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바보] 천 생 연 분
- 부제 : 우리는 하나이니까.
드르르륵-
오만방자하게.
도대체 이 황연분의 잠을 깨우는 핸드폰 진동 속의 주인공은 누굽니까?
저는 눈을 비비며, 막 눈을 떴을 때.
환하게 창문 안으로 세어 들어오는 아침햇살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아침입니다. 젠장할-
"꺄!!!! 지각이야, 지각. 엄마!!!!!!!! 나 왜 안깨웠어"
"니년이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죽은 줄 알았지. 살아있었네, 우리딸."
"지금 엄마는 농담이 나와 ? 몰라, 몰라. 빨리 식빵이나 하나 구워줘."
네네.
그렇습니다.
저 황연분은 사실 아침마다 전쟁입니다. 어찌나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게 잠이 되어 버렸는지, 저는 사랑보다 사탕보다
초콜렛 보다 좋은게 잠이 되어 버렸습니다.
허둥지둥, 교복에 분홍색 코트를 챙겨입고 입에 식빵을 하나 물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을 때, 8시30분.
오늘도 오리걸음으로 운동장을 세바퀴는 돌아야겠습니다.
입학한지 일주일만에 학생주임에게 지각하는 학생으로 눈 밖에 난 저는, 오늘도 맘을 굳게 먹고
팅팅 부어있는 다리를 몇번이고 주물렀습니다.
"버스는 왜 이렇게 안와. 벌써 갔나 ? "
휑- 하니 비어있는 정류장.
역시나 벌써 버스는 가고 없는 듯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기 위해서 손에 끼어져있던 벙어리 장갑을 벗으려는 찰라에, 동동동동.
신이 난 발걸음으로 정류장으로 걸어오는 한 남자아이가 눈에 들어섰습니다.
어?
서경고입니다. (황연분이 재학중인 고등학교)
처음보는 얼굴입니다. 같은학년인가, 아니면 선배인가. 갸웃둥 하고 있던 찰라.
"거기, 분홍토끼."
"엥?"
"안들려? 분홍색 코트 입은 너, 말이야."
"응?응."
"서경고 가려면 몇 번 버스 타야되?"
바보입니까?
어떻게 자기가 다니는 학교로 가는 버스도 모른단말입니까.
제가 대답없이 그 남자아이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서있자, 녀석의 미간이 순간 좁혀졌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참 웃긴녀석입니다.
"안들리니?
여기 애들은 말을 한번 하면 못 알아듣나봐. 귀도 클 것 같은데 - "
"뭐라고?"
"봐봐. 또 못알아듣잖아. 쳇"
들었습니까?
방금 저 욕한거 맞죠? 맞죠! 아씨, 뭐 이런 호두까기 인형같은 놈이 다 있습니까 ? (이건 도대체 무슨 욕.흥분.)
가만안두겠습니다.
천하의 황연분을 건들인 너를, 전학생인지. 아니면 선배인지, 같은 학년인지 모르겠지만.
아뵤,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습니다.
"아! 서경고?
여기서 25번타면 갈 수 있어." (원래 서경고는 120번을 타야 함.)
"이제야 대답을 해주네. 아무튼 고마워."
하하하.
이 바보 멍청아. 고맙습니까?
오늘 한번 삥삥 돌아서 종점까지 가서 서경고에 어떻게 오나 두고 보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친절하게 답 해 줬느니까, 택시를 잡아볼까요 ?
"택시"
"아참, 잠깐."
"응?"
"넌 어디 학교 다녀 ?"
"................"
아, 맞습니다.
녀석은 제가 분홍코트를 입고 있어서, 어느 고등학교에 다니는지 모르나봅니다.
그 순간, 택시 한대가 제 앞에 멈춰섰습니다.
저는 유유히 택시 문을 열고, 올라타는 순간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서경고다, 이 호두까기 인형아!!!!!!!!"
그랬습니다.
그랬던 놈 입니다.
제가 아침에 그렇게 골탕을 먹였던 그 녀석이 왜 지금, 점심시간이 끝 난 지금.
저희 담임선생님 옆에서 빙긋 웃으며 저희반으로 들어서는 것 입니까. 오, 하느님. 아버님. 주님이여. 왜 이러십니까 ?
"자자. 원래 오늘 아침에 소개를 해 주려고 했는데,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어.
전학생이라서 아침에 학교를 오는 도중 어떤 미친년을 만나서 버스를 잘못탔다고 하더라고. 자자, 천생아. 자기 소개 할래 ?"
"미안.
원랜 아침에 일찍 너희와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담임선생님말처럼 어떤 분홍토끼를 만나는 바람에.
아무튼 내 이름은 유천생. 건들지만 마. 그리고 유천생, 연분이는 어딨냐.
천생연분은 찾았냐, 하는 농담 따윈 건내지 마라."
"뭐? 그러고 보니까 유천생. 어이쿠, 여기에 니 연분이 있다 ? 황연분!!!!!!!!!!"
"네?"
"이녀석아. 너는 점심먹고 또 졸고 있냐 ? 일어나, 니 천생연분오셨다."
오,마이.갓.
조심스럽게 표정이 일그러지는 그 남자아이, 아니. 유천생이었습니다.
왜 자기가 더 짜증나는 듯, 저를 쳐다보는 걸까요?
이봐요.
지금 짜증나는 건 나라고요, 나. 황연분이 더 짜증난다고요.
"자자. 앞으로 천생연분이는 매일 매일 붙어있어. 연분이 옆에 앉아 있는 주리는, 맨 뒤로 가서 앉도록."
"선생님! 그런게 어디있어요?
왜 이름으로 엮고 그러세요 ? 하하, 이름때문에 왜 제가 저 뭣도 모르는 전학생이랑 천생연분이 되어야 되요? 불공평해요."
"시끄러. 내가 천생연분이라면 그런 줄 알고. 천생아, 빨리 가서 안 앉냐?"
"네-"
가방을 들고 동동동.
저에게 다가오는 천생이를 보고 저는 느꼈습니다.
뭘 느꼈냐고요? 천생연분을 느꼈냐고요? 아니요. 우리가 지나친 악연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안녕. 미친 분홍토끼. 우리 잘 지내보자."
그렇습니다.
이게 유천생과, 저 황연분의 첫 만남. 아니, 악연의 시작이었습니다.
part 1 - 너의 유치한 복수들.
꾸물꾸물.
짧다면 짧은, 길면 길었던 오후수업이 끝이 나고 하교를 하기 위해서 교실을 빠져나가려는 저를
붙잡는 건 유천생이었습니다.
후덜덜.
혹시, 아침에 고생했던 화풀이를 지금, 애들이 없는 이 시점에 하려는 건 아닐까요?
"너도 사랑동 살지?"
"어!어"
"그럼 같이 가자.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거든.
또 다시 물어보면 니가 아침처럼 잘못 알려 줄 것 같아서, 니 옆에 꼭 붙어갈꺼니까. 짜증나도 참아."
참 웃기는 녀석입니다.
애써 참는건지, 아니면 착한건지.
저는 사실 더 이상했습니다. 차라리 화를 내면 되지, 차라리 욕을 하면 되지.
왜 애써 참으면서 웃는건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속으로 내심 다행이다를 외치면서)
"응. 아침엔 미안.
나는 황연분이야. 어찌되었던 우리 짝꿍도 되었겠다. 잘 지내보자."
"응. 나는 유천생.
진짜 천생연분은 아니지만, 정말 친한 천생연분이 되어보자."
그거 알아요?
아주 잠깐 느낀 감정이지만, 녀석이 살며시 웃는 그 순간 내 심장이 두근거렸다는 걸.
하지만 그날의 설레임도 잠시.
녀석의 참 유치한 복수는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하나 하나 말하려면 사연이 길지만, 그래도 저는 여러분들에게 하소연을 해야겠습니다.
녀석이 전학온 어느날이었습니다.
"꺄! 유천생, 유천생. 오빠 멋져요!!!!!!!!!"
"미친어린이."
"연분아. 왜 그래?"
"주리야. 쟤, 쟤. 며칠전부터 유천생 축구하는 모습에 반해서 저 지랄이잖아. 시끄럽게."
왕년에 축구선수를 했습니까?
유천생은 무슨 축구를 그렇게 잘 합니까?
차면 족 족, 콜키퍼를 통과하고 골인하는 저 슛 들은 도대체 뭡니까. (괜히 열내고 있음.)
오늘도 멋지게 골을 넣고 웃으면서 뛰고 있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녀석은 빙긋. 특유의 미소를 짖겠죠.
"연분이 너도 참. 왜 그렇게 천생이를 싫어해?
사실 저렇게 귀엽게 생긴 애랑 같은 학교, 같은 반, 짝꿍. 거기에 같은 동네까지 살면서.
다른 반 애들은 너 부럽다고, 뒤에서 수근 거리고 난리던데."
"임주리. 너 까지 그럴래 ? 나는 저 녀석이랑 분명 악연이야, 악!!!!!!"
"연분아!!!!!!!!!!!"
이상합니다.
왜 하늘에 별이 보일까요 ? 저를 부르는 주리의 목소리가 희미하고, 누군가가 달려와서 저를 막 흔드는 모습이 보였는데.
왜 당황한 듯, 흔들리는 눈빛의 유천생이었을까요.
"왜 안 일어나지 ?
근데 천생아. 너 진짜 연분이가 맞을 줄 모르고 찬거야?"
"나는 연분이가 피할 줄 알았지. 눈도 큰게 왜 축구공이 날라오는 걸 못 봤을까?"
"걔 나랑 얘기하고 있었잖아. 연분이 머리 퉁퉁 부었다, 너 어떻게 할라고"
"너 일부러 그런거야!!!!!!!!!!"
그렇습니다.
유천생은 제가 분명히 주리랑 얘기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저를 향해 축구공을 걷어 찬 것입니다.
축구선수만큼 축구를 잘하는 놈이 찬 공이 당연히 제 머리에 꽂히는 건 당연하겠죠?
화가 난 나머지 제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녀석의 유치한 복수는 그게 끝이 아니었답니다. 또 햇살 좋은 가을의 어느날은 말입니다.
"엄마. 나 내일 일요일이니까 계속 잘꺼야. 깨우지마."
"그래, 이 잠맘보야."
달콤한 주말.
저는 또래의 친구들 같으면 나가서 쇼핑하고 놀고 떠드는 주말을 잠과 함께 보냅니다.
그런데, 한참동안을 열심히 잠과 데이트를 즐리고 있는 순간.
오늘도 전화는 저를 괴롭힙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유천생이었습니다.
-연분아.연분아.
"뭐...뭐야..흠"
-너 지금까지 자고 있어?
"무슨일인데."
-오늘 현장학습있잖아. 너 못들었어? 소풍가는 날이잖아.
"개소리 하지 말고 끊어."
- 야야 ! 끊지마, 바보야. 진짜 안믿네 ?
짜증이 밀려오면서 저는 눈을 비비고 눈을 떴습니다.
역시나 아침햇살이 저를 괴롭히 듯 눈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하암, 크게 하품을 하고 저는 시계를 봤습니다.
겨우 일곱시가 넘었습니다.
- 너 도대체 얼마나 잔거야?
오늘 월요일이잖아. 너 진짜 못 들었어? 자느라 못 들었지? 내가 니 김밥까지 싸놨으니까 빨리 씻고 나와.
현장학습 빠지면 그것도 결석이야.
"진짜야?"
-빨리나와. 나 그냥 갈꺼야.
"알았어. 기다려!"
후다닥.
아침인데 엄마도 없고, 저는 교복으로 갈아입고 세수만하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보이는 유천생. 거짓말이 아니었나봅... 근데 이상합니다. 왜 유천생은 교복이아니죠?
"유...천...생!!!!!!"
"날씨 좋다. 소풍가자. 이런 잘 잠만 퍼지게 자고 있을 연분이가 걱정되서, 내가 직접 김밥을 사왔어."
"너 진짜 장난해?"
"우선 가자. 가자. 이렇게 나왔는데, 들어가기 섭하잖아?응?"
"나 교복이란말이야."
"괜찮아. 괜찮아. 어디로 갈까? 나 남산타워가 엄청 가고 싶었는데."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
진짜 저의 달콤한 잠을 빼앗은 유천생이 미운데, 김밥을 몇줄이나 사온건지. 김밥을 들고서 해맑게
웃어보이는 녀석을 보고 차마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참 이상하죠.
매일 매일, 제 입이 닳도록 밉다고 싫다고 짜증난다고.
욕을 하는 유천생을 하루라도 못 보면 참 그 날 하루는 재미가 없을 것 같은 느낌, 혹시 아시나요?
"헥헥. 힘들어, 같이가 유천생!"
"연분이는 너무 느려. 완전 운동 부족이야."
"유천생. 니가 빠른거야. 넌 축구선수에 이어서 달리기 선수냐?"
"미안미안~ 자자. 이제 같이 가자. 하나 둘 하나 둘, 발 맞추어 앞으로 가자. 히히"
"남산타워는 왜 오자고 난리를 피운거야. 호두까기"
버스를 타고도 한참을(그건아닐텐데) 걸어서 도착한 남산타워.
바글바글 거리는 커플들 틈 속에서 노란색 티셔츠에 청바지차림의 귀여운 유천생과, 꾸질한 서경고 교복의 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극과 극인 저희 두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저는 또 그게 기분이 상해서 애꿎은
천생이만 툭툭 때렸습니다.
"그래,그래. 나 이거 엄~~청 보고 싶었어. 이 자물쇠를 다 갖다가 팔면 얼마나 나올까?"
"생각하는 건 참 기발해.응?"
아시나요?
남산타워에 가면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이 자물쇠를 달아둡니다.
어느 만화에서도 나왔듯이, 절대 헤어지지 말자고. 평생 사랑을 맹세하는 의미로 자물쇠를 채워둔다죠?
하지만 저는 그런 유치한 자물쇠놀이 따위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뭐야?"
"자물쇠. 이건 천생이, 이건 연분이."
"그러니까 그걸 왜 달고 있냐고."
"우리가 정말 이름처럼 천생연분인지 궁굼하지 않아? 그래서 달아놓는거야. 재밌잖아,헤헤."
"유치해. 유천생, 너도 은근히 유치하구나."
"좋으면서~ 다했다. 그럼 가자."
자물쇠를 다 걸고는 홱 돌아서는 천생입니다.
저는 멍하니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 보다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어딜 가자는 겁니까?
"어딜?"
"다 했잖아. 내려가야지."
"너 설마 이거 하려고, 여기 오자고 한거야!!!!!이 망할 호두까기 인형아 "
"연분이는 호두까기 인형을 참 인상깊게 봤나봐."
"아....진짜 밉다,싫다. 유천생."
몰랐습니다.
시간이 흐른뒤, 서로가 원해서 채워둔 건 아지만. 채워둔 그 자물쇠가 나를 얼마나 슬프고, 그립게 할지.
그런데 아마 유천생은 알고 잇었나 봅니다.
내가 그 자물쇠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part 2 - 과연, 너와나는 천생연분일까.
네네.
예상대로 우리는 2년 동안을 단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했습니다.
우습게도 3학년이 된 순간까지도 저희는 같은반에 배정을 받았죠.
이제는 유천생 하면 황연분,
이제는 황연분 하면 유천생, 저희는 당연한 최악의 천생연분으로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나이가 먹어도 변하지 않는 천생이의 장난들은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또 어느날은 말입니다.
"흠냐-"
제가 말했었죠?
저는 세상에서 잠이 제일 달콤하다고.
애들은 모두 쉬는 시간에 달콤한 수다를 건낼 때, 저는 수업시간 부터 참았던 달콤한 잠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제 귀는 참 몹쓸녀석인게, 잠에 빠지면 그 어떤 소리도 듣지를 못합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저를 깨우는 건.
네네. 그렇습니다. 지독히도, 포기하지 않는 유천생의 전화겠죠?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러러럭.
"이씨"
책상 서랍에 넣어 둔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전화를 받으라고 떠듭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눈을 떴습니다. 분명히 애들이 떠들고 있을 쉬는 시간, 왜 아무도 없는 것 일까요?
액정에 찍힌 유천생이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뭐야"
"연분아, 연분아!!"
"뭔데,유천생."
"지금 어디야 ? 체육시간인데 왜 안 나와 ? 체육선생님 길길이 날 뛰고 난리 났어."
"뭐!!!! 진짜 체육시간이야 ? 이 다음시간, 영어시간 아니야?"
"너 도대체 몇 시간을 잔거야 ? 지금 체육시간 맞거든 ? 빨리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뛰어나와.
너 때문에 단체기합 받기 직전이거든! 끊어!"
허둥지둥.
저는 천생이의 전화에 놀라서 사물함에 박혀있던 초록색 체육복을 챙겨입고,
머리를 질끈 묶고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뛰어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휑 한 이 운동장은 뭘까요 ?
아무도 없습니다.
분명히 우리반 애들이 단체기합을 받고 있어야 할 이 운동장이 왜 이렇게 조용합니까?
왜 개미 새끼 한마리도 안 보입니까!!!!!!!!!!!!!!
-띠로링
'진소야. 너 어디야 ? 지금 전체조회있어서 강당인데, 너 지금 자고있어?' - 임주리
네네.
그렇습니다. 유천생은 그렇게 유치하고, 치밀한(속는게 바보인데) 녀석입니다.
저는 그날 멍하니 운동장에서 혼자 하늘을 올려다보고 소리쳤습니다.
뭐라고 소리쳤냐고요?
"유천생!!!!!!!!! 이 호두까기 인형아!!!!!!"
투덜투덜.
어찌되었던 매일 같이 학교를 오고 가는 저와 천생이는, 같이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악몽이 떠오르는 저는 연신 투덜 투덜, 짜증만 낼 뿐 천생이를 쳐다도 보지 않았습니다.
"장난친건데. 그리고 그걸 믿었어? 창 밖이라고 한번 볼 줄 알았지, 나는."
"조용해, 유천생."
"연분아~~왜그래. 다시는 안 그럴게. 응?"
"다신 안 속거든!!!!!!"
"그러던지~"
주리가 물었었죠.
왜 천생이를 그렇게 싫어하냐고요.
이유같지 않은 이유겠지만, 제가 천생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미워하는 이유는 아주 사소합니다.
녀석은 늘 건성건성, 아무런 생각없이 말을 내뱉거든요.
저는 그게 참 싫습니다.
따듯한 듯 차가운 천생이의 말에, 저는 매일 상처를 받 곤 합니다. 하지만 녀석은 아마 모르겠죠.
"유천생. 잘 들어.
니가 하는 장난, 니가 하는 사소한 괴롭힘들 견딜 수 있어. 하지만 내가 못 견디는 건, 니가 정말로. 진심으로
미안해 하지 않는다는거야. 그게 난 참 기분나빠."
"황연분."
"먼저 들어갈게. 조심히 들어가."
녀석이 그렇게 말을 건낼때면 저는 더욱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매일 같이 먼저 돌아서는 건 저였습니다.
늘 저의 뒷모습을 보는 건 천생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당연하다고 믿었습니다.
"어? 정울아?"
"연분아!"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너 사랑동 사랑아파트로 이사왔어?"
"으응. 이야 ~ 우리 이번에 같은반이지 ? 진짜 반갑다. 10년만에 보는 것 같애. 학교 같이 갈래 ?"
서정울이라고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늘 든든한 오빠 같았고, 저를 챙겨주는 정울이를 예전에 남 몰라 좋아했떤 적이 있었죠.
그런 정울이가 저희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생각없이 정울이와 웃으면서 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사탕을 가득 들고 있던 천생이를 만났습니다.
"유천생"
"서정울."
"어! 천생아~ 맞다. 너도 연분이랑 같은 동네 산다고 했지? 나도 며칠전에 여기로 이사왔어.
이제 아침에 학교 같이 가자. 그런데 그 사탕은 뭐냐? 하하"
"어? 그냥. 먹고 싶어서 샀어."
"무슨 사탕을 그렇게 많이 샀냐, 유천생. 정울아. 버스 왔다. 가자."
알고 있었습니다.
가득 천생이가 들고 있었던 사탕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어제 그렇게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말을 건냈던 저에게 사과를 하려고 천생이가 사탕을 사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저는 왜 그랬을까요?
"아침에 연분이랑 같이 학교 갈 수 있어서 참 좋다, 하하."
"응응. 근데 진짜 이사 했으면 말을 하지. 언제 한번 초대해줘. 주리랑 같이 놀러갈게."
"천생이 너도 와라. 연분이랑 친하잖아. 며칠 후에 엄마 한테 말해서 초대할게."
"응, 정울아."
우습게도 곁에 있던 정울이 때문이었을까요?
애써 녀석이 저에게 건내고 싶었을 사탕을, 사과를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후회스럽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 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연분아! 어? 정울이도 오네? 왜 셋이 같이 와?"
"응? 주리야. 글쎄 말이야 정울이가 우리 아파트로 이사를 왔대. 헤헤~ 그래서 이제 아침마다 같이 학교에 오기로 했어"
"아! 나 오늘 용돈 받았는데, 천생아. 정울아. 너희도 매점 가자."
어느새 천생이는 아침에 잔뜩 들고 있던 사탕들을 여자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녀석의 해맑은 미소 하나에 다들 좋다고 히히덕 거리는 바보들.
이 바보들아. 그거 원래 내 꺼 거든? 내가 양보합니다.
그런데 왜 자꾸 화나 날까요 ?
내가 거절했으면서, 내가 무시했으면.
왜 내 손에 들어와있어야 할 사탕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천생이가 미울까요. 천생이가 절 미워해야 하는데.
"뭐? 놀이동산?"
"응응. 내가 일주일전에 우연히 라디오에 사연을 내보냈거든. 근데 그게 뽑혀서, 놀이동산 티켓을 4장이나 보내준거야.
우리같은 반도 됐고, 정울이랑 천생이랑, 연분이. 나! 이렇게 넷이서 가자? 응? 토요일날!"
"콜!"
뭐가 그렇게 신이나는건지, 천생이는 주리에 말이 끝나자 마자 손을 번쩍 듭니다.
그러면 나도 질세라, 저도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정울이와 주리는 그저 저희 두사람의 모습이 우스운 듯, 웃음을 터트립니다.
"그럼 토요일날, 사랑동 아파트앞에서 만나자. 나만 가면 되겠네? 헤헤! "
그렇게 우리 네 사람의 불꽃튀는 전쟁의 날이 정해졌습니다.
왜 불꽃 튀는 전쟁의 날이냐고요?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고 슬픕니다. 이유는요.
"무슨일인데?"
"잠깐만. 빨리."
오늘따라 주리가 급합니다.
학교로 들어서자 마자, 주리는 저를 질질 끌고 옥상으로 향합니다.
잔뜬 인상을 찌푸리면서, 더워지는 여름날씨 덕분에 저는 오늘 아침에도 연신 천생이에게 짜증만 냈습니다.
"놀라지 말고 들어."
"뭔데"
"너 중학교때, 정울이 남 몰래 좋아했었잖아. 그치?"
"야, 이년아. 그 얘길 왜 지금 꺼내. 백만년 전 얘긴데."
"조용하고 들어봐. 그런데 내가 어제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닌데, 정울이가 너 좋아한대."
"뭐?"
순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중학교때, 소심하고 조용하고, 쑥스럼을 많이 타는 저는 정울이에게 단 한번도 마음을 보인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 정울이도 제가 자길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단 한번도 눈치채지 못했겠죠.
그런 정울이가 저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죠. 그런데.
"천생이한테 그렇게 말하더라고. 그러더니 너랑 사귀고 싶으니까, 좀 도와달라고."
"유...천생한테?
천...천생이가 그래서 뭐라고 했어? 응?"
"거기까진 못 들었어. 갑자기 문자가 와서, 진동 소리 들었을까봐 후다닥 화장실로 도망갔어."
왜 순간 가슴이 덜커덩 하고 내려앉았을까요?
유천생이라는 이름 세글자에, 처음으로 제 심장이 주저앉았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정울이만 생각하기도 벅찬 심장이었는데, 이젠 천생이만 생각하기도 벅찹니다. 이상해요, 정말 이상해요.
어떤 표정이었을까요?
어떤 말을 했을까요?
혹시 알았다고 잘 해보라고 어깨를 두드려줬을까요, 아니면 늘 그렇듯이 건성건성 넘어갔을까요?
궁굼해서 미치겠습니다.
"그런데 있잖아 연분아. 너 천생이 정말 안 좋아해 ? 싫어해 ?"
"또또 그 소리한다 임주리. 난 유천생이랑 천생연분이 아니라 악연이라니까,하하."
"그럼 - 나 이제 사실대로 말할게.
나 천생이 좋아하고 있었어. 근데 너희둘이 좋아하고 있는게 아닐까 해서 말 못했거든. 나 천생이랑 사귀고 싶어. 도와줄래?"
이건 또 무슨 날 벼락입니까.
저는 멍하니,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리를 내려다봤습니다. (여자치곤 꽤 큰 키.)
참 이상합니다.
늘 내 곁에 있는, 늘 내곁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유천생의 옆에 나 아닌 누군가가 서있다고 생각하면 참 화가납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그런 것 이겠죠.
"그..그래! 걱정마. 하하.
내가 팍팍 밀어줄테니까, 나만 믿어."
저는 애써 태연한 척 웃으며 주리를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젠 심장이 따끔따끔, 아픈 상처를 파도가 쓸고 지나가는 느낌처럼 쓰라리고 또 쓰라린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그 날은, 내가 기억하는 그 순간은 참 아팠습니다.
part 3 - 갑자기 등장한 불청객들.
서먹서먹.
매일 천생이와 같이 걷던 길을 이젠 주리도, 정울이도 함께합니다.
주리는 오늘 저희집에 놀러온다는 핑계로 연신 천생이의 옆에서 재잘재잘 열심히 떠들고 있고,
정울이는 제 곁에서 묵묵히 길을 걷다가 전화가 오는 바람에 뒤쳐져있습니다.
천생이는 연신 떠드는 주리에 말을 다 들어주고, 나만을 향한 미소가 되길 바라는 미소를 짖습니다.
"연분아"
"엉?"
"우리 그냥 단체로 정울이네 집으로 놀러갈래 ?
너네집 가도 먹을 것도 없다면서. 아까전에 정울이가 오늘 집 빈다고, 엄마도 친구들 데리고 와도 된다고 했다고 하던데"
"정울이가 그랬다고?"
"응! 정울이 전화통화 끝나면 말해보자. 천생이 너도 좋지?"
"맘대로~"
봐봐요.
또 저 말투, 저 표정 보세요.
건성건성, 애써 웃고 있지만 꼭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처럼 될 대로 되세요, 하는 저 말투가 전 참 싫습니다.
"그래.좋아. 우리집으로 가자. 내가 오늘 맛있는 거 해줄게."
"오예! 난 정울이가 이렇게 한번에 오케이 하는게 참 좋더라 ~"
"연분이 너도 갈꺼지?"
"어? 가야지, 내가 안가면 천생이가 심심할껄?"
"난 별 ~ 루"
"야! 이 호두까기 인형아!"
"나 호두까기 인형 하기 싫다니까 ~ 난 이상한 나라에 엘리스 ~"
그래도 좋습니다.
매일 같이 저의 장난을 받아주는 유천생, 저는 이 녀석이 없다면 참 심심할 것 같거든요.
이젠 제 일상이 되어버린 녀석이라는 한 사람. 그런데 그게 참 슬프고 무섭게 변할 줄 몰랐습니다.
"우와! 정울이 니가 만든거야?"
"응응! 맛있겠지? 서정울표, 특급 사랑의 오므라이스."
"하하! 뭐야 ~ 유치하게. 천생아, 주리야. 빨리와 ! 정울이가 만들었대"
".........."
"어? 왜 대답이 없지? 애들 뭐해?"
"아까 티비 본다고 하던데"
정울이 방에서 티비를 보고 있다던 애들이 조용합니다.
제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 간 순간,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배게를 배고 잠이 든 천생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주리의 뒷모습에 순간 가슴이 뜨겁게 타오릅니다.
웬지모를 뜨거운 감정에 제가 빠르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심장이 이상해. 고장났나봐. 조절이 안되."
대답할 수 없는, 답이 없는 감정에 순간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정울이에게 애들이 잔다면서, 우리 둘만 먹자는 말만 전하고 말 없이 밥만 먹었습니다.
늘 먼저 말을 걸던 정울이도 그 순간은 조용했습니다.
억지로 오므라이스를 입안 가득 넣고 있을 때 주리가 나왔습니다. 붉게 물든 주리의 두 뺨, 참 행복해보입니다.
"주리야, 너도 먹어. 너 잔다고 하길래 안 깨웠는데"
"어? 어! 이게 서정울표 사랑의 오므라이스야? 기대되는데?"
주리는 아무일 없다는 듯 정울이가 건내는 오므라이스를 받아들었습니다.
저는 다 비워 낸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방을 챙겨들었습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앉아있을 수가 없어요.
"연분아. 어디가?"
"어? 나 집에 할일이 있는 걸 깜빡했어. 천생이 일어나면, 나 먼저 갔다고 전해줘."
"더 있다가 가지, 밥이 맛 없었어?"
"에이~ 정울아. 왜그래. 연분이가 급한 일이 있다잖아. 어서 가봐. 내일 보자. 놀이공원, 잊지마!"
대답할 시간도 없이 막 돌아서서 현관문을 닫으려는 순간이었을껄요?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벌컥 하고 열었습니다.
누구였을까요 ? 천생이었습니다. 급하게 가방을 챙겨들고 나왔는지, 한쪽에만 걸친 가방과 자다 일어나서 헝크러진 머리.
하지만 그 모습마져도 참 그순간은 예쁘게 보였습니다.
"같이가, 연분아."
"난 너 자고 있길래. 너도 집에 가봐야 되?"
"너도 가는데, 나도 가야지. 왜냐하면 우린 천생연분이니까."
"에이~ 뭐야. 천생이랑 연분이 둘 다 가잖아. 나도 가야겠다. 정울아 오늘 재밌었어."
"어? 그래. 다음엔 정식으로 초대할게. 내일 보자."
눈치없는 것 일까요.
아니면 그게 아닌 것 일까요.
왜 오랜 친구였던 주리가 그 순간 참 미웠을까요 ? 저와 천생이의 시간을 빼앗는 기분에 제 인상이 찌푸려졌습니다.
하지만 천생이는 계속 싱글벙글 웃고 있을 뿐,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진짜? 고마워, 천생아. 연분아. 넌 집에 급한일 있다면서. 먼저 가봐."
"어? 어 - 그럼 잘 가."
"황연분. 날 두고 먼저 가? 내가 어머님한테 말씀드릴테니까 주리 같이 데려다주자."
녀석이 저를 붙잡습니다.
차마 돌아 설 수가 없었습니다. 늘 내 곁에 있어야 할 천생이기에, 천생이 곁에 잇는 주리가 밉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어느순간 전 천생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질투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으르렁 거려도 우리가 친하긴 많이 친한가봅니다.
정이 많이 들었나봅니다.
이젠 서로가 없는 하루는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놀이동산, 진짜 갈꺼야?"
"응. 가야지. 슝슝 ~ 바이킹 타고 싶다. 분홍토끼 머리띠도 하고 싶고, 분홍 솜사탕도. 구슬 아이스크림도."
"넌 놀이동산을 먹으러가냐?"
"헤헤! 아무튼! 그런데 진짜 어머님이 일찍 오라고 했어?"
"아니. 그냥 답답해서."
"왜? 정울이가 재미없게 해?"
"여기서 정울이 얘기가 왜 나와?"
아쉬운 듯,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주리를 보고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결국 건내는 우리의 대화는 또 말싸움입니다.
왜 정울이 얘기를 건내는 천생이가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저는 잔뜩 찌푸려진 인상으로 먼저 앞서 걸어갔습니다.
"연분아. 우리 남산타워에 있는 천생,연분이는 잘 지낼까?"
"만약 우리가 천생연분이 아니라면 그 자물쇠 들은 어떻게 되는거야?"
"기억속에서 천천히 잊혀지겠지."
"그럼 만약 우리가 천생,연분 자물쇠 앞에서 만나면 어떻게 되는거야?"
"그럼 우리는 진짜 천생연분이 되는거지."
"왜?"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남산타워 이야기에 진지해진 우리 두 사람입니다.
참 우습죠.
어쩌면 내가 이녀석과 천생연분이 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처음 녀석을 만났을 때만 해도, 웃기지 말라고 그렇게 흥분하 듯, 소리쳤었는데 말입니다.
왜 그러냐는 저의 질문에 녀석이 멈춰섭니다.
그리고 저를 바라보고 빙긋, 특유의 예쁜 미소를 짖습니다. 그리고 입을 엽니다.
"천생이와 연분이가 기억속에서 살아있으니까.
그건 바로 서로가 서로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는 이유니까."
여러분들에게만 하는 얘기지만요, 이런말 하기 조금 이상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만약에 천생이가 없다면 펑펑 울 것 같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말입니다, 유천생이 제 기억속에서 사라질 일은 절대 없다는 얘기겠죠.
제가 하는 말, 무슨 뜻 인지 벌써 이해하신 분 있으세요?
네. 그렇습니다.
" 으아아악!!!!!!!"
"괴물이다."
"유천생!!!!!!!!!!!"
"너 또 늦잠자고 있을 것 같아서, 아줌마한테 문 열어달라고 했어. 근데 진짜 그런 꼬라지로 자고 있을 줄이야.
내 눈이 내 눈이 아니야. 연분아. 빨리 씻어라."
집에오자 마자 잠이 들었지만, 지금 점심이 다 될 때 까지 전 잠이라는 달콤함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절 반기는 건,
어여쁘게 차려입은 유천생이었고, 천생이를 반기는 것은, 잠에 빠져있던 눈이 퉁퉁 부은 분홍토끼였겠죠.
"나가. 나가!!!!!!!! 엄마, 이 자식 왜 문 열어줬어!!!!!!!!"
"니 천생연분이잖니. 하하! 정말 천생이 부모님이랑 한번 만나봐야겠다니까."
"엄마!!!!!!!!!!"
잔뜩 화가 난 저와, 신이 난 천생이. 그리고 어느새 저희를 기다리고 있는 정울이와 주리였습니다.
주리가 싸온 도시락을 천생이가 건내받았고,
면허가 있는 정울이가 렌트해 온 차에 올라탔습니다.
시작부터 요란스러웠던 놀이동산, 아니.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말 정말?"
"응응. 얼마나 끔찍하던지. 어떻게 그렇게 잘 수 있는지, 나는 정말 기겁했어."
"유천생! 그만해!"
"천생이는 연분이네 집에 놀러가고 그러는구나."
"그건 아냐, 정울아. 연분이네 집은 놀러가지만, 연분이 방엔 안 놀러가. 헤헤"
주리에게 아침에 모든 일을 주절주절 떠느는 천생이와, 그리고 신기한 듯 천생이에게 질문을 건내는 정울이까지.
저의 기분과 표정은 점점 굳어져가지만,
녀석들은 알고 있는건지, 아니면 모르는건지. 연신 저의 성질을 박박 긁습니다.
어느새 도착한 에버랜드.
저는 인상을 구기며 내리고, 세명의 어린이들은 신이 난 듯 소리를 지릅니다.
"싫어. 안타."
"타자~ 타자"
"싫다니까."
"쳇"
"천생아. 그럼 나랑 탈래?"
"임주리. 너 무서운 거, 못 타잖아."
"그럼 어떻해. 천생이 혼자 타라고 할 순 없잖아. 정울이랑 앉아서 기다려. 천생아, 가자."
기분이 좋지 않은 저는 천생이에게 기분나쁘다는 듯, 모든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주리와 함께 바이킹을 타러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천생이를 보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따끔 하죠?
정울이는 어느새 분홍색 솜사탕을 두개를 사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그저 우스운 저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죠.
"뭘 좋아할 줄 몰라서. 솜사탕, 싫어해?"
"아냐. 고마워. 천생이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남겨놔야겠다."
"뭘 남겨놔. 먹고 싶으면 사먹겠지 ~"
"매일 챙기는게 버릇이 되서. 하하! 3년동안을 붙어다니니까, 옆에 없으면 불안하고. 옆에 없으면 걱정되고 그래.
꼭 어린 동생 데리고 다니는 누나의 기분이랄까?"
"질투나는데?"
'어?"
"아냐."
잊고 있었습니다.
저를 향한 정울이의 마음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넘칠만큼 넘치는 녀석의 사랑을 이젠 무시할 수가 없겠죠.
어느 순간에는 녀석에게 답을 해줘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겠죠. 하지만 저는 그게 두렵습니다. 싫습니다.
이상합니다.
예전에는 그토록 갖고 싶었던 정울이의 마음을, 이젠 넘치고 넘쳐서 부담스럽습니다.
저 참 우습죠?
"완전 재밌는데, 주리가 울어서 힘들었어."
"미안.미안. 근데 천생아, 나 너무 무서워."
어느새 눈이 퉁퉁 부은 주리와 천생이가 저희 앞에 서있습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와락, 하고 주리가 천생이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냅니다.
당황하는 천생이와, 굳어버린 저의 표정에 같이 굳어버리는 정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을 모르는 것 일까요?
주리는 천생이의 품에서 연신 눈물을 흘릴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봐봐. 연분이 니가 바이킹 탔어야 되. 주리 울잖아, 하하. 주리야,그만 울어~ 내가 미안해."
"힝..미안해. 너무 무서워서 속이 울렁거려. 천생아. 나랑 같이 휴게실 가자. 속이 안 좋아."
"어? 더 타고 싶은 거 있는데. 알았어. 정울아, 연분아. 나 주리랑 휴게실에 잠깐 있을게. 둘이 같이 놀고 있어."
"응. 알았어. 주리야, 속 괜찮아지면 연락해."
멀어집니다.
제 곁에서, 제 옆에서 천생이가 자꾸만 멀어지려고 합니다.
돌아서서 주리와 같이 멀어져가는 천생이를 보는데,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멀어지면 안되는데.
니가 멀어지면 내가 겁이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깐요, 천생이가 어린 동생이 아니라, 제가 어린 동생이었나봅니다.
전 천생이가 없으면 어린아이가 됐었나봐요.
천생연분 part 4 - 멀어지잖아.
"황연분."
"여기 놀러오자고 한 건 너였고, 넷이서 같이 놀자고 한 것도 너였어.
그래서 여기 온거고. 그런데 니가 그렇게 무섭다고, 자꾸 빼고 빼면 여기 온 의미가 없잖아.
다 같이 놀자고 온 놀이동산에서, 니가 그렇게 개인 행동하면 여기 와서 우리가 도대체 뭘 한건데 ?"
"연분아, 주리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정울아. 가만히 있어봐. 지금 도대체 몇번째야?
우리 네명이 다 같이 놀이기구 탄 게 있니? 놀이동산이 무섭고 싫었으면 처음부터 오자고 하지 말지 그랬어?
이게 뭐야. 놀러와서 기분만 상하고, 아무것도 한 것도 없고. 결국 나는 이렇게 큰 소리 나오고."
"그만해, 황연분. 주리고 놀고 싶은데 어쩔 수 없는거잖아.
왜 괜히 아픈애한테 화를 내고 그러는거야?"
"뭐라고, 유천생."
그렇습니다.
저는 결국 화가 나고 말았습니다. 아침부터 쌓여버린 짜증과, 주리 곁에 있는 천생이.
그리고 계속 사라지는 두 사람 덕분에
에버랜드 정 가운데 분수대 앞에서 저는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편을 들어줄 것 같았던 천생이가 주리를 감싸고 돕니다.
어이없음에 저는 피식 웃음이 터지고, 주리는 아무말도 못하고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건냅니다.
참을 수 없는 화에 저는 그대로 돌아서고 맙니다.
"황연분. 빨리 안 와?"
"연분아. 너 여기서 어떻게 가려고 그래?"
"연분아. 미안해. 응? 그러니까 화 풀어?"
돌아서서 멀어지는 저를 잡으려는 세 사람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하지만 저는 에버랜드를 빠져나와 얼마 있지도 않은 돈을 탈탈 털어서 택시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왜 제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을까요?
슬픈 것도 없었는데, 아픈 말도 들은게 없는데 저는 어린아이처럼 결국 택시에서 눈물을 펑펑펑 쏟아냈습니다.
"체육대회라고?"
"응응."
"겨울이 다 오는데 무슨 체육대회래?"
"강당 새로 지었잖아. 엄청 넓으니까. 원랜 이번 년도에 안하려고 했는데, 3학년 애들이 뭐 마지막인데 체육대회 하자고
난리쳤대. 미친것들. 귀찮게."
변함은 없었습니다.
정울이와 천생이랑 매일 아침 학교로 향하고, 같이 돌아오고.
버스에서 시시콜콜한 농담들을 내뱉고, 장난을 치고. 하지만 웬지모르게 서먹서먹한 저와 천생이 사이에서 매일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울이 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럼 천생이는 축구해야겠다."
"응. 내가 또 세레머니를 준비해야 하는 건가?"
"웃겨,웃겨. 아무튼 난 또 애들이 달리기 나가라고 하겠다."
"연분이는 신기한게, 잠은 되게 많은데 달리기는 엄 ~ 청 잘해. 최고야. 니가 에이스야. 에이스."
어느새 봇물 터지 듯 흘러나오는 자기 자랑과, 서로를 띄어주고 있는 저희 두사람은 어쩔 수 없이 하나입니다.
헤어질 수 없는,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무언가.
"이겨라, 이겨라. 3학년 4반 이겨라!"
"꺄꺄갸!!!!!!!! 유천생 오빠. 화이팅!"
체육대회, 귀에 울리는 응원소리와 그 속에 자리잡은 천생이의 이름에 저는 또 투덜거립니다.
주리는 제 곁에서 천생이를 응원하고 있고,
그 응원에 힘 입었는지 천생이는 오늘도 골을 몇개를 넣은건지, 세레머니만 하고 있습니다.
"역시 3학년 4반이 이겼네."
"그러니까. 유천생이 너무 잘 하니까."
어느새 축구가 끝이나고, 승리를 한 저희반과 주장 유천생은 하하하, 웃고 난리가 났습니다.
식사시간이 끝이나고, 바로 이어지는 달리기.
역시 맨 마지막 선수로 뽑힌 저는 에이스, 천생이는 신발을 벗고 뛰어야한다고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고 있고,
저는 녀석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신발을 집어 던졌습니다.
"3학년 4반, 꼭 이긴다. 왜냐하면 황연분이가 있으니까, 헤헤"
"그래. 그래. 우리 이번에 이기면 담임이 피자쏜대 꼭 이겨야되, 연분아!!!!!"
"피자에 설마 날 팔아먹었냐, 유천생!!!"
"에이~ 달리기는 정울이가 너 이름섰다. 내가 안넣었어."
호루라기 소리에 첫번째 주자가 뛰기를 시작하고,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이 퍼집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하고, 벅차오르는 감정과 이기고 싶은 승부욕이 차오릅니다.
옆에서 화이팅을 외치는 유천생의 목소리를 끝으로, 바톤이 저에게 넘겨지고 저는 미친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결승점이 눈 앞에 보이고,
뒤에 따라오는 2반의 여자아이가 가까워질 무렵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저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듯 넘어졌습니다.
이겼다는 안도감과, 무릎이 찢어지고 흐르는 피에 쓰라림이 찾아와 인상이 찌푸려졌습니다.
"연분아!!! 넘어졌냐!"
"응. 아프다. 그래도 이겼다."
"바보야, 이긴게 중요하냐 ? 칠칠맞게. 기다려. 내가 약 사올 ! "
"연분아. 넘어졌다면서. 양호선생님한테 약 받아왔어. 우선 소독부터 하자."
"고마워, 정울아."
어떻게 알았는지, 구급상자를 들고 달려 온 정울이와, 멀뚱멀뚱 옆에서 가만히 서있는 천생이가 눈에 보입니다.
순간 눈동자가 흔들리는 천생이, 제가 잘못 본 것이겠죠?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저를 보면서 정울이가 괜히 달리기 시켰다면서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천생이는 옆에서 아무말 없이 대일밴드를 붙힌 저의 무릎만 내려다봅니다.
"그래도 담임이 피자는 사주겠네."
볼멘소리를 건내고 사라지는 천생이었습니다.
반장인 정울이는 뒷 정리를 해야한다고 저와 천생이 보고 먼저 가라는 말을 건냈습니다.
오랜만에 천생이와 둘이 하교를 하는 길이 웬지 낯설게 느껴집니다. 당연했던 저희의 일상이었는데.
"무릎,많이 아파?"
"아냐. 괜찮다. 빨리 가자. 오랜만에 미친듯이 뛰었더니, 피곤하다."
"응. 근데 연분아."
"어?"
버스에 내려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녀석이 멈춰섭니다.
할말이있는 표정으로 저를 보는 녀석, 웬지 듣기 무서운 말이 터져나올 것 같은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습니다.
"나 이사간다."
"응? 뭐.. 뭐라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할머니 혼자 시골에서 못 산다고 했대. 그런데 아파트는 싫다고, 단독주택으로 이사가자고 해서
아마 12월 달에 이사할 것 같아."
"어느동네로? 여기서 단독주택 있는대면, 소망동 밖에 없잖아?"
"응. 아마도"
"거긴 버스타고 40분이나 가야되잖아."
"그래도 졸업얼마 안 남았고, 어쩔 수 없지 뭐."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녀석의 소식에 저의 표정은 굳어버렸습니다.
영원히 녀석이 떠나는 것 같은 생각에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사를 간다면 이제 녀석이 저를 깨우러 아침에 제 방으로 들어오는 일도, 녀석의 집에 놀러가서 끓여먹는 라면도.
같이 학교에 가고, 돌아오는 일도.
술 먹고 무서운 날 녀석에게 전화를 해서 마중나라고 할 일도 없는거겠죠. 아니 할 수 없는 거겠죠.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건가요?
"헬로우,유천생."
-뭐냐, 황연분.
"헤헤~ 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우~"
-요즘엔 술 안먹나 했더니, 또 술 마셨냐?
네네.
뭐가 그렇게 속상한지, 저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거하게 술을 한잔 하고 오랜만에 천생이에게 전화를 건냈습니다.
늘 그렇듯이 녀석은 가만히 서있으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렸고,
정말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저를 찾습니다.
저는 그런 천생이가 반가운 듯, 꺄르륵 웃음을 터트리고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저에게 다가옵니다.
"집에 가자."
"나 술이 덜 깼나봐. 공원에 잠깐만 앉아있자. 후덜덜.. 나 춥다, 춥어."
"븅신. 다리에 자신있냐? 겨울인데 이제, 왜 짧은 치마를 입고 돌아다녀. 자, 이거 덮어."
챙겨입고 나온 바람막이를 저에게 틱 하고 던져줍니다.
저는 또 좋다고 그 옷을 받아들고, 녀석의 향기가, 녀석의 미소가 베어있는 옷을 끌어안고 말았습니다.
왜 그런데 눈물이 왈칵, 차올랐을까요?
"황연분."
"흐흑"
"왜 울어?"
"하- 몰라, 모르겠어."
"바보야? 너 오늘 진짜 이상하다. 응?"
"넌 섭섭하지도 않냐? 3년동안 죽으나 사나, 붙어있었는데.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안 슬퍼?"
"내가 이사가는 것 때문에 그러냐? 내가 이사가면 우리 뭐 평생 못 보냐?"
"내말은...그러니까.... 자주 못 보잖아! 매일 못 보잖아!"
그 후론, 기억이 나질않습니다.
그런데 희미한 기억속에서 참 따듯한 품속과, 따듯한 향기와, 따듯한 목소리가 살며시 맴돕니다.
달콤한 노랫소리같기도 했고, 달콤한 사랑의 속삼임 같기도 했던.
꿈이었겠죠?
"나도 미칠 것 같아."
천생연분 part 5 - 언제나 넌 내 곁이라는 걸.
"그럼 이제 연분이랑 정울이랑 같이 학교 오겠다."
"응"
"헤헤. 천생이는 아침에 혼자 오겠네?"
"혼자왔어, 오늘."
"아참참! 어제 이사 갔다고 했지. 내가 맨날 이렇다니까"
천생이는 그날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정말로 이사를 갔습니다.
12월의 추운 겨울 날, 늘 제곁에 있었던 녀석 대신 든든한, 그리고 내 사랑이었던 정울이가 곁에 있지만
저는 천생이의 빈자리에 추운 겨울이 더욱더 춥게 느껴집니다.
"분홍토끼네."
"어?"
"분홍 코트 입었다고, 황연분."
"그게 뭐?"
"이상한 나라에 엘리스에 나오는 분홍토끼 알아?"
"쌩뚱맞은 소리 하지 말고 자!"
변함없이 티격 태격, 말다툼을 건내는 저와 천생이를 조금은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울이가 보입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하교를 해야 하는데, 우산을 챙겨오지 않은 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분홍색 우산을 펼쳐드는 누군가가 눈에 들어섭니다. 녀석입니다.
"봐봐. 유천생은 우산이 있을 줄 알았어. 빨리 집에 가자, 가자~"
"바보. 나 이사 갔거든?"
"아차차! 야야 ~ 나 집에 데려다 주라 ? 응?"
"귀찮게시리~ 그럼 라면 끓여주기?"
"알았어. 알았어! 가자, 가자!"
"연분아!"
막 천생이의 우산 속 한켠으로 제가 한 걸음 다가가려는 순간 정울이가 저를 부릅니다.
하늘빛깔의 우산을 들고, 저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녀석입니다.
천생이가 멈춰서고, 저도 멈춰섭니다.
뚜벅뚜벅, 저와 천생이를 향해 걸어오는 정울이와 뒤따라 오는 주리가 보입니다.
"천생이가 연분이 집에 데려다 주려고? 내가 우산있으니까, 주리 좀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줘. 주리 우산이 없다고 하네?"
"응? 그래. 귀찮았는데 잘 됐다. 정울이가 우산 있었잖아, 황연분."
"그..그렇네. 알았어. 정울이랑 같이 가야겠다."
"응. 집에 잘 들어가. 라면은 못 얻어먹겠다. 주리야, 가자."
어느새 주리와 함께 멀어지는 천생이, 그리고 천생이의 우산 한 켠을 차지한 주리까지.
제 마음이 무너져내립니다.
그리고 괜시리 정울이가 미워집니다. 인상을 찌푸리고 걷고 있을 때, 정울이가 멈춰섭니다.
아파트 앞, 기분이 좋지 않은 저는 정울이를 올려다봅니다.
"왜?"
"이런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천생이가 주리 좋아하는 거 알아?"
"뭐라고?"
"주리한테 들었지? 내가 너 좋아하는거? 내가 천생이한테 너 좋아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 그러더라고, 천생이는 주리 좋아한다고.
그래서 우리 서로가 서로를 밀어주자고 했었어. 내 말, 이해해?"
"그럴리가...없어..."
"진실이야. 기다릴게. 나에게 와달라고, 재촉하지 않을테니까. 난 늘 이자리에서 기다릴테니까, 꼭 와줄래?"
말도 안됩니다.
천생이가 주리를 좋아할리가 없습니다.
천생이는요 주리처럼 키가 작고, 애교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건 제가 아주 잘 알아요. 매일마다 TV를 볼때, 귀여운 여자들이 엥엥 거리면 짜증난다고 인상부터 찡그리는 앤데,
주리를 좋아할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정울이의 눈빛은 진심이었습니다.
"연분아."
"어?응"
"무슨 생각을 했길래 대답이 없어? 너네집 가도 되냐니까? 나 배고파 ~ 라면, 라면"
"안돼"
"왜?"
"내맘이지. 아! 집에가야겠다. 정울아~ 정울아! 집에가자"
그후로 전 천생이를 조심스럽게 피했습니다.
녀석이 하는 부탁도 전부 거절했고요, 녀석이 제 곁에서 조금만 조잘거려도 저는 우습게도
정울이를 이용하 듯, 정울이를 곁에 두고, 녀석과 같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시간엔 전화를 하는 척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러니까 천천히 녀석도 저에게서 멀어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왜그랬냐고요?
이상하죠? 녀석이 주리를 좋아한다는 그 말 하나에 저는 큰 배신감이 치밀었습니다.
당연히 녀석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찾아올 수 있는데 ,늘 유천생은 황연분 곁에 있어야 한다는 그 지독한
집착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자자! 이제 겨울방학이 끝이나면, 졸업이지?
다들 이 조그만한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졸업하기 전에 개학하는 날 까지 건강하자."
어느덧 추운겨울 날,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녀석은 제 곁이 아닌 다른사람의 곁에서 웃고 있었고요,
녀석대신 이제 제 곁엔 정울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녀석을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정울이는 저에게 남자가 아닌 친구였습니다.
어느 순간 녀석은 친구였습니다.
"기차여행?"
"응. 졸업하고 그날 바로 기차여행가자. 예전부터 계속 생각했던 건데, 여자친구랑 졸업하고 졸업여행을 가는게 꿈이었어."
"여...자친구?"
"응. 그때까지 대답해줄래?
니가 여자친구가 되어준다고 하면, 졸업식날 같이 기차여행을 가고 싶어. 연분아, 기다릴테니까 그때 대답해줘."
"하...하지만 정울아 난 널"
"지금 대답하지마. 지금은 듣고 싶지 않아. 아직 시간 많잖아, 응?"
"으..으응"
정울이에게 제 마음을 대답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와버렸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죠.
지금 알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아주 먼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부정했던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제 마음속엔 어느 누군가가 아주 튼튼한 집을 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발 나가라고, 제발 그 집을 버리고 가라고. 애원해도 소리쳐도 절대 나가지 않고 제 마음속에 이미 자리잡은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
"서정울!!"
"소리지르지마, 임주리."
"니가 정말 제 정신이야? 우리가 처음에 했던 약속 잊었어?"
참 이상합니다.
엄마의 심부름 때문에 저녁늦은 시간, 슈퍼에 다녀온 저는 골목길에서 멈춰섰습니다.
놀이터에 두 남여가 있습니다.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그 두 사람은 주리와 정울이었습니다.
"요즘에 유천생 어떤 줄 알아? 제 정신 아니야. 니 그 거짓말 하나에 애가 술에 쩔어서, 담배에 쩔어서 정신을 못차려!!!"
"그럼 어떻게!!! 나도 갖고 싶은데, 나도 좋아 미치겠는데!!!"
"너 때문에 힘들어 하는 두 사람이 있어. 니 행복때문에 두명이 울고 있다고. 그래도 계속 이렇게 할래?"
"난 이기적여. 나 밖에 몰라. 그래서 유천생이 우는 것도, 연분이가 힘든 것도 눈에 안보여. 난 그런 새끼야."
"너희 두 사람, 지금 무슨 소릴하는거야?"
와르르.
심장이, 다리가, 눈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어느새 주저앉아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저를 발견한 주리와 정울이의 표정은 굳어버렸습니다.
저를 일으켜 세우려는 정울이를 뿌리쳤습니다.
주리는 어느새 저와 같이 눈물을 짖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에요.
"이유가 뭔데! 왜 그런건데!!!!!!!! 니들이 뭔데 사람을 가지고 놀아!!!!!"
"연분아. 흥분하지마. 응? 우선 내 말 부터 들어 봐. 울지마, 울지마. 흐흑. 미안해."
"임주리. 그래. 말해봐. 입이 있으면 말해봐."
"너희, 우리가 보기엔 분명 사랑하고 있었어. 사랑하는데, 서로가 애써 그걸 부정하잖아. 이름부터 천생연분인 두사람이
서로가 서로의 천생연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 그게 이유였어."
"하.... "
"그래서 나는 너에게 천생이를, 정울이는 천생이에게 너를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시작했어."
정울이가 다가왔습니다.
주리는 말을 멈추고, 정울이의 슬픈 표정에 돌아섰습니다.
저는 고개를 숙이고 애써 정울이의 시선을 무시했습니다. 주리는 자리를 피해주었고, 정울이가 천천히 제 곁에 앉았습니다.
"미안하다."
"............."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서정울."
"주리는 너랑 유천생, 이어주자고 날 설득했거든. 그런덴 난 아니었어.
천생연분, 웃기지말라고 해. 너를 내 곁에 두려고 시작한 게임이었는데. 근데 이를 어쩌냐.. 너희 진짜 천생연분인가 보다.
내가 졌다."
"그만해. 그 어떤말을 들어도 널 용서 못해."
제가 자리를 결국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제 곁에 있을 유천생을 빼앗아버린 정울이가 너무 미워서,
제 곁에 있을 유천생을 바보처럼 못 믿어버린 제가 너무 미워서 저는 눈물이 쉽게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선 제 뒷모습을 보고 혼잣말을 하는 정울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습니다.
"그리고 그거 아냐?
나도 너 좋아했다. 그런데 바보처럼 니가 맨날.... 뒤에서만 날 바라보더라. 내가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게
꽁꽁 숨어서 뒤에서 날 바라보고 있더라.
남자라는게 뭔지, 그깟 자존심에. 너를 그때 잡았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늦었지? 그래서 화 났니?"
미안합니다.
맞아요.
당신 말 처럼, 당신이 그때 저에게 용기내어 한걸음만 다가와줬다면, 전 아마 지금까지도
당신의 곁에서 하하 호호, 한 여자로써 웃고 있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습게도 우린 천생연분이 아니었나봅니다.
제 천생연분은 유천생, 그녀석이거든요.
천생연분 part -마지막 이야기
-다 거짓말이야.
정울이가 너에게 한 말, 천생이가 날 좋아한다는 말도.
그리고 지금 천생이가 알고 니가 정울이를 좋아한다는 말도. 모두 정울이가 꾸민 거짓말이야.
"주리야.어떻하지?"
-뭘 어떻해? 유천생이 좋으면 가서 잡아야지. 바보처럼 울고만 있을꺼야?
"나 자신없어. 천생이를 다시 가서 잡을 자격도 없어."
-황연분.
"미안해 주리야. 널 미워한 거. 너에게 화낸 거. 전부 질투나서 그랬어. 이해해줄래?"
"다 필요없고 가서 유천생 잡아. 걔 너 없으면 안되. 너희는 서로가 서로의 반쪽이야. 유천생 없은 황연분, 황연분 없는 유천생.
아무것도 아니야. 반쪽짜리야. 알아듣겠어?"
네네. 맞습니다.
유천생 없는 황연분은, 황연분 없는 유천생은 반쪽짜리 일 뿐입니다.
천생연분이여야죠, 어떻게 천생만. 연분만. 됩니까? 하하.
그런데 우습게도 전 한번도 녀석에게 먼저 전화를 건내지 못했습니다. 버튼을 누르다가도 결국엔 멈추고 맙니다.
"어이쿠. 황연분이, 니가 웬일이냐? 지금 이 시간에 일어나고?"
"엄마. 시비 걸지마!"
"열두시야, 이녀나. 아직 멀었어. 방학이면 저녁 4시까지 자는 년이 ~ 미쳤니?"
"엄마!!!!!!!"
이상하죠?
저도 이상합니다.
그런데 제가 눈을 뜬 이유는 자꾸 꿈에서 엉엉 울고 있는 유천생, 그녀석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학교가는 날도 아닌데 교복을 꺼내입고,
차비만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왜냐고요. 녀석이 너무 보고싶어서요.
그런데 전 차마 녀석에게 향하지 못하고, 남산타워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제 가슴 속에 살아있는 유천생 자물쇠를 보기 위해서.
녀석을 볼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조그만한 자물쇠를 보겠다고.
"헥헥. 역시 힘들어. 그런데 춥다."
천생이의 바람막이가 참 그립습니다.
녀석의 그 향기도, 목소리도, 스킨 냄새도. 전부 그립습니다.
혼자서 올라가는 길은 참 재미없고 쓸쓸합니다.
추운대도 연인들은 가득한 남산타워에 나홀로 교복차림으로 저는 저와 유천생이 웃고 있는 자물쇠를 찾고 있습니다.
"어딨지? 어딨지?"
분명히 여기 어딘가에 있을텐데.
열심히 찾고 있을 때, 한 커플이 멈춰 서 있는 곳으로 제 시선이 향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까르륵 웃으며 여자가 남자를 부릅니다.
"오빠. 이거봐요."
"뭔데?"
"유천생, 황연분. 우린 천생연분. 이렇게 써있다. 진짜 커플 이름이 천생, 연분인가봐. 신기하죠?"
"진짜? 에이~ 설마. 그럴리가! 장난이겠지. "
"아닌데~ 진짜 같은데."
찾았습니다.
전 그 커플들을 핏 노려봤습니다.
그 커플은 이상한 듯, 저를 쳐다보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비킵니다.
바보,유천생.
언제 또 왔을까요?
그리고 이 자물쇠는 뭡니까.
우린 '천생연분 ?' . 이런 어이없는 자물쇠는 왜 또 달아 놓은 것 입니다.
천생연분이면 천생연분이지, 물음표는 뭐야.
"안녕. 유천생. 넌 왜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가 않니?"
"어쩜, 어떻하지? 나도 그런데."
"......너..."
참 우습습니다.
따듯한 목소리와, 향기로운 스킨냄새.
익숙한 향기에 고개를 돌렸을 땐, 어느새 제 옆에 서있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네, 유천생. 그녀석입니다.
어느새 눈물이 고여버린 제 얼굴에 손을 가져오는 녀석입니다.
"잘 지냈냐?"
"병신아. 내 얼굴을 봐. 잘 지낸 것 같냐!"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 너 손가락 부러졌냐? 왜 연락이 한번도 없었냐?"
"몰라. 그러는 넌 손가락 부러졌었냐? 니가 먼저 하면 되잖아!!!!!!"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녀석을 보고, 저도 그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래도 흐르는 눈물을 녀석이 열심히 손으로 닦아냅니다. 저희 두 사람을 바라보는 아까 전에 자물쇠를 보고 궁시렁 대던
커플들이 소근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그래도 전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유천생이 지금 제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어느날, 내가 즐겨보던 이상한 나라에 엘리스를 닮은 분홍토끼를 만났어.
그 토끼, 어찌나 영리한지. 모르는게 하나도 없는거야. 그런데 멍한게 늘 내 말은 믿는거야.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믿고,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믿고, 내가 지금 죽는다고 해도 믿고. 정말 말도 안되는 것도 전부.
그만 속을때도, 그만 믿을때도 됐는데."
"바보야. 이젠 알면서도 믿어주는거야. 널... 사랑하니까."
"우리 진짜 천생연분 할래?"
"바보야. 진짜 천생연분이 어딨냐? 천생연분이면 천생연분인거지. 우린 처음부터 천생연분이었거든?"
"핏. 말은 잘 한다. 춥지? 또 춥게 입고 나온 것 봐. 이거 입어."
따듯한 녀석을 닮은 바람막이를 천생이가 덮어줍니다.
헤헤, 웃으면서 저는 웃음을 멈추고 녀석을 바라봤습니다. 녀석이 고개를 갸웃뚱 합니다.
바봅니다.
이젠 내 남자친구잖아요, 안그래요?
"바보야. 이럴 땐 한번 안아주는거야. 어떻게 여자보다 더 몰라? 내가 이렇게 안겨야 되?"
"황연분. 내가 널 왜 좋아하는 줄 알아?"
"왜?"
"터프해서.....하하하하!"
"야!!!!!!!"
천생이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자물쇠 하나와, 열쇠 두개를 꺼냅니다.
제가 고개를 갸웃뚱 하면서 녀석을 바라봤습니다.
' 천생연분 ? ' 자물쇠를 열쇠로 엽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던져버립니다.
그러더니 언제 가지고 왔는지 분홍빛깔의 예쁜 자물쇠를 꺼냅니다. 새겨진 글씨는 천 생 연 분.
그제서야 제가 웃습니다.
"언제 왔었는데? 이거 언제 달아놨는데?"
"비~밀"
"야! 라면 안 끓여준다?"
"치사해! 안먹어!"
"야야! 너 다시 사랑동으로 이사와,응? 아냐 ! 우리집에서 살아 그냥"
"황연분. 우리 아직 동거는 안되. 난 결혼하기 전 까진 같이 안 산다~"
"내가 너랑 왜 결혼하냐?"
티격 태격.
저희 두사람 예쁘죠? 하하.
내려가는 길에 전 아까 전에 있었던 일을 천생이에게 말했습니다.
천생이는 그 커플들 어딨냐면 씩씩 거리고 있을 때 정말 우습게도 그 커플들이 저희 앞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녀석은 저 커플이야 ? 하면서 달려가서 남자를 붙잡았습니다.
큰일났습니다.
저 멍청이, 저 사고뭉치. 결국 저렇습니다.
"유천생!"
"아저씨. 잘 들어요? 내가 유천생이고요 제가 황연분이에요.
우리 진짜 천생연분이거든요? 그러니까 거짓말이녜, 뭐녜. 그따위 소리 지껄이고 다니지 마요. 알았어요?"
"이 학생 뭐야?"
"오빠! 진짜 있다고 했잖아. 신기하다. 진짜에요? 진짜 유천생, 황연분 이에요? 소설같다."
"가자. 짜증난다."
남자는 짜증난다는 듯, 고갤 돌리지만 여자는 신기하다면서 호들갑을 떱니다.
그제서야 표정이 풀린 유천생입니다.
저는 그런 녀석을 혼내듯이 왜 그랬냐고 핀잔을 줬습니다. 녀석이 피식 하고 웃습니다.
"기분나쁘잖아.
왜 천생연분이 거짓말이야. 여기 이렇게 진짜 있는데.
우리가 어느 누군가에게 거짓말이 되는 거, 기분 더럽다 난."
"쳇. 유천생."
"자자! 그럼 라면 먹으러 갈까? 야! 춥다. 옷 줘라 ~ "
"야!!!!!"
"계속 안아줄게 ~ 일로와 ~~ "
"됐어, 이 바보야! 꺼져!!!!!!"
뛰어서 내려가는 유천생과 황연분.
지금 저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봐주세요. 네?
네!
저 황연분은 유천생만 있으면 행복합니다.
행복하고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만큼 행복합니다.
자꾸만 나오려는 눈물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정도로 행복합니다. 꿈속에선 울던 녀석이 제 곁에서 웃습니다.
이게 꿈은 아니겠죠?
"우리가 천생연분이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러니까. 우리 처음에 진짜 미워했잖아."
"응. 난 그때, 전학 온 날. 서경고가 아닌, 초등학교 앞 까지 갔었다."
"헤헤~ 미안."
"그때 분홍토끼의 머리털을 다 뽑아버리겠다고 욕하고 왔었는데."
"야! 유천생"
"내가 그런데 이 분홍토끼를 좋아해버렸네. 젠장"
녀석이 저를 바라봅니다.
저도 녀석을 바라봤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그렇게도 미워했던 우리가, 서로를 보면서 맨 처음엔 으르렁 거렸던 우리가 어느새 웃고 있습니다.
서로를 보면서 가슴 뛰고, 설레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말입니다.
"우린 뭐?"
"천 생 연 분"
"천.생.연.분."
네.
저희는 유천생, 황연분이 아닙니다. 천 생 연 분 입니다.
[사랑하는바보] 천 생 연 분 THE END
지금까지 긴 소설을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합니다. - 천생연분 왈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바보입니다.
제가 너무 늦었죠 ? 저번주에 올린 소설이 이미지 첨부로 리턴이 되었답니다.
그 소설 덕 분에 제 소설 못 읽으신 분들이 많으시죠?
ㅠ_-
너무 늦었지만 이번 소설은 달콤한 소설로 찾아왔으니까 용서해주세요.
이 새벽, 잘 시간도 쪼개서 소설을 올립니다.
여러분의 한마디 한마디, 쪽지 하나 하나에 감동하는 저랍니다.
쪽지해주신 오돌오돌님께 감사하고요, 여러분들이 저에게 주시는 사랑으로 버티겠습니다.
제 소설 많이 사랑해주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
소설 너무 귀여워요...ㅋㅋ 진짜 있었으면 하는 이야기네요...ㅋㅋ
★난기다릴게님.안녕하세요? 하하! 소설이 귀엽나요? 진짜 있었으며녀 하는 얘기라.... 이런 커플이 있길바라세요? 전 화나는데...막 이래요 ! 하하! 네네~ 진짜 이런 커플이 있다면, 많다면. 세상은 참 예쁜 커플로 가득 할 것 같네요
와 저 이런 소설 너무 좋아요 길게 쓰셔도 진짜 재밌을 거 같아요!!!!!!!!!!!!!!!!!!!!!
★구짓말님.안녕하셨어요? 하하! 이런 소설 좋아요? 헤헤! 길게 쓴다는 건.. 장편을 말하시는 거죠? 많은 분들이 단편말고 장편을 원하시지만 아직은 제가 장편을 써본 적도 없고 자신이 없어서 머뭇거리고 있답니다. 언젠간 장편에 도전하는 날이 올꺼에요 기다려주세요 ~
우왕~~읽으면서 제가 그 상황에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꼈어여!!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중 못 잊을 소설인듯 헤헷;; 앞으로 내용 탄탄한 소설 기대할께여^^
★전세미15님.안녕하셨어요? 하하! 읽으면서 소설에 빠져드셨군요. 하하! 지금까지 제 소설 많이 읽으셨나요? 못 잊을 소설이라.. 기분이 참 예쁩니다. 헤헤! 다음 소설에는 더욱더 탄탄한 내용으로 찾아뵐게요. 기다려주세요
제가 기숙사생활을 하고잇어서 컴퓨터를 일주일에 한번씩밖에 못해요 그런데 이렇게 바보님 글보니까 너무 좋아요 늦게 달린 리플이라서 죄송하구요 항상 너무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건필하세요♥
★슬퍼질때、님.안녕하셨어요? 하하 전 사회생활중이라서 ㅠ_- 소설 올릴시간이 부족합니다. 쓸 시간도, 여러분을 찾아뵐 시간도 부족하지만 여러분들에게 재미있는 소설 선물해드리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하하 제 맘 아시죠 ? 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우악..........재밌어요ㅠ,.ㅠ 친구에서 연인으루! 오예~-0-~
★Dreamy;님.안녕하셨어요? 하하! 네네~ 한마디로 친구에서 연인이 된거죠? 그런데 그걸 조금은 재밌고 색다르게 준비해서 여러분들이 재밌게 읽어주신 것 같아요. 길지만 지루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고요 ~ 늘 좋은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완 전 재 미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쩌러 !!!!!!!!!!!!!!!!!!!!!!!!!!
★촐랑촐랑☆님.안녕하셨어요?하하! 리플ㅇㅣ 전 더 재밌는데요? 헤헤~ 쩌러라니>< ! 웃음이 터졌답니다. 감사해요 제 소설 재밌게 봐주셔서 ! 늘 재밌는 소설, 늘 지루하지 않는 소설로 찾아올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아 완전 대박감동에 대박재미있어요! 천생연분~아 짱이뻐요 ㅠ.ㅠ 진짜재밋게읽구가요~! 처음에 너무긴가싶었는데 읽다보니 시간가는지 모르고 읽고있었어요 ㅠㅠ 잘읽고갑니다!
★긴미움님.안녕하셨어요? 이 소설이 에피소드가 조금 많죠? 그래서 지루할까봐 걱정했지만 조금 앞 내용이 길 수 밖에 없었어요. 두 사람의 조금은 어긋나지만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ㅠ_- 지루하지 않게 봐주셔서 다행이고요, 제 소설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소설 정말 재미있게 잘 봤어요~
★난슬님.안녕하세요 ? 하하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늘 재밌는 소설로 찾아 뵐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지루하지 않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ㅇ_ㅇ 다음 소설로 다시 찾아 뵐 때 까지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쭈욱 ~~
사랑하는바보님꺼는 거이다 봤는데 이번것두 재미잇어요~~ 진짜 소설 잘써요>_<
★검은사랑님.안녕하셨어요? 감사합니다! 하하! 제 소설 많이 읽어주셨군요~,~ 여러분들이 제 소설 하나 하나 챙겨보실때마다 전 정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는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자자! 그럼 다음 소설에서 뵈요 ~
우와 너무 재미잇어요 >_<
★찌야*님.안녕하세요?하하! 이번 소설이 조금 달콤새콤합니다~ 그래서 다들 재밌어하실 것 같았는데, ~ 정말 재밌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늘 좋은 하루 보내시고, 여름 감기 조심하세요 ~
이런소설어떻게쓰는지참신기해요 ㅠㅠ 귀여니꺼보다훨씬재밌는데 소설작가꿈이세영?ㅇ_ㅇ
★인형닮은여자님.안녕하세요?하하!신기한가요...? 헤헤~ 귀여니꺼보다...이윤세씨보다 재밌다니..ㅠ_- 감동입니다.과찬이세요~ 전 아직도 멀었답니다. 네네~ 작가가 꿈이에요@ 하하...그런데 그 꿈 접어두었다는...
진짜긴데꾹붙잡고다읽어버렸어요~너무재밌구이뻐요><!!!!!!
★휘오리님.안녕하세요?하하! 이번소설이 조금 길죠 ~ 에피소드가 조금 길어서, 앞 부분이 조금 길어요~ 그래도 그 긴 내용 재밌게 읽어주셔서 기쁘고요,이쁘게봐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우히●님.안녕하세요? 하하!공부하셔야죠~ 제소설 읽고 하세요..막 이래요 ~ 헤헤! 가끔씩 머리식힐겸 무언가를 하고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은데. 너무 공부만 하려고 하면 결국 머리에 쥐가 나거든요 ~ 헤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오랜만에왔는데너무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꺄아악다시이제사랑하는바보님글올리면언제나읽을게요!!
★반류은님.안녕하셨어요?하하!늘 제 소설 챙겨봐주시는 거 알아요 ~ 제가 어떻게 모르겠어요! 읽어주세요 ~ 여러분들의 작은 관심과 사랑으로 제가 소설을 쓰고, 시간을 내면서도 소설을 쓸 수 있는 힘이니까요 ! 헤헤
너무너무 재밌었습니다. 사랑하는바보님 소설 나오는대로 읽을게요... 아 그냥 아예 책만들면 안되요 ㅜㅜ?
★소설을조아하는... 님.안녕하세요? 하하@ 책이라....ㅇ_ㅇ 저도 만들고 싶죠 ! 하지만....제가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는 ㅠ_- 언젠간 저도 책을 낼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헤헤! 늘 좋은 하루 보내시고 제 소설 늘 사랑해주세요
우와 정말 재밌어요! 앞으로도 이쁜 글 많이 쓰시길 바래요!
우와!!진짜 사랑하는바보님 소설은 언제봐도 매력적인거같아요~ 새드소설을조아해서 ㅎㅎㅎ 진짜 왕팬인데!!' -'* 요번소설은 너무너무 달콤하고 사랑스러운소설인거가타요♡ 진짜 최고에요!!ㅎㅎ 소설책낸다면 제가아주다살텐데!ㅎㅎㅎ 앞으로도 쭈욱~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새드한소설마니써주세요!!♡제일흠은 슬픈연꽃비향입니다~비.향!! 수고하셔요~쪽!팬카페업어요 ㅜㅜ?찾아서갓더니업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