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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광모 비뇨기과 전문의 코리아 헬스로그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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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파워 블로거'들의 비윤리적인 상업적 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용해보니 좋다'며 글을 올린 뒤 공동구매로 큰 이문을 남겼다고 한다. 정부는 유사 사례를 추가로 조사하고 이들을 세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은 식을 줄 모른다. 아마도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는 기분이 들어서일 것이다.
언론 매체들이 상업화되고 광고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경험'을 가장 중요한 참고 자료로 삼기 시작했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자신들이 산 제품, 자신이 가본 가게, 자신이 본 영화를 블로그에 기록한다..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하거나, 주말에 볼 영화를 선택할 때, 맛집을 찾을 때 그런 '인터넷' 정보를 참고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광고나 또는 언론에 소개된 정보보다 더 믿을 만한, 생생한 정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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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신뢰 공식이 이번 사건으로 깨졌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인터넷 활용이 '덫'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대중은 분노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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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이미 유사한 경험을 했음에도 해결책을 찾는 것에 소홀했던 것 같다. 국내 유명 포털의 지식 답변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몇 년 전까지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소통 공간이었지만,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를 신뢰한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한 광고성 글들이 등장하면서 대다수의 좋은 답변들도 신뢰를 잃게 되었다. 블로그도 이처럼 신뢰를 잃게 되지는 않을까?
의료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현대 의학연구 중 절반가량은 제약회사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객관적인 연구 방법론을 이용하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후원을 했다고 해서 연구 결과가 뒤바뀌지는 않겠으나, 그렇다고 연구자의 편견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심지어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가 제약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거나 특허를 가진 경우는 그런 개연성이 더 높다. 연구자의 윤리의식에만 문제를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의료윤리학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잘못된 연구결과는 인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확실한 명분이 있기에 다수의 의사들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논문을 게재하는 유명 학술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명성과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소위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결국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편집장들이 모여 '해결책'을 찾았다.
이들이 제시한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의학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할 때에는 연구자의 이해관계에 대해 반드시 밝히도록 한 것이다. 단순한 후원뿐 아니라 연구 결과와 연구자가 이해관계가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다면 그에 대해서도 명시하도록 했다. 연구자와 독자의 이해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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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조치가 시행된 이후 독자들은 후원이 있는 의학 연구들은 이해관계에 따른 정보의 뒤틀림(bias)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하고 논문을 분석했다. 그뿐 아니라 후원을 받는 연구자 스스로도 더 객관적인 연구가 되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비록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연구자를 블로거로, 제약회사를 제품을 판매하길 워하는 회사로 대치하면 비슷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해관계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의학이라는 학문의 신뢰도를 지켜 준 것처럼 이번 블로그 신뢰도 문제도 이해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상당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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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추천ㆍ보증 등에 관한 표시ㆍ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해 블로거가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고 추천이나 보증 등을 하는 경우, 상업적 표시와 광고라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단순히 몇 가지 조항들을 만들어 지키라고 말만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블로거들의 의식변화와 더불어 자정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특히 영향력이 큰 파워블로거들은 더 큰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블로그 마케팅을 계획하는 회사들의 생각도 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블로그 마케팅을 진행하는 회사에서 블로거에게 '후원 관계를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일이 흔했다. 더 나아가 반드시 써야할 내용을 사전에 정해 놓거나 블로거가 쓴 글을 발행 전에 검열하는 일도 있다. 이제 이런 블로그 마케팅을 기획했다가는 비윤리적인 회사로 낙인찍힐 수 있다. 이런 낙인들이 하나 둘 늘어나다 보면 사람들은 블로그 글들 전부를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될 것이고, 우리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또 하나의 씁쓸한 사례를 접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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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모르긴 해도 이번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잠잠해지길 원할 것 같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투명하게 후원 관계를 명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정위 등에서 규제 방안을 발표하기도 전 일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손해 볼 일'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 휴대전화 관련 블로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논란을 겪었기에 경험에서 나온 발 빠른 대처일 수도 있다.
배경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선언을 들으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진실을 말할 것을 선언하는 '쏘리웍스'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생긴다. 확률적으로 누군가에게 발생한다고 알려진 범주의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폐렴 환자에게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했음에도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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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의료진이 부주의하여 생기는 사고도 있다. 고환암 수술 중 암이 있는 고환이 아닌 정상 고환을 떼는 경우가(물론 해외 토픽감이고 실제로 3년 전 미국 보훈병원에서 발생했다) 여기에 해당 된다. 때로는 의료진의 부주의인지 의학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인지 구별하기는 어렵다. 폐렴 환자에 항생제를 쓴다고 하더라도 폐렴의 원인균을 치료할 수 있는 적절한 항생제를 쓰지 않고 있었다면 이는 의료진의 부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이를 환자나 그 가족들이 구별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때 통상 '의료사고'라고 일단 간주하며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일이 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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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리웍스는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이 먼저 유감을 표현하고 사건 내용을 검토 후 사실 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불신 관계로 빠지기 쉬운 의사-환자 관계를 변화시키자는 일종의 의료문화 개선 운동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해외 유수의 대학병원들이 만족한 결과를 얻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래 봤자 좋은 병원이라는 홍보 효과를 봤다는 것이겠지'란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실질적인 이득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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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대학병원의 실제 사례를 보자. '쏘리웍스'를 도입하기 전인 2001년과 도입 후인 2005년을 비교한 결과 의료소송 건수는 262건에서 114건으로, 연간 소송 비용은 30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평균 소송 해결 기간은 20.7개월에서 9.5개월 등으로 줄었다. 건수, 비용, 기간이 모두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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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잘못이 밝혀지기 전에 '고백'하는 바보 같은 행동(?)이 어떻게 이런 변화를 만든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적절한 사과와 진실을 말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지켜 나가기 시작한후 때로는 병원에서 먼저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바보 같아 보이는) 일도 있었고 때로는 병원에서 검토한 결과 의료진의 과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결국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 측이 밝히는 내용이 매우 믿을 만하다는 것이 소문나기 시작했다. 병원이 '의료진 과실이 아님' 이라고 밝힌 사건을 법정까지 가져가 본들 결국 병원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지역 변호사들이 미시간 대학병원의 의료사고 건은 회피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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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볼 때 삼성전자의 '블로거 후원 관계 표기'는 손해 볼 일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회사의 신뢰도를 높여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단순한 선언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블로거들이 솔직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여건도 함께 제공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때 신뢰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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