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처럼 좋은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도 사람을 상당히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부 일개 소대가 강변역 테크노마트로 몰려갔습니다.
예주를 포함 7과 2/1명 몫으로 팝콘 둘, 콜라 두개를 챙겨서 앞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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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좌석에 나란히 줄을 맞췄습니다. 아이들이 막 뛰노는
화선지 위에 먹물을 머금는 수묵화 기법이 동 막 골의 운명을 예고해
주는 듯 했습니다. 한국전쟁이 종반에 다 닳고 있을 무렵 바깥에서는
전쟁이 터진 줄도 모르고,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된 채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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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오지 마을에 세 부류의 불청객들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1호: 불시착해 추락한 미군 조종사1명 스미스,
2호: 인천 상륙작전으로 후퇴하다 낙오된 인민군 리 수화(정 재영)외 2명,
3호: 탈영한 국군 신 하균 외1명
"웰 컴 투 동 막 골"
시종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만지면 찢어질 것 같고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시커먼 물이 튈 것만 같은 동 막 골은 울밑에선 봉선화 마냥
기품 있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옥수수가 팝콘으로
튀겨져 하늘에서 쏟아지는 해학은 현대판 흥부전의 한 장면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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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 공동경비구역,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가 이념을 소재로 대박을
터트렸다면 ‘웰 컴 투 동 막 골‘은 소재에 있어서 훨씬 다양한 작품성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이데올로기 쪽으로 보면 남북의 화합을 소망하는
탈냉전의 시대를 반영하면서 적의 개념을 새롭게 해 주었고 출연진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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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다 훌륭했는데 특히 여일(강 혜정)의 백치미는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신인 감독의 치밀한 스토리 구성이나 나비 메타포도 수준급입니다.
그리고 흡사 봉 평에서 본 것 같은 연두색 메밀밭이랑 초록색 영상들도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연합군 6명이 동 막 골을 구하기 위해 미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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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하던 모습은 내 온 몸의 솜털을 세워 놓았고 인민군 형아, 임하룡이
죽자 문 상병이 M60을 갈겨댈 땐 기어이 내 눈물샘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 짧은 시간 문 상병을 보면서 예수님의 예견된 죽음 가운데
감당하셨을 공포와 두려움을 생각했습니다. 동 막 골 사람들 대신 그
공포 가운데 죽음을 메고 가신 나의 속죄양을 말입니다.
아, 이것은 한국판 복음이 아닙니까,
2005.9.4.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