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구가 들어 있는 태양계 태양계가 든 우리 은하 우리 은하가 든 더 큰 은하 그 더 큰 은하들의 집합과 더불어 성간星間을 가득 채운 어둠의 세계 하여 우주의 넓이를 쟀을 때 빛의 속도로 재더라도 수백억 광년을 넘는 그 광활함 도대체 이 우주가 생기기 전 특이점singularity이란 게 있었을까
특이점特異點singular point은 곧 '독특하게 다른 점'이다 이 특이점의 질량이 얼마나 될까 앞서 더듬어본 우주 질량이다 이 어마어마한 무게와 부피가 빅뱅 전으로 되돌아가면 싱귤러 포인트에 다 들어 있었다 우주의 나이 138억 년에 이르도록 싱귤러 포인트는 퍼지고 번져 오늘날은 지름 수백억 광년에 이른다
이 말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빅뱅 이전의 싱귤러 포인트 콩알보다 작은 물질/비물질 속에 광활한 우주가 들어 있었으며 이 우주가 다시 붕괴된다면 특이점으로 되돌아간다 이를 엄청난 붕괴라 하며 빅 크런치big crunch라 한다 이로 인하여 다시 줄어들게 되면 결국 빅뱅 이전의 특이점이 되겠지
이를 불교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첫째 공空에서 생겨成나고 둘째 생겨나 자라 머물住다가 셋째 그나마도 언젠가는 무너壞져 넷째 다시 공空으로 돌아간다 생명을 가진 것은 생로병사 또는 생주이멸生住異滅이라 하고 물질의 변천과정을 '성주괴공'이라 한다 생로병사와 함께 생주이멸 세계 성주괴공은 변화일뿐이다
여기 이들이 변화무쌍하지만 질량質量은 변함이 없고 에너지 또한 늘거나 줄지 않는다 이를테면 느낌 체계에 와닿는 세계 다시 말해 '범소유상凡所有相'이 다皆 허망虛妄하다 하는데 허망은 있는 게 없어지고 없던 게 생김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변화로 인하여 받아들이는 느낌만 달라질 뿐이다
금강경 사구게의 앞의 두 줄은 제1구 기起의 범소유상凡所有相과 제2구 승承의 개시허망皆是虛妄이다 여기에는 달리 해석할 것이 없다 승의 '허망'을 '변화로 해석하면 된다 문제는 뒤의 두 줄 게송이다 제3구 전轉을 바르게 이해할 때 제4구 결結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가령 사구게 풀이에 문제가 있다면 제3구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이다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을 만약若 어떠한 사물을 바라볼見 때 뭇諸 모습相에서 아닌非 모습相을 보면 제4구 결結의 마무리 세계 문장에서 여래如來가 곧則 드러난見다고 그런데 바로 예서 문제가 제기된다 제상諸相을 비상非相으로 보면 으레 여래를 볼 수 있듯이 반대로 비상에서 제상을 보면 그 때도 여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같은 맥락의 반야심경에서는 색諸相이 공非相과 다르지 않고 공非相이 색諸相과 다르지 않아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라 하였다 같은 반야경전류 금강경 사구게도 제상이 비상과 다르지 않고 비상이 제상과 다르지 않아 제상이 비상이고 비상이 제상이다 따라서 '약견若見'을 풀이할 때 약若은 중복하는 게 좋다
보통 '아닐 미未' 자를 풀이할 때 '아직 ~ 아니'처럼 두 번 풀 듯 약견若見에서의 약若 자는 '만약 약若' 자며 '같을 약若' 자로 중복 해석이 가능한 글자다 만약若 제상諸相에서 비상非相을 보듯 비상에서 제상을 함께若 본見다면 여래如來는 저절로 보인見다고 볼 견見은 나타날 현見으로도 읽는다 하여 즉현여래則見如來로 읽는 게 되레 경전 뜻에 어울릴 수 있다
나는 '즉현여래則見如來'라 하여 곧 즉則 자를 문장 앞으로 가져왔는데 이 '곧 즉卽' 자는 문장 앞에 두지만 이 '곧 즉則' 자를 놓을 경우 문장 뒤에 붙이는 것이 맞다 따라서 앞 문장의 가정假定을 뒤에서 받아 수식修飾하는 글자다 그러나 이 글이 곧 '사구게'인 까닭에 '곧 즉則'자로되 끝 문장 앞에 놓아 '곧 즉卽'의 뜻을 고스란히 살리고 있다
어느 유명한 조각가가 돌을 쪼아 마침내 불상을 조성하였는데 그 상이 참으로 원만하였다 보는 사람이 찬미하며 물었다 "부처님 상호가 실로 거룩하신데 어쩌면 이렇게 잘 조성하셨습니까?" 그러자 조각가가 말했다 "부처님은 이미 돌 속에 계셨고 소생은 단지 부처님께서 모습을 드러내시게 도왔을 뿐입니다."
자세한 것은 나의 63권째 저서 <내비 금강경>(도반출판사/19.11.16) 187~210쪽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