 화낼 권리가 있다.
화를 억누르지만 말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분명히 정신건강에 좋은 면이 있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화를 자주 내다보면 이것이 습관이 되어서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굳어져버린다는 것이다.
화를 내면 우리의 몸에서는 아드레날린(adrenalin)이 분비되는데, 필요 이상의 아드레날린은 우리 몸의 세포를 상하게 하고 면역력을 약하게 한다.
그러므로 화를 내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건강에 더 해롭다고 말할 수 있다. 화를 내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인 처방으로는 문제가 있는 처방인 셈이다.
더군다나 인간관계에서 화를 내다보면 상대방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다. 나빠진 인간관계는 새로운 갈등관계를 만들어내고, 이 나빠진 갈등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은 또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화나는 일이 생겼을 때 화를 내도 안 되고, 화를 참아도 안 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신과 교수인 레드포드 윌리엄즈(Redford Williams)가 쓴 <분노가 죽인다Anger Kills>라는 책의 뒷 표지에 재미있는 글귀가 있다.
화날 땐 맘껏 화내십시오. 빨리 죽습니다.
화나도 꾹꾹 참으십시오. 화병 걸립니다.
생명에 지장 없을 만큼만 화를 내고
화병 걸리지 않을 만큼만 참아보십시오.
윌리엄즈 교수는 이런 조언을 하면서 화를 다스리는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의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유익할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윌리엄즈의 책을 찾아보았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은퇴할 때 나의 모든 책을 다 도서관에 기증한 관계로 이 책을 나의 서가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윌리엄즈 교수의 말은 지혜로운 말이기는 하나 화가 날 때 구체적으로 적용하려고 하면 여전히 애매모호한 면이 있다. 얼마만큼 화를 내야 생명에 지장이 없고, 얼마만큼 참아야 화병이 나지 않을까? (계속)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