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사장은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지금 엘리스에게 난리를 치고 있는 문정옥이라는 여자는 지금부터 3년 전에 만나서 친하게 지냈어.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여자야. 그러니까 내가 54살일 때 만났는데, 당시 그 여자는 48살이었어. 내가 와이프와 별거하면서 혼자 살고 있으니까,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가끔 와서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면서 가깝게 지냈어.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선을 긋고 행동했어. 같이 만나서 잠자리도 했지만, 어디까지 친구로 지내고,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기로 했어. 서로의 사생활에 관여하지 않고, 서로 싫어지면 아무 때고 그만 만나고, 서로에게 어떤 부담도 주지 않기로 하면서 만났어.”
“그랬는데, 왜 저에게 와서 부인이라고 행세를 해요?”
“엘리스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 여자와는 더 이상 잠자리를 하지 않았어. 가끔 만나서 식사나 하고 술이나 마셨어. 그래서 그 여자도 나에게 잠자리할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걸 용인하는 것으로 생각했어. 그런데 갑자기 엘리스의 뒷조사를 해서 나에게 난리를 치는 거야. 나는 깜짝 놀랐어. 도대체 이 여자가 왜 이러나 싶었지?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울면서 나에게 배신을 당해서 죽겠다는 거야. 평소에 우울증세가 있어 걱정이 됐어. 그래서 당분간 엘리스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어. 그랬더니 그 여자가 엘리스 문제를 자신이 완전히 끊어놓겠다고 나선 거야. 나는 그 여자가 너무 흥분한 상태였고, 잘못하면 회사에 와서 망신을 주고, 엘리스에게도 해가 갈까 봐, 그 여자가 하는 대로 우선 내버려뒀다가 나중에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던 거야.”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돼요? 저도 변호사를 선임해 놓았어요. 돈을 5백만원이나 줬어요. 그리고 그 여자가 곧 인터넷에 동영상을 유포한다는 거예요.”
“그 동영상은 엘리스 것이 아냐. 엘리스 얼굴도 나오지 않아. 그건 내 친구가 자기 애인 것을 찍어놓은 것을 나에게 보내줘서 심심해서 가끔 보면서 삭제하지 않고 있었던 것을 그 여자가 자기 스마트폰으로 옮겨놓고, 그걸 엘리스 거라고 믿고 있는 거야. 엘리스는 동영상의 여자 것처럼 그렇게 섹시하지 않아. 딱 비교해보면 누구나 대번 알 수 있어. 미안한 말이지만, 엘리스는 동영상 여자와 비교하면 게임도 되지 않아. 그 동영상을 보면 남자들은 즉시 흥분해버릴 정도야. 그 여자가 과도 깎는 칼을 들고, 그 동영상이 엘리스 거냐고 묻기에 아니라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겠다는 거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던 거야. 그 동영상에는 남자 얼굴도 안 나오고 여자 얼굴도 나오지 않아. 그냥 섹스하는 동영상과 여자 하체만 찍혀 있는 사진이야. 나중에 문제가 되어도 과학적 분석을 하면 엘리스 게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게 밝혀질 거야.”
“과학적으로 밝혀지는 건 나중 문제고, 제 이름과 같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저는 끝장나고 매장되는 거잖아요?”
“절대로 걱정하지 마. 그 여자가 그렇게는 절대로 못해. 내가 책임질 게.”
“사장님은 사모님과 별거하고 있는 거예요? 저한테는 지금까지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잖아요?”
“그 애기 해줄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장사를 했어. 군대를 다녀와서 열심히 이 장사, 저 장사 해서 돈을 벌고 있었어. 그러다가 35살에 결혼했어. 나 보다 5살 어린 여자였어. 여자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혼자 살고 있다가 나와 만나서 결혼식을 올리고 살았어.”
“근데 왜 별거하게 되었어요?”
“그 여자와 3년 동안 같이 장사를 하면서 재미 있게 살았어. 그런데 그 여자는 도박에 빠져 가정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여자였어. 아이를 가질 생각도 하지 않고, 결혼 전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도박판을 다녔는데, 나와 결혼하고 3년은 도박을 하지 않고 견뎠어. 그런데 내가 한번 술집 여자와 바람 핀 것을 가지고 트집삼아 매일 나에게 잔소리를 하더니,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하면서 도박판에 다시 빠졌어.”
“그래서요? 도박 때문에 별거한 거예요?”
“나는 그 여자가 불쌍해서 도박을 못하게 하고, 끝까지 같이 살려고 했어. 그런데 도박판이라는 게 원래 그래.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야. 그 여자는 내가 벌어놓은 돈을 몰래 훔쳐다가 도박판에 가서 모두 잃고, 그것도 부족해서 도박 현장에서 돈을 빌려 노름빚을 지게 된 거야. 처음에는 내 돈을 몰래 가져다가 갚었지만, 그게 잘 안 되니까, 돈을 빌려준 남자들에게 몸으로 떼우고 있었던 거야. 그런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어. 그것도 한 두 사람이 아니고, 나중에 알고 보니까 무려 7명이나 되는 남자들에게 빚을 지고, 그 남자들은 완전히 그 여자와 번갈아가면서 관계를 하고, 데리고 놀았던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그 남자들을 혼내주셨나요?”
“내가 만나보니까, 완전히 문신하고 깡패 같은 놈들이야. 감방도 들락날락하는 놈들이라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나는 와이프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갔어. 다시 한번 마음 잡고 잘 살아보자고 서로 울면서 다짐을 했어.”
“그 다음에 어떻게 됐어요? 사모님은 마음을 잡았나요?”
“서울 가서 3개월은 마음 잡고 살았어. 그런데 그 건달 중 젊은 놈 하나가 서울까지 찾아와서 다시 만나고 있었어?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놈은 도박채권자도 아닌데, 그냥 와이프하고 속정이 들었던 거래.”
여기까지 이야기하던 최 사장은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옛날 생각을 하다보니 열이 나고, 흥분이 되는 모양이었다.
“세상에 그 여자처럼 나쁜 인간은 없을 거야. 내가 서울에서 장사를 하고, 살림집은 가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월세로 다세대주택을 얻어놓고 있었어. 그런데 지방에서 와이프와 붙어먹다가 서울까지 따라와서 연애를 하던 그 젊은 놈은 나와 같은 동네에 월세방을 얻어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그 월세방에 내 와이프를 들락날락하도록 하면서 같이 연애를 하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와이프는 내가 가게로 출근하면 곧 바로 그 애인집에 가서 놀고 있었던 거야.”
“정말 나쁜 사람들이네요.”
“그래도 나는 이혼할 생각을 못했어. 그 여자가 인간적으로 불쌍했고, 또 이혼하면 이혼남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두려웠어. 지금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데, 그때 즉시 이혼했어야했어.”
최 사장은 도박이 문제가 아니라, 젊은 남자 애인 때문에 심한 배신감을 느껴 그 여자를 집에서 내쫓았다. 그 여자는 집을 나가라고 하자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 젊은 애인과 같이 어디론가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