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8월 16일, 셋째 주일에 '세숫대야 냉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착한 글 한편을 올려드립니다.
다음 글은 2010년 7월 20일에 저의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글을 그대로 올려 봅니다. 이 글을 제가 며칠 전 읽으면서 이런 날도 있었구나 하고 혼자서 회상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2010년에 그러니까 16년 전에, 인천에 있었던 '세숫대야 냉면 골목'은 그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있었습니다.
'대야'라는 말은 '크다', '넓다'라는 말입니다. 세수를 할 때 물을 담는 그릇을 '세숫대야'라 그러잖아요. 그런 세숫대야에 냉면을 담아 파는 그런 냉면집들이 인천에는 아예 전문 골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디다.
냉면 가격도 3500원..., 사리 추가는 1개든..., 10개든..., 돈은 절대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고.... 힘을 내어.... 그날 사리를 2개나 더 추가하여 먹었더니..., 그다음 날까지 배가 든든..., 기쁨 든든..., 공짜로 먹어보셔요, 기분이 좋잖아요? 기쁘 잖아요?
사실 옛날 시골서 자랄 때..., 그릇은 많지 않고...., 어머니들은 그릇이 없으면 세숫대야는 다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세숫대야는 일종의 만능 그릇이며 생활 도구였습니다. 세숫대야에 곡식도 담고..., 음식을 잠깐 담아두는 그릇으로도 사용이 되었으며, 냇가에 빨래하려 갔을 경우..., 등에 업은 아기를 빨래 담아 갔던 세숫대야 안에 넣어 놓고는 놀게도 했지요...? 세숫대야는 아기에게는 목욕통이 되기도 하였으며, 세숫대야는 급하면 개밥도 거기 부어 주었습니다. 어릴 적 참새를 잡으려고 세숫대야를 막대기로 세워놓고 참새가 세숫대야 밑에 들어가면 재빨리 막대기를 잡아당기면 참새는 세숫대야 밑에 갇히게 되었지요? 그때부터 참새는 아이들의 애완용 장난감으로 며칠 동안 힘들기도 하였지요.
우리들이 어릴 적 이처럼 다목적으로, 다방면으로, 다용도로 쓰던 그 세숫대야가 인천의 세숫대야 냉면골목에서는 냉면 그릇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세숫대야 냉면집 앞에 차를 세우자..., 주인 할머니는, 방학 때 찾아온 외손자나 외손녀를 맞이하기 위하여 앞치마에 손을 닦으시면서 입가에 보름달 같은 미소를 머금고 나오시는 외할머니 처럼 반갑게 우리를 맞으면서..., 방으로 데려가면서 하는 말이..., "편히 쉬면서 많이 먹어...,"하였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을 그 어디에서 만나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마 없을 걸요?
드디어 우리 앞에 냉면이 왔는데..., 우와 그 큰 그릇..., 이름 그대로 세수대야였습니다. 그 푸짐함에 허리 끈부터 먼저 풀었습니다. 혹시는 그럼 여자들은 치마 끈을 푸는가 하고 오해하지는 마시기를 바랍니다.
식사하고 있는 중에도 할머니는 두 번이나 와서 "사리 더 갖다 줘?"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손님에게 거의 반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반말을 듣는 그 기분이 결코 억울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말을 듣는 그 맛이 대단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내 안에도 자학적인 동물 기질이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요즘 보기 힘든 그런 엽기적인 식당이었습니다.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이 엽기적이었으며..., 냉면 사리가 공짜니까 더 잡수라면서 주인이 찾아와 권하는 것이 이 시대의 엽기 중에 엽기였습니다.
그리고 주인 할머니의 반말이 엽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추가 사리를..., 뱃가죽이 늘어나 바람 꽉 찬 풍선처럼 하고서도 무섭게 먹어대는 손님들의 모습이 엽기적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난생처음 한자리에서 그렇게 많은 냉면을 먹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무거워진, 만삭의 몸을 모시고 식당 문을 나서는데 주인 할머니는 차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배웅하면서 "내년 여름 꼭 와.., 응" 하는 말을 우리 귓가에 슬쩍 묻혀주었습니다.
그 말이 내년 여름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우리 교회 청년들이나 어른들과 한번 가도록 기회를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세숫대야 냉면집이여! 언제까지든지 그 인심 그대로 국보처럼..., 문화재처럼 보호하시고 지키시고 명맥을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믿음도 세숫대야처럼 크고 넓은 믿음이 되어야 하리라. 또한 하나님으로부터 크게 받아..., 크게 봉사하고..., 크게 나눠주고..., 크게 살아가고..., 크고 넓고 푸짐한 세숫대야 신앙을 이 여름에 사모해 봄으로 더위를 쫓아내 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