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만 다니기엔 너무 아까운 老年 (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
어느'80대 나이드신분이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며 운동도하고 가벼운식사로 모임을 하시면서
아래글을 소개해 주셨는데, 공감되는 글이기에 소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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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77세 여성이다. 평생 미혼으로 살면서 40년 넘게 공직생활을 했다. 퇴임 후 연금으로
그 나름대로 여유 있는 노후 생활을 하고 있다. A씨는 화려한 싱글의 원조였다.뭐든 자신 있고,
독립적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몇 년간은 직장 생활로 맺어진 인맥도 있고, 이런저런 모임도 많
아 바쁘게 살았다. 그러다 70대로 들어서면서 건강 문제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때부
터 그녀의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쾌활, 낙천은 사라지고, 부정과 불안이 생활을 지배했다.
여기저기 증상이 생길 때마다 이 병원 저 병원 순례가 시작됐다.배가 이유 없이 더부룩하고 쿡
쿡 아프다, 기침이 자꾸 나온다, 혀가 다 갈라졌다, 눈이 시리다 등 다양한 호소가 쏟아졌다.
특별한 이상은 없는데, 검사만 자꾸 늘어났다. 사소한 신체 문제도 죄다 질병으로 여기며 '의사
의존형' 사람이 됐다. 평생 병원 신세 안 질 것 같던 씩씩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를 사회학 용어로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이라고 한다.
모든 증상을 치료 대상이라 생각하며 환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초기 고령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그 시기에 와 있다. 이는 난생처음 늙어 보는 불안감에서 비
롯된다.신체 고령화를 모르기 때문이고, 노화와 질병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까닭이다.
나이 들면 횡격막과 호흡에 쓰는 근육이 약해진다. 폐포와 폐 안의 모세혈관도 준다.가만히 있
어도 예전보다 산소가 적게 들어와 평소보다 과격하게 움직이면 숨이 찰 수 있다. 이건 질병이
아니다. 체내 산소량에 적응하면서 운동량을 꾸준히 늘리면 숨찬 증세는 좋아진다. 같은 이유
로 기침도 약해진다.
미세 먼지 많은 날 기침이 자주 나온다는 호소는 되레 청신호다.기침은 폐에 들어온 세균이나
이물질을 밖으로 나가게 하는 청소 효과를 내는데, 그런 날 기침이 있다는 것은 호흡 근육이 제
대로 살아있다는 의미다. 만성적 기침이 아니라면 병원을 찾을 이유는 없다.
고령에 위장은 더디게 움직인다. 탄성도 줄어서 음식이 조금 많이 들어오면 금세 부대낀다. 담
즙 생산이 줄어 과거에 먹던 대로 기름진 고기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 우유를 흡수하는 젖당
분해 효소도 덜 생산돼 과한 유제품으로 속이 거북하거나 가스가 찰 수 있다. 대장은 더 느리게
움직여서 변 덩어리를 만들어주는 식이섬유 섭취가 줄면 변비가 오기 쉽다. 이런 것은 고령 친
화적 생활 습관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고령화 패턴을 알면 서로 편할 수 있다. 청력 감소가 그렇다.나이 들수록 고음(高音)을 듣기 어
려워진다.노인성 난청일 때는 단어가 잘 안 들려 말하는 사람이 중얼거리는 것으로 오인하는데,
특히 모음보다 자음을 잘 못 듣는다. 자음은 단어를 식별하는 주된 소리인데, ㅋ·ㅌ·ㅍ·ㅊ 등 자
음 대부분이 고음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는 큰 소리로 말하기보다 자음을 또렷이 발음하는
것이 대화 소통에 도움이 된다. 청력이 많이 떨어진 부모에게거실에서 "테레비 켤까요?" 하고
말하는 것보다 "에레비 결까요?" 말하면 입 모양과 모음을 듣고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다.
대개 톤이 높은 딸보다 저음인 아들 말을 더 잘 알아듣는다.물론 나중에는 저음도 듣기 어려워
진다. 고령자는 귀지가 쌓여 청력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고, 굵은 털이 귀 안에서 자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노화 현상을 모르면 노년의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
나이 들면 음식을 삼킬 때마다 인후가 기도 뚜껑을 닫는 조화로움이 둔해진다. 노인들이 자주
사레들리는 이유다. 게다가 노년의 골 감소증은 어느 정도는 숙명인데, 목뼈에 골다공증이 오
면 머리가 앞으로 점차 숙는다. 이는 기도를 덮는 인후를 압박한다. 사레들리기 쉬운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기름 바른 인절미나 조랑 떡, 한입에 쏙 들어가는 젤리 등을 드시게 하다간 사
달 나기 십상이다.
무심코 건넨 건강 보조 약물이 몸을 그르칠 수 있다.고령에는 간(肝) 세포 수가 줄고, 간으로 흐
르는 피가 줄어든다.화학 공정 역할을 하는 간 효소의 효율성도 떨어진다.그 결과 약물 대사가
늘어지고, 체내 잔존량이 늘어나 약화(藥禍)가 일어날 수 있다. 어르신에게 섣 부른 약 선물은
위험한 행동이다.
인생 마무리 시기를 병원만 돌아다니며 지낼 수는 없다.인생 마지막인 죽음 장소마저 병원에
의존하지 않는가.메디컬리제이션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러려면 병을 보는 지식과 삶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즘 고등학교 의무교육을 말하는데,
고령 사회를 맞아 노년 교육 의무화가 더 시급하지 싶다.
출처 : 헬스 조선
첫댓글 나이가 들어가니 중고 자동차 고장 나듯이 돌아가며 탈이 납니다.
병원에 가보지만,"연세가 있어서..." 하고는 며칠 약처방으로 끝이다.
결국 대충 참고 지내시라는 친절한 조언(?)에 감사하고 나와야 하는
노령에 사는 또 하나의 서글픔이기도 하다.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에 공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