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모든 것을 가진 남자였다. 요즘 말로 최고의 '금수저'다. 왕자로 태어나 '왕의 자리'가 예정돼 있었고, 돈과 명예도 약속됐다. 어여쁜 아내와 궁녀들, 귀한 아들까지 얻었다. 그런 그가 스물아홉 살에 왕궁을 빠져나와 고행의 길을 걸었다. 6년 만에 어느 날 보리수 아래에서 도를 깨쳐 '부처'가 된 고타마 싯다르타다.
오늘은 그가 태어난 지 2560년이 되는 부처님오신날이다. 사실 그는 모든 걸 가졌지만 가장 결정적인 하나가 부재했다. 그것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였다. 마야 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은 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외쳤다는 그는 세상에 나온 지 7일 만에 어머니를 여의는 슬픔을 겪는다.
그래서일까. 그는 모든 쾌락과 환락이 제공되는 상황에서도 우울하면서 불안한 청년기를 보냈을 것이다. 그의 머릿속은 왜 인간은 생로병사에서 자유롭지 않은지, 돈과 명예가 있더라도 왜 불만과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는지 의문으로 가득했다. 결국 그가 깨친 것은 집착이 모든 고통의 뿌리라는 것이다. 특히 '나'에 대한 집착이 고통을 야기한다고 설한다.
그렇다면 집착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 한국을 찾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다가 불교에 대한 통찰력에 적잖이 놀랐다. 하라리에 따르면 싯다르타가 체득한 명상법은 집착 없이 실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게끔 마음을 훈련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마음이 '지금과 다른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보다 '지금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온 관심을 쏟도록 훈련시키면 된다. 순간순간에 집중한다면, 거기에 완전히 몰입할 때 분별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유럽을 만행 중인 현각 스님도 "'부처님오신날'은 '순간님이 오신 날'"이라며 "물을 마실 때 다른 생각 없이, 내일에 대한 걱정, 어제에 대한 번뇌 없이 이 물을 마시는 느낌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 찰나 찰나 찰나 그 순간 자체가 나다. 나와 우주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순간이 부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달리 말하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또 다가오는 미래에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을 살라는 말일 것이다.
붓다가 2500여 년의 시공간을 허물고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한국에 온다면 어떤 처방을 내릴까.
자살률 1위, 성형공화국에 여기저기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대한민국을 보고 말이다. 아마도 수저 색깔이나 스펙에 집착하지 말고, 아파트 평수에 집착하지 말고, 외모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지 않을까. 사람들끼리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 되라고. 형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것이 인간의 본질은 아니므로. 개개인은 모두 다 위대하고 달리 말하면 '부처'라는 사실을 자각하라고 하지 않을까. 그가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말했듯이 말이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으시고 공감해 주시고 댓글까지 달아 주시어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찰나 찰나 찰나/ 그 순간 자체가 나다. 나와 우주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순간이 부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순간순간 깨어있어 지금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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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항상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