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행입니다. 올해는 칼에 찔리지 않겠군요.
며칠 전 파이널 1 차전에 관한 ESPN 홀린져 아저씨의 포스트 게임 컬럼을 옮기면서 썼던, '만약 누군가 나에게 칼을 들이밀며 누가 파이널 시리즈를 우승할 것 같으냐 물어 본다면 댈러스라고 대답할 것이라' 했던 문구가 있었습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댈러스가 이김 ㅋ' 이런 의미가 아니죠. 그동안 개인적으로 봐았던 양 팀의 모습, 저의 직감 등을 기준으로 딱 누군가를 결정해야만 한다면, 이런 식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번 파이널의 경우 누가 이길지 저도 도저히 장담을 못하겠더랍니다.
이번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댈러스 매버릭스가 16 승을 기록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들 수 있습니다. 매버릭스 자체에도 있고, 상대 편인 마이애미 히트에게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다소 포괄적인 의미이긴 하지만, 실패를 많이 겪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많이 겪어봐야 성공한다, 7 전 8 기 이런 말들은 성장 드라마, 명상의 시간 등에서 많이 나오는 교훈적인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냉정하게 생각하면, 특히 같은 바닥에서 같은 목표를 두고 계속하여 실패를 한다면 그것은 능력의 부족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우,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거의 쌍벽을 이룰 정도로 많은 횟수의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을 이뤘습니다. 스퍼스는 그 중에서 몇 번 16 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댈러스는 14 승이 최고치였을 뿐, 그 한번의 진출 이외엔 모두 중도하차를 하곤 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슬금슬금 "얘들은 안돼"라는 생각이 자리잡았습니다. 매버릭스 팬들께는 죄송하지만, 솔직히 이랬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적어도 플레이오프 2 라운드 시작 전까지 이 생각은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1 라운드 6 차전 제랄드 월러스의 맹활약으로 벌어진 1 쿼터의 점수차를 서서히 좁혀내던 그 모습을 보면서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는지도.
댈러스의 실패 사례는 짓궂은 사람들에겐 정말 조롱거리가 될 만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2006 파이널에서의 2-4 역스윕 사건, 그리고 67-15 기록으로 81.7 퍼센트의 승률로 정규 시즌 리그 1 위의 팀이 플레이오프 1 라운드에서 업셋을 당한 사건, 정규 시즌 MVP 수상자의 팀이 수상자 발표 시기에 집에서 쉬어야 했던 사건 등. 왠만해선 NBA 역사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매버릭스에게 제법 높은 빈도로 일어났었습니다. 올해에 저 두번째 경우와 거의 비슷한 사례를 스퍼스가 당하다 보니, 그 무너지는 자존심이 어느정도인지 저도 간접체험을 잘 겪었습니다.
팀의 에이스, 팀을 운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이런 사례들이 겹치고 겹치다 보면 다 뒤집고 싶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독이 바뀌고, 넘버 투 스타가 바뀌고, 롤 플레이어가 바뀌는 등의 일이 있었지만 저 둘은 뜻을 접지 않은 것은 어찌보면 대단한 일입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동안 그들이 겪은 실패 사레들이 경험치가 됐다고 봅니다. 제 3 자의 입장에서 보면 의문의 여지가 많았지만 말입니다.
특히, 이번 파이널에서 제가 댈러스의 손을 들어줬던 이유 중 하나가, 2006 년의 실수를 다시 저지를 만큼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능력 부족도 아니고 자신들의 정신적 실수로 졌다고 저는 판단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의 경우로 한정해서 보면, 넘버 투 옵션의 시즌 아웃 부상 그리고 이에 따른 3 번 포지션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 노비츠키 부상 기간동안 치뤄진 고전 등의 힘겨운 시간이 또한 경험치가 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상이란 것이 시즌 중의 큰 걸림돌이긴 하지만 거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잘 키울 수 있다면 어찌보면, 냉정하게 실용적으로 보면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댈러스에게 닥친 부상들 덕분에(?) 페이자 스토야코비치, 브라이언 카디널, JJ 바레아 등의 대처 활용에 큰 역할을 했던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이번 파이널 승부의 가장 큰 요인은 실력차라기 보다는 절박함의 수준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이널 매치업 상대가 결정됐던 무렵, 저는 스스로 마음 속에서 논쟁을 해봤습니다. 누가 과연 더 우승이 절박할까? 이런 행태는 자아분열, 이중인격, 다중인격, 우유부단 등의 폐해가 있으니 되도록 삼가해야 합니다만 한번 해봤습니다. 아무리 히트 쪽으로 논거를 대려 해봐도 결국 제 자신에게서는 매버릭스가 더 절박했습니다. 이 때가 아니면 기회란 영영 올 것 같지 않은 Desperate Mavericks.
그리고 제 마음 속에서 생각했던 만큼 히트의 르브론 제임스는 절박함의 정도가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여섯 해 전, 제가 한참 개인 블로그질을 하던 시절에, 르브론을 NBA의 새로운 구세주라고 하면서 포스팅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지금 모습을 보면 내가 잘 못 본 것인가 의문이 들긴 합니다. 지난 번에 올렸던 Rose-Lebron 의 새로운 팀의 주축 선수 논쟁에 나왔던 릭 뷰커 아저씨가 말했 듯이 이 녀석이 과연 자기 재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 실전에 퍼부을 수 있는건가라는 생각도 들면서요.
선수 성장 곡선이 하향으로 향할 수 있는 - 특히 7 피트 신장의 선수들에게 있어서 - 6 월 19 일이면 만 33 세에 접어드는,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네 살의 덕 노비츠키가 플레이오프 전 시리즈를 득점의 측면에서는 거의 혼자 접수했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그들의 매치업 상대를 탓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그는 막기도 힘들고 멈추기도 힘들었습니다. '엉엉, 노비츠키 날 가져요.' 하면서 많은 매버릭스 팬들의 순결을 앗아간 그의 활약만큼 플레이오프 전 시리즈에서 홀로 맹활약했던 선수를 세기에는 제 기억으로 다섯 손가락도 많다고 봅니다. 삼국지의 자룡처럼, 봉선처럼 다 쓸어버릴 것 같이 타오른 그를 보면서 절박함의 화신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이슨 키드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일단, 키드 형 축하해요 ^^. 제가 유일하게 매버릭스 선수 중에 응원하는 선수라서 한번 해봤습니다. 워낙 댈러스가 샌안토니오와 라이벌 관계이다 보니 당신의 팀에 대해서 그렇게 응원해줄 수가 없었지만, 이렇게 우승한 거 정말 축합니다. 던컨도 우승하고 키드도 우승했으니 아이디를 바꿔야 할까봐요.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이번 NBA 파이널을 봤다면, 아니 농구 잘 안보는 사람이 봤다면 제이슨 키드는 그저 [머리 노란 애한테 공 넘겨 주는 사람] [가끔 3 점슛 던지는 사람] 에 그쳤을 것입니다. 처음 그가 넷츠에서 맵스로 이적해 갔을 때, 저 역시도 과연 맞는 조각일까 의문을 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공격의 재능을 가졌지만 수비에서 상당한 미스매치를 당할 수 있는 두 명의 스몰 가드들인 제이슨 테리와 JJ 바레아를 코트에서 숨겨줄 수 있는 최적의 방패막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예전의 눈돌아가는 송곳 패스, 러닝 패스는 없었어도 테리와 바레아의 급한 전개를 늦춰줄 수 있는 템포 조절 능력도 저는 만족합니다.
마이크로프랙쳐 수술을 받기도 했던 서른아홉 살의 그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뛸 수 있다는 면에서 현대 의학의 발전, 컨디셔닝의 발전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넷츠 시절에도 우승 반지를 그토록 갈구했었는데, 늦게서라도 차지한 것 다시 축하합니다. 스퍼스를 거쳐가면서 버스 비슷하게 탔던 글렌 로빈슨이나 쫓겨나다 시피 왔던 마이클 핀리에게서 느껴졌던 짠함은 느껴지지 않아서 좋군요.
이제 어느덧 팀의 원로가 된 제이슨 테리가 경기 마지막 즈음에 노비츠키와 포옹하는 장면은 정말 드라마같았습니다. 몇 해 전, 노비츠키에게 타월 샷을 맞고 김종민 눈이 되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네요. 자말 크로포드 류의 벤치에서 나오는 폭발형 스몰 가드의 우승 사례가 테리를 통해 나왔습니다. 그동안 많이 까였던 JJ 바레아도 파이널 초기엔 마무리가 소극적이어서 실패했지만, 이후 로테이션 변화 이후엔 침투조 역할을 잘 해내면서 어느 정도 까임 방지권을 얻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동안 커리와 함께 '왜 이리 안커'라고 질타받아왔던 타이슨 챈들러는 이제 커리와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지위에 오른 듯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맵스 수뇌부가 가장 잘 선택한 노비츠키의 가디언이라고 생각하네요. 그리고 그동안 애매한 포지션에서 고생했던 매리언은 노비츠키와 챈들러의 존재 덕분에 3 번 포지션에서 설 수 있는 최적의 팀을 만난 듯 합니다.
댈러스 팀에서 가장 부러운 존재인 마크 큐반 아저씨의 적극적인 지원은 스몰 마켓팀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언제나 얄밉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당신이 맞았네요. 릭 칼라일 감독, 인디애나가 팀 내적으로 많이 망가진 상태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끌었던 모습에 많이 감명을 받았지만, 좋은 팀까지가 한계인 듯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파이널에서 보여준 대처 능력으로 당신은 인정을 받을 듯 하네요.
Maverick - 별난 사람이란 이름대로 그동안 눈에 띄게 별난 구성, 별난 경험을 거쳤던 댈러스 매버릭스 우승 축하합니다. 당신들이 경험과 절박함에서 이겼어요. |
|
첫댓글 저도 키드팬으로절박햇습니다ㅜㅜ 이제맘편히 넷츠를응원해도될꺼같아요 이때까지같이응원한댈러스가 우승햇으니말이죠!! 아무튼매버릭스와 노비정말고맙습니가 그들덕에즐거웟고 키드형님원을풀어줘서요 그리고이번플옵으로 정말노비에게빠져들거같더군요 그렇지만 전넷츠팬입니다
ㅎㅎ
근데 김종민 눈이 모에요?
이 눈빛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집중하면 이것보다 37배 정도 더 눈을 부라리더군요.
KG21 님이 말씀하신 저 모습 비슷합니다. 휘둥그래지는 눈 ㅎㅎ. 이수근 씨가 따라 하는 것이 더 임팩트 있긴 해요.
이제 매버릭스가 다시 우승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노장팀에서 마이애미는 할 수 없는 노련함과 위기대처능력이 알흠다웠습니다...
자 르브론은 내년에 우승하장
ㅠㅠ
매버릭스... 진짜 노비 말도 안되는 캐릭터라는 느낌을 가득 받았습니다...ㅎㄷㄷ
댈러스의 감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파이널이란 무대에 맞게 자신의 수비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하게 가져간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에 비해 마이애미의 감독은 시종일관 똑같은 공격과 똑같은 수비로 이길 수도 있는 경기를 계속 패배...참 대조됩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팀이 보유한 선수를 어쩌면 저리도 활용하지 못하는지 댈러스를 응원하는 저조차 답답하더군요.
브롱팬으로써;; 욕 억수로 먹더라도 우승이라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개인적으로 노비츠키도 많이 좋아하는데 댈러스 메버릭스 우승 축하합니다 특히 노비츠키와 키드한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네요 보낼 수 있다면 ㅋㅋ
좋은 글이네요. 제 마음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퍼갑니다.^^
잘봤습니다~ 그 절박함이 크죠 ^^ 이 경험을 바탕으로 르브론이 한층 더 성숙하길 바랍니다. 암튼 노비와 키드 반지껴서 좋네요 ㅎㅎ
큐반과 노비츠키.. 진심 무지하게 축하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